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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문화

화환의 새 물결

신(新)화환


글. 백은영 사진제공. 홍은주꽃예술원
취재협찬. aT화훼사업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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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문화’는 화훼산업 활성화 및 올바른 화훼문화 확산, 꽃을 가까이 함으로써 발생하는 문화적 순기능을 살펴보고 나아가 화훼 농가 및 관련 단체에 활력을 주기 위해 만든 기획입니다.

특별한 날만이 아닌 언제, 어디서나 꽃과 함께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기 위한 새로운 출발. 글마루와 aT화훼사업센터가 함께하는 기획에 많은 관심을 바랍니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결혼식장이나 장례식장, 여러 행사장을 찾게 되는 일이 잦다. 그때마다 입구에서부터 통로를 지나 식장 문 앞까지 이어진 화환을 만나게 된다. 때로는 수많은 화환으로 양쪽에 높은 벽이 생기기도 한다. 저마다 비슷한 크기와 모양의 큼지막한 3단 화환이 주를 이룬다.

지난 5월 외할머니를 여의고 장례식장을 지켰을 때도 보내는 사람의 이름만 바뀌었을 뿐 비슷비슷한 수많은 화환들이 통로를 가득 메웠었다. 과거 화환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통로와 비슷한 모양의 화환들로 빈소를 잘못 찾은 적이 있었는데, 역시나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을 몇 번 목격했다. 문득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화환보다 비록 크기 면에서는 작긴 해도 보기에도 좋고 다양한 모습으로 연출 가능한 신화 환이 떠올랐다.

화훼 농가 살리는 신화환
신화환이라고 해서 나온지 얼마 안 된, 말 그대로 ‘따끈따끈’한 새로운 모습의 화환인 줄로만 알았다. 알고 보니 이미 10년도 훨씬 전부터 있던 말로 2011년에는 농림축산식품부(당시 농림수산식품부)와 화훼 관련 단체들이 화환문화 개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신화환을 개발해 보급해 올 정도로 오래된 프로젝트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신화환에 대해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관련 단체들이 아닌 이상 소비자의 입장에서 신화환은 다소 생소한 말이다. 관련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홍보해 온 입장에서는 쓴소리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체계적인 홍보가 부족한 감이 없지 않나 싶다.

물론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일단 크기 면에서 눈에 띄는 화환을 선호하다보니 경조사에 흔히 쓰이는 3단 화환이 여러모로 편리하긴 한다. 화환을 보내는 입장이나 받는 입장에서 일단 큼지막한 것이 눈에 띄는 장점이 있지만, 이 대중적인 화환의 문제점은 재탕의 여지가 많다는 점이다.

경조사에 주로 사용되는 3단 화환의 경우 대부분이 조화로 만들어지다 보니 업체가 조화중 일부를 다시 사용해 화환을 되파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렇듯 조화 사용이 늘다보면 생화 소비가 감소해 자연스레 화훼농가의 소득이 줄게 되고, 소비자도 재사용된 화환을 정상가에 구매함으로써 손해를 보는 일이 반복되는 악순환이 발생하게 된다. 누군가를 축하하거나 위로하기 위해 보내는 화환이 재탕된 것이라는 것을 모르면 몰랐지
알게 된 입장에서는 마음한 구석에 찝찝함이 남아있는 것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악순환을 방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나온 것이 바로 ‘신화환’이지만 홍보의 부족 그리고 소비자들의 인식 부족으로 여전히 제자리에 머물고 있는 것이 또한 신화환의 현실이다.

보여주기 식 3단 화환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도를 각자의 개성에 맞는 신화환으로 돌릴 수 있는 방법은 화훼 관련 단체와 농림부의 적극적인 홍보와 지원일 것이다.

‘원플라워’의 원현숙 대표는 “딸 결혼식 때 회원사에 신화환을 부탁드렸는데 하객분들이 예쁘다고 정말 좋아하셨다. 집으로 돌아갈 때에 꽃을 챙겨드리는데 양쪽 다 기분 좋은 일이된 것 같았다”며 “농림부를 비롯한 화훼 관련단체들이 오랫동안 홍보해왔음에도 신화환이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못해 안타깝다”는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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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식 신화환(오른쪽)은 기존의 3단 화환과는 달리 작은 화분 25개를 꽂아 행사 후 손님들이 하나씩 들고 갈 수 있게 만들어 인기가 좋다.
 

