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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브리·아랍 글자의 조상

‘페니키아 알파벳’

혹자는 말한다. 바벨탑이 만들어지기 전, 인류는 하나의 말과 글을 썼을 것이라고 말이다.
바벨탑을 쌓아올리면서 창조주가 아닌, 탑을 쌓아올린 이들이 자기의 이름을 나타내려는
욕심이 났다. 이를 알아챈 신은 탑을 무너뜨릴 뿐 아니라 언어를 흩었다(창세기 11장).


글 김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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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태니커 사전에 따르면 6000여 개 언어가 존재하지만 100만 명 이상이 사용하는 언어는 250개 정도다. 이 가운데 유엔에서 채택한 공용어는 영어 외에도 프랑스어, 스페인어, 중국어, 아랍어, 러시아어로 총 6개 언어다. 이 가운데 프랑스, 스페인, 아랍, 영어의 문자에는 공통점이 있다. 조상이 같다.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인도어, 아랍어, 히브리어 등 전혀 관계가 없을 것 같은 언어들이 같은 조상을 두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말과 글로 나뉘는 언어에서도 글(문자)의 뿌리가 같다. 특히 하나님과 알라와 연관된 히브리 글과 아랍 글의 뿌리가 페니키아 글이라는 것에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오
랜 세월 동안 전쟁이 끊이지 않은 두 종교문화권이 사실상 같은 언어를 써왔다는 것이다.

히브리 민족은 아브라함의 혈통을 이은 자들로 아브라함의 두 아들 가운데 이삭을 통해 명맥을 이어가며, 아랍 글자를 쓰는 이슬람 민족은 아브라함의 또 다른 아들 이스마엘의 후손이다. 결국 이들은 아브라함을 아버지로 둔 배다른 형제다. 성경과 코란에서 말하는 여호와와 알라는 같은 창조주다.

히브리 알파벳과 아랍 알파벳의 기원은 페니키아 문자다. 페니키아인들은 강대국인 이집트와 메소 포타미아의 상형·설형문자를 모두 사용했으며, 기
원전 13세기에 페니키아 자신들의 알파벳을 발명했다. 페니키아 알파벳은 그리스 알파벳과 아람어 알파벳으로 나뉘고 그리스 알파벳은 라틴 알파벳
으로 발전해 유럽 전역에 퍼져나갔으며 현재 공용어로 사용되는 영어 알파벳 즉 로마자로 알려지게 됐다. 아람 알파벳은 히브리, 아랍, 인도 등의 알파벳으로 발전했다.

페니키아 알파벳을 근간으로 하는 문자 가운데 그리스-라틴계 알파벳의 영향력은 크다. 이와 관련해 언어학자, 고고학자들은 “지역적으로도 페니키
아가 지중해 연안의 무역 중심지로 페니키아 문자가 여러 곳으로 퍼졌다”며 “언어가 나뉘는 가운데 그리스-라틴계 알파벳은 ‘성경의 보급’으로 세계
에 미치는 영향이 커졌다”고 설명한다.

기원전 3세기경, 히브리어를 모르는 히브리 민족을 위해 학자 70여 명이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히브리어로 기록된 구약 성경을 헬라어(그리스
어)로 번역했다. 신약 성경은 히브리어가 아닌 헬라어로 기록됐으며, 이후 루터의 독일어 성경, 영국 국왕 제임스 1세가 직접 번역을 지시한 킹제임
스성경 등 알파벳을 사용하는 문자로 성경이 번역 및 보급됐으며 지금은 알파벳을 사용하지 않는 언어로도 번역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베스트셀러
의 왕좌에 올랐다.

바벨탑을 쌓아올리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아 탑을 무너뜨리고 언어를 뿔뿔이 흩은 신. 하지만 많은 사람이 자기 뜻을 알기를 바랐기에 유사한 문
자를 준 것은 아닐까. 바벨탑을 쌓기 이전 세계로 돌아간다면 당시 사람들은 하나의 언어를 사용하지는 않았을까. 몇몇 궁금증을 안겨준 채 문자의
기원을 생각해본다.


페니키아는 어느 지역?

페니키아는 현재 레바논에서 시리아 간 지역을 가리키며, 당시 비블로스(Byblos), 티레(Tyre: 두로), 시돈(Sidon) 등 융성한 도시들이 존재했다. 비블로스란 도시 이름은 파피루스에서 유래됐다. 비블로스 사람들은 지역 특산품인 백향목을 이집트에 팔고 이집트에서 파피루스를 수입해 다른 지중해 연안 도시에 팔았다. 이로 인해 ‘파피루스→비블로스→Bilio(책의)’로 어원이 유래됐으며, 현재 성경을 뜻하는 바이블(Bible) 역시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