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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상 가장 거대한 블록버스터로 불리는 ‘성경’. 2014년 할리우드가 ‘성경’에 집중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일지도 모른다. 영화 <노아> 외에도 미국 케이블TV 드라마 <더 바이블>에서 예수의 일대기를 영화화한 <선 오브 갓>, 모세의 이야기를 다룬 크리스찬 베일 주연의 <엑소더스>, 브래드 피트가 빌라도 역을 맡은 <본디오 빌라도> 등 성경을 소재로한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그중 첫 번째로 관객을 찾은 영화 <노아>. 성경 속 사건을 모티브로 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성경적이지 않은 내용들이 적지 않았다.

영화 <노아>는 역사상 유례없는 사건을 다룬 것도 있지만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노아의 방주’가 컴퓨터그래픽이 아닌 실제 크기로 만들어졌다는 사실만으로도 개봉 전부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실제로 수백 명의 사람들이 5개월의 대장정을 거쳐 제작한 ‘노아의 방주’는 뉴욕에서 지어
진 세트 중 가장 큰 세트가 됐다.

더욱이 제65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에 빛나는 걸작 <더 레슬러>, 배우 나탈리 포트만에게 골든글로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안겨줬던 <블랙스완> 등을 제작한 천재적인 연출가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이 3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영화여서 그 기대감이 더했다.

작품 속 주인공의 캐릭터를 통해 인간의 삶을 밀도 있게 선보이는 것으로도 유명한 감독답게 이번 작품 역시 노아(러셀크로우 분)를 통해 인류의 심판을 앞두고, 신과 인간의 중간자(매개체) 역할에 고뇌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심도 있게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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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은 ‘노아 이야기’를 영화화하기로 결심하면서 어떻게 하면 종교인과 비종교인 모두에게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 인간 ‘노아’를 그려낼 수 있을까에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성경 속 ‘노아 이야기’의 마지막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왜 엄청난 임무 수행을 마치고 행복한 삶을 살아도 모자랄 판에 노아는 포도주를 마시고 벌거벗을 만큼 취하고 아들들에게 험한 소리를 퍼부었을까?’ 이 질문에서 나는 영화 <노아> 탄생의 한 줄기 빛을 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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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한 세대를 멸하다

“여호와께서 사람의 죄악이 세상에 관영함과 그 마음의 생각의 모든 계획이 항상 악할 뿐임을 보시고 땅 위에 사람 지으셨음을 한탄하사 마음에 근심하시고 가라사대 나의 창조한 사람을 내가 지면에서 쓸어버리되 사람으로부터 육축과 기는 것과 공중의 새까지 그리하리니 이는 내가 그것을 지었음을 한탄함이니라 하시니라 그러나 노아는 여호와께 은혜를 입었더라(창세기 6장 5~8절)”

영화는 악한 세대가 되어버린 아담의 세계를 홍수로 심판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아담의 후손들은 아담의 원죄(선악과를 따먹은 일), 범죄한 아담의 씨로 이어져 온 유전죄 그리고 살아가면서 스스로 짓는 죄(자범죄)가 더해져 더욱 악한세대가 되어버렸고 결국 하나님은 그 세계를 홍수로 쓸어버리신다. 당대 의인이었던 노아와 그 가족(아내, 아들 셋과 며느리 셋) 8명과 혈육 있는 모든 생물(각기 암수 한 쌍씩)들만이 대홍수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노아의 사적은 이러하니라 노아는 의인이요 당세에 완전한자라 그가 하나님과 동행하였으며(창세기 9장 9절)”
“믿음으로 노아는 아직 보지 못하는 일에 경고하심을 받아경외함으로 방주를 예비하여 그 집을 구원하였으니… (히브리서 11장 7정)”

그렇다면 하나님은 왜 노아와 그 식구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을 홍수로 심판하셨는가. 노아로부터 시작된 새로운 시대가 죄로 물들까 하여 아담의 세계를 홍수로 쓸어버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영화는 바로 이 ‘죄로 물들어 버린’ 인간의 교만함과 잔인함을 잘 그려냈다. 또한 악한 세대 가운데서도 하나님을 찾고 그 뜻대로 행하고자 하는 의인이 있음을, 그 의인으로부터 새로운 시대가 시작된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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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적인가? No! Ah~

감독은 방주에 탄 후 내릴 때까지 단 한 마디의 대사도 나와있지 않은 성경을 수 천 번 읽고 상상하며 과연 배 안에서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을 지에 대해 묻고 또 물었다고 한다.
실제로 성경에는 기록되지 않은 그 빈 공간의 이야기를 실제 텍스트를 헤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그려내기 위한 감독의 고민이 영화 속에 그대로 드러나 있다. 그렇다면 과연 영화는 실제로 성경적인가? 대답은 노(No)다. 단지 성경에서 모티브를 땄을 뿐 영화는 영화일 뿐이니까(Ah~).

성경에 기록되지 않은 부분들까지 그려내기 위해서는 상상력을 발휘할 수밖에 없다. 물론 영화에서는 성경에 자세하게 기록된 부분들도 재미와 스케일을 극대화하기 위해 상상력을 동원한 부분이 많이 나온다. 아니, 애초에 직접 보고 들은 사건이 아니기에 노아의 방주와 홍수로 사람들을 쓸어버렸다는 내용 외에는 화면 속 장면들은 감독의 상상력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영화를 분석하며 본다는 것이 영화의 몰입도와 재미를 떨어뜨리는 요소가 될 수도 있겠지만 이번 영화에서만큼은 성경과 다른 부분이 무엇인지 찾아내는 것이 외려 영화를 보는 재미를 더할 수도 있다.

하나님과의 언약을 어기고 뱀의 미혹을 받아 선악과를 따먹은 죄로 에덴동산에서 추방당한 아담과 하와. 추방당한 이들을 돕기 위해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온 천사들이 거인이 됐다는 것은 성경적이지는 않지만 재미있는 설정이다. 이 외에도 성경과 맞지 않는 부분이 곳곳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툭~ 툭~ 튀어나오니 이를 잡아내는 재미도 쏠쏠하다.

기독교인이라면 이와 같은 사실을 찾아내는 재미와 함께 ‘왜 하나님께서는 인류를 홍수로 쓸어버릴 수밖에 없었는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해보는 시간으로 삼아도 좋을 것 같다. 비기독교인이라면 한 편의 스펙터클한 영화를 봤다는 것에 의의를 두는 것으로 만족할 수도 있다. 조금 더 영양가 있게 영화를 보고 싶다면 이웃종교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 혹은 크리스천과 마찬가지로 ‘왜 기독교의 하나님은 자신의 창조물들을 심판할 수밖에 없었는가’에 대한 같은 고민을 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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