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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의 낭만을 가진 경화역

다양한 얼굴을 가진 진해


글, 사진. 이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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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둘이 걸어요
- 버스커버스커 <벚꽃엔딩> 中


콧노래가 절로 나오는 4월, 길에는 분홍 꽃잎들이 흩날린다. 차가운 겨울이 지나고 얼어붙은 땅 속에서 움츠리고 있던 생명의 씨앗들이 개화하는 봄. 특히 하얗고 분홍빛의 벚꽃이 봄을 화려하게 수놓는다. 4월이 되면 전국적으로 벚꽃 축제들이 많이 열리지만 바로 ‘벚꽃의 성지’로 불리는 곳이 있다. 바로 경상남도 창원이다.

그중에서도 창원시 진해구에는 봄만 되면 벚꽃축제로 향하는 발걸음들이 바삐 움직인다. 매해 4월이되면 중원로터리를 중심으로 벚꽃나무들이 일제히 만발하면서 장관을 이루고 진해 어디를 가나 화려한 벚꽃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지금은 폐역이 된 진해 경화역은 2012년 CNN이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곳 50선’에서 5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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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해역(제공: 창원시)
 


분홍빛이 만발하는 폐역
경화역은 1926년 11월 11일에 진해선이 개통되면서 운영을 시작했다. 당시에 만들어진 노선들이 그렇듯 진해선은 일제의 편리에 따라 진해에 있던 일본 해군의 기지를 유지하고 경부선과 경전선이 다니는 창원과 진해항을 잇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중 하나였던 경화역은 성주사역과 진해역 사이에 위치한 간이역이었다. 이후 1993년에 화물 취급이 중지되고 2006년에는 여객열차까지 중지됐다. 2009년에 진해군항제 기간 동안 임시열차가 운행하기도 했으나 현재는 경화역공원으로 조성돼 많은 주민들이 찾는 곳이 됐다.

경화역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방문할 때는 벚꽃이 만발하는 3월 말~ 4월 초다. 경화역은 벚꽃나무가 마치 터널처럼 심어져있어 벚꽃이 만개한 날에 방문하면 철길 위에서 화려한 벚꽃 터널을 맞이하는 이색 경험을 할 수 있다. 현재는 과거에 이용됐던 역사가 철거되어 모형 건물만 만날 수 있다. 대신 새마을호로 이용됐던 디젤 기관차가 진해군항제 홍보관으로 이용되고 있어 이를 배경으로 사진 찍는 관광객이 많다.

진해에는 경화역 외에도 진해역이 있다. 진해역 역시 경화역과 마찬가지로 진해선 개통과 함께 시작한 곳이다. 2005년에 국가등록문화재 제192호로 등록된 이곳은 지난 2015년 5월 1일부터 영업을 중단했다. 진해역의 특이점은 유럽의 전통건축에서 다락방을 낼 때 자주 사용하는 지붕창이 있어 서정적인 분위기를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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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화역 모형
 
04.jpg진해 우체국
 


아프지만 알아야 할 역사
진해는 일제에 의해 해양 군사도시로 개발됐다. 진해의 봄을 화려하게 만드는 벚나무 역시 일제강점기에 군항이 건설되면서 도시미화용으로 심어진 것이다. 이에 광복 후 벚나무를 일제의 잔재로 여겨 잘라버리는 일도 있었다. 다만 해군 작전사령부는 시민들이 들어갈 수 없어 벚나무가 남아 있었는데 1960년대 식물학자들에 의해 진해에 심겨진 벚나무의 원산지가 일본이 아닌 제주도로 밝혀졌다. 밝혀진 바에 의하면 진해에 있는 벚나무는 한라산 자생종 왕벚나무로 천연기념물 제156호에 속하며 이를 지키기 위해 ‘벚나무 살리기 운동’이 시작됐고 오늘날까지 이르렀다.

이렇게 진해 곳곳에는 일제강점기의 흔적이 곳곳에 발견된다. 그중에서도 진해의 중심에 있는 중원로타리 인근에는 100년이 된 진해 우체국이 있다. 사적 제291호인 이곳은 현존하는 우리나라 우체국 중 가장 오래됐다. 1912년 10월 25일에 준공한 뒤 11월 15일에 진해우편국이 이전한 이곳은 러시아풍의 절충식 근대건축으로 지어졌다. 건물은 삼각형의 단층 목조건물로 자연광의 일조량을 충분히 받도록 반원형 채광창을 설치했다. 일제강점기에 러시아풍으로 만들어진 이유는 일찍이 러시아 공사관이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전체적으로 하얀색으로 만들어진 진해우체국은 영화 <클래식>에서 손예진이 전보를 보내던 장면에서 등장하기도 했다. 다만 현재는 이곳에서 영업하지 않고 뒤편에 자리하고 있는 새롭게 현대식으로 만들어진 곳에서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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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진해탑 이전에 있었던 러일전쟁 승전탑 아래)현재의 진해탑
 


이렇게 진해에는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건물들이 있는 진해 군항마을과 근대역사 테마거리가 조성돼 있다. 그중에서도 중원로터리 인근에 있는 제황산에는 진해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진해시립박물관이 있다. 제황산은 90 높이의 낮은 산으로 산 중턱에는 원래 러·일 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이 세운 탑이 있었다. 일본 전함의 모형을 딴 전승 기념탑을 광복 이후 철거했으며 그 자리에 1967년 9월 20일 우리 해군 군함을 상징하는 층탑을 새로 세우고 ‘진해탑’이라고 명명했다.