이어 원 대표는 “아무래도 신화환을 하다보면 철제오브제를 사용해야 하는데 단가가 높다보니 활성화가 잘 안 되는 면이 있다. 그렇다 보니 신화환을 만드는 입장에서도,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도 서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화환의 재탕을 막고 화훼 농가 및 지역 꽃 집을 살리고 소비자들도 만족할 수 있는 신화환 보급을 위해서는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장의·장례 서비스, 화환·꽃 배달 등 장례식장 및 장의 관련 서비스업체인 현진시닝(이호성 대표)의 오진환 부장 역시 “신화환은 이미 10년 전에도 활성화를 위한 프로젝트가 있었으나 잘 되지 않고 있다”며 우리나라 정서상 아직까지는 3단 화환으로 가는 문화가 팽배해서인지 신화환에 대해 얘기해도 홍보가 잘 안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화환은 주문이 들어오면 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라 제작과 배달하는 부분에 있어 수요와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점이 있다”며 “보다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홍보와 지원, 공급자와 수요자의 생각의 변화가 같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신화환이 대중화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입장을 표하기도 했다.

나눠주는 기쁨이 있는 포트식 화환
신화환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관련 단체들의 적극적인 홍보와 정부의 지원 그리고 공급자와 수요자의 인식의 변화가 함께 수반돼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여기 바로 그 홍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지역에서 ‘포트식 신화환’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홍은주 NBC 꽃예술협회 대표의 이야기를 잠깐 들어보자.

대전 중구 선화동에서 홍은주꽃예술원을 운영하고 있는 홍은주 대표는 블로그와 SNS를 활용해 신화환에 대해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을 뿐 아니라 강연이나 강의 등을 통해 생활 속 꽃 문화 정착을 위해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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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3단 화환과는 달리 ‘신화환’은 소비자의 취향과 행사 성격에 따라 다양한 연출이 가능하다.
 


홍은주 대표는 “신화환 홍보뿐 아니라 생활속 꽃 문화 정착을 위해서는 저처럼 꽃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발로 뛰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금은 포트식 신화환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저도 홍보를 열심히 하고 있지만 포트식 신화환을 경험해 본 고객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알려지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포트식 신화환이란 외형은 기존의 3단 화환과 비슷한 모습을 띠고 있지만 그 중심을 이루는 장식은 작은 화분 25개로 구성돼 행사 후 식장을 찾은 손님들에게 나눠줄 수 있는 신개념 화환으로 인기가 좋다. 주로 결혼식, 장례식, 고희연, 시상식장, 공연장이나 전시회장 등에서 많이 찾는다.

홍은주 대표는 “포트식 화환을 처음 접하는 분들을 위해 하나씩 챙겨가도 된다는 메시지를 남기기도 한다”며 “포트식 화환은 쓰레기도 안 생기고 재활용도 안 될 뿐 아니라 화분을 챙겨가면서 자연스레 꽃 문화도 형성되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홍 대표에 따르면 포트식 화환은 근조화환으로도 많이 찾는다. ‘고인이 마지막으로 드리는 선물’이라는 말로 조문객들에게 나눠준다는 것이다. 어떤 고객은 받아간 화분을 4년을 키웠더니 나무가 됐다며 “너무 좋다”고 연락이 오기도 했단다.

지금은 홍보가 잘 돼 조합이나 단체에서도 연락이 많이 온다는 홍 대표는 “건전한 꽃 문화 확산과 홍보를 위해서는 내가 먼저 변화돼야 한다. 가죽의 표피를 벗기는 성장과정을 통해 소비가 늘어나는 것”이라며 “소비자들이 알아주고 신뢰가 바탕이 되면 자연스레 찾는 이들이 많아진다. 꽃집이 일단 사고의 변화를 가져야 하고 긍정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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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은주꽃예술원(사진제공 홍은주꽃예술원), 홍은주 NBC꽃예술아카데미 원장
 


마지막으로 “신화환뿐 아니라 생활 속 꽃 문화 발전을 위해서는 관련 단체뿐 아니라 정부에서도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포트식 화환만 봐도 작은 화분을 갖다 꽂는 것이기 때문에 연세가 있으신 분들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포트식 화환을 찾는 분들이 많아지면 일자리 창출도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탕의 우려를 막고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며, 자연스레 일자리 창출까지 꾀할 수 있는 신화환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관련 단체 및 소비자의 의식 변화 그리고 정부의 적극적인 홍보와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조언이다. 물론 ‘원플라워’의 원현숙 대표나 홍은주꽃예술원의 홍은주 대표처럼 신화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홍보하는 이들이 더더욱 많아진다면 신화환을 찾는 이들도 자연스레 많아지지 않을까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