28 높이의 이 진해탑 안에 있는 진해시립박물관은 1998년 10월 31일에 개관했다. 전시실에는 선사시대부터 근대의 진해 모습까지 한 눈에 볼 수 있다. 거기다 위로 올라가면 전망탑의 시설을 갖추고 있어 진해 지역 전체와 남해 전경을 볼 수 있다. 특히 봄에는 화려한 벚꽃길을 구경할 수 있다. 박물관이 제황산 중턱에 있지만 낮은 산인데다가 등산로와 차가 다니는 도로까지 정비를 해놨기 때문에 진해를 방문한이라면 누구나 쉽게 찾아가 진해의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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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해해양공원 짚트랙(제공: 창원 짚트랙)
 


벚꽃 아니어도 놀 거리는 많더라
진해는 다양한 모습을 갖추고 있다. 진해(진압할 鎭, 바다 海)라는 이름대로 해군의 도시이면서도 봄에는 벚꽃이 피는 낭만의 도시이기도 하다. 그리고 일제강점기 시절의 모습을 갖고 있지만 전국에서 가장 먼저 충무공 이순신 동상이 세워져 매년 군항제를 개최하는 역사 교육의 도시이기도 하다. 매년 4월 1~10일에 열리는 진해군항제는 벚꽃축제와 맞물려 많은 인파가 다녀가는데 지난해와 올해는 코로나19로 열리지 않아 아쉽다.

하지만 벚꽃이 피는 봄이 아니어도 진해에는 즐길 거리가 충분히 많다. 바다를 끼고 있는 지역인 만큼 바다에서 즐길 수 있는 레포츠와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명동에 위치한 ‘진해해양공원’은 푸르른 바다를 보며 천천히 걷기에도 좋은 둘레길이 조성된 곳이자 가슴 뻥 뚫리는 해양 레포츠까지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먼저 해양공원 안에는 해양솔라파크, 어류생태학습관, 해양생물 테마파크, 해전사체험관 등을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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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로 가는 다리에서 바라본 솔라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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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해 솔라타워 내부에 있는 그린에너지전시관
 



해양솔라파크는 말 그대로 ‘태양광’ 시설이다. 136 높이의 국내 최고·최대의 규모를 자랑하는 솔라타워는 한쪽 건물 벽 전체가 ‘태양광 집열판’으로 덮여있어 200가구가 하루에 쓸 수 있는 전기를 생산하기도 한다. 이렇게 ‘태양광’과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내부에 ‘에너지 체험관’이라는 전시관에서 볼 수 있다. 에너지 체험관에는 ‘그린 에너지 전시관’과 함께 ‘창원시 역사기록 사진전’도 함께 볼 수 있어 최근 뜨고 있는 신재생 에너지와 창원시 역사 교육을 아이들에게 할 수 있는 교육장으로 활용하기에 좋다. 거기다 전망대로 올라가면 탁 트여있는 남해를 볼 수 있으며 부산과 거제를 연결하는 거가대교와 부산항 신항을 함께 눈으로 즐길 수 있다.

그리고 해양공원은 원래 ‘음지도’라는 작은 섬이었기 때문에 섬 전체를 둘레길로 조성해 천천히 돌아볼 수 있다. 곳곳에는 포토존을 꾸며놔 펼쳐진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에 좋으며 가까운 우도로 연결되는 다리를 건너면 우도에 마련된 해안 산책로도 걸을 수 있다. 바쁘게 지내던 일상생활 속에서 잠깐 벗어나 시원한 바다 내음을 맡으며 천천히 걷다보면 한시름 내려놓을 수 있는 기분도 만끽할 수 있는 좋은 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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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해해양공원에서 즐길 수 있는 엣지워크(제공: 창원 짚트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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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에 있는 요트 등대
 


그리고 이곳의 백미는 섬에서 섬으로 연결되는 짚트랙이다. 해양공원이 있는 음지도에서 출발해 소쿠리 섬을 연결하는 이 짚트랙은 국내 최초로 섬과 섬을 연결하면서 약 1.4㎞의 최장 거리를 자랑한다. 거기다 소쿠리 섬에 도착해 돌아올 때는 제트보트를 타고 돌아오는 재미까지 즐길 수 있어 한 번에 2가지 체험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1석 2조의 레포츠다. 거기다 석양이 질 때 남해 너머로 떨어지는 해가 정말 아름다워 시간을 잘 맞춘다면 황홀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이외에도 99타워 위 해발 94 높이에서 즐기는 엣지워크는 아찔한 경험을 선사한다. 타워외벽 62 둘레를 레일에 연결된 안전 줄에만 의존해 걷는 체험인 엣지워크는 다른 곳의 스카이워크와는 다르게 노핸드레일 방식으로 설치돼 더욱 아찔하면서 짜릿한 경험을 얻을 수 있다. 다만 이러한 해상 레포츠는 안전상의 이유로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바람이 많이 불 때는 체험이 어려울 수 있기에 미리 날씨 확인을 하는 센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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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라타워에서 본 우도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