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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 읽지 않는 종교인,

가르침대로 살지 않는 신앙인


글 정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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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펴낸 ‘한국인의 종교 1984~2014(1984년, 1989년, 1997년, 2004년, 2014년 제5차 비교조사 보고서)’는 한국인의 종교 실태를 비롯해 종교관과 가치관, 종교 관련 이슈에 대한 여론 등을 종합적으로 알아볼 수 있는 자료로 큰 관심을 끌었다. 그중 종교인의 신앙 계기와 개종 경험, 신앙의 이유와 목적 등을 살펴보고 종교의 근본 교리가 담긴 경전의 의미와 가치를 생각해보고자 한다.
 



한국갤럽은 지난 1984년부터 2014년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한국의 종교 실태에 대해 다각도로 조사를 실시했다. 이번에 발표된 보고서에는 2014년 현재의 모습뿐 아니라 지난 네 차례의 조사 내용까지 담겨 30년간 한국인의 종교 의식 변화 추세를 비교해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한국의 종교인들은 그동안 어떻게 변해왔을까?

먼저 2014년 조사에서 전체응답자(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500명)의 반(50%)이 종교인으로 나타났다. 그중 불교인은 22%, 개신교인은 21%, 천주교인은 7%였다. 지난 30년간 변화 추세를 살펴보면 불교인은 1984년 19%, 1989년 21%, 1997년 18%, 2004년 24%, 2014년 22%로 증감을 반복했고, 개신교인은 1984년 17%, 1989년 19%, 1997년 20%, 2004년 21%, 2014년 21%로 약간 증가했다가 정체했다. 천주교인은 1984년 6%에서 1989년 7%로 증가한 뒤 2014년(7%)까지 정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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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신앙을 시작한 시기로는 9세 이하(26%)가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30대(21%), 20대(19%), 40대(16%)로 분산됐으며, 10대(12%)와 50세 이상(6%)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신앙 계기는 ‘타인의 전도(가족 포함)’가 46%, ‘스스로 필요해서’ 33%, ‘모태신앙’ 22%였다.

결국 한국인의 절반 정도는 종교인이고, 불교와 개신교, 천주교의 3대 종교를 믿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불교와 개신교의 교세는 비슷하고 천주교인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는 지난 30년간 큰 차이가 없었으며 불교의 경우 증감을 반복해왔다. 처음 신앙을 시작한 시기는 10대와 50대 이상을 제외한 전 연령대에 고른 분포를 보였다. 전도나 모태신앙 등 타인에 영향을 받아 신앙을 시작한 경우가 68%였고, 스스로 종교의 필요성을 느껴 신앙을 갖게 된 경우도 33%였다.


종교 의미보다 현세의 만족 구해

다른 종교를 믿다가 종교를 바꾼 개종 경험률은 1980년대에 20%에 가까웠으나 지금은 10%로 감소했다. 이는 종교 간 유동성이 전체적으로 줄었음을 의미한다. 종교별로 보면 개종 경험을 가진 천주교인은 지난 1984년부터 2014년까지 20%를 넘어 2004년에는 30%에 육박했으나 이번에는 17%로 처음으로 20%를 밑돌았다. 불교인과 개신교인은 약 10%로 비슷했다. 개종 경험이 있는 종교인은 과거에 개신교를 믿었던 경우가 52%로 가장 많았고 불교 33%, 천주교 10%였다. 이는 지난 30년간 거의 유사한 경향으로 개신교에서 타 종교로 개종한 사람이 가장 많고 상대적으로 천주교가 가장 적었다.

비종교인의 과거 신앙 경험률을 살펴보면 35%가 종교를 믿은 적이 있었다고 답했고, 가장 최근 기준으로 어떤 종교를 믿었는지 물은 결과 68%가 개신교, 22%가 불교, 10%가 천주교라고 답했다. 갤럽은 개신교가 불교나 천주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젊은 층에 대한 포교 활동에 적극적이며 모태신앙 비율 또한 높아 그만큼 이탈하는 사람도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비종교인이 종교를 믿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관심이 없어서(45%)’였고 그 다음으로 ‘종교에 대한 불신과 실망(19%)’ ‘정신적·시간적 여유가 없어서(18%)’ 순이었다. 또 종교별 호감도를 조사했을 때 불교(25%),천주교(18%), 개신교(10%) 순으로 나타났다.

종합해보면 개신교인의 이탈률이 가장 높고 호감도는 가장 떨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목회자의 비리나 부도덕성, 교회 내 갈등과 논란 등 부정적 요소들로 개신교의 신뢰도가 크게 떨어진 것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한편으로 ‘관심이 없다’는 대답이 절반 가까이 나와 종교에 대한 무관심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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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의 신앙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도 이와 일맥상통하는데 ‘죽음 다음의 영원한 삶을 위해서(14%)’나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서(10%)’ 등의 종교적인 답변보다는 ‘마음의 평안을 찾기 위해서(60%)’ ‘복을 받기 위해서(15%)’라는 세속적인 이유가 더 많았다. 즉, 종교의 참 의미와 가치보다는 현세의 안정과 위로를 위해 종교를 찾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는 것을 나타낸다.


종교인, 열에 일곱 “경전 거의 안봐”

종교인의 의식을 파악하기 위한 종교적 성향(종교관) 조사에서도 뜻밖의 결과가 나타났는데, 이를테면 기독교의 기본 교리라 할 수 있는 ‘창조설’과 ‘절대자의 심판설’에 대해 긍정하는 천주교인은 각각 45%, 38%밖에 되지 않았다. 개신교인의 비율은 조금 높은데 창조설에 대해 59%, 심판설에 대해 61%가 긍정했다. 반면 불교적 성향을 알 수 있는 ‘윤회설’을 믿는 개신교인은 34%, 천주교인은 29%로 높게 나타났다. 이 숫자는 윤회설을 믿는다고 답한 불교인 38%와 비교해도 비슷한 수치다.

종교에 대한 관심이 전반적으로 떨어지고 신앙의 이유도 현세의 만족에 치우치는 모습을 보이는 요즘, 절대신의 창조설·심판설을 믿지 않거나 불교적 윤회설을 믿는 기독교인이 늘어난 것은 한국의 문화적 전통이나 현대의 다문화적 삶 속에서 다종교적 성향을 가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인은 집에서는 유교적이고, 밖에서는 기독교적이며, 재난을 맞아서는 무속적이고, 죽음 앞에서 불교적이다’는 말처럼 다종교 사회에서 하나만의 종교 성향을 지닌 종교인은 많지 않다. 그러나 각 종교의 근본 교리가 담긴 경전을 읽는 빈도와도 무관치는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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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에게 본인이 현재 믿고 있는 종교의 교리가 실린 책이나 경전(성경이나 불경 등)을 얼마나 자주 읽는지 물은 결과 ‘읽는다’고 답한 경우 ‘가끔 생각날 때 읽는다(34%)’ ‘일주일에 1번(15%)’ ‘하루에 1번(11%)’ ‘일주일에 3~4번(8%)’ 순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전혀 읽지 않는다’는 응답도 32%나 나왔다.

일주일에 1번 이상 경전을 읽는 경우를 비교적 자주 읽는 사람이라고 가정하면 전체 종교인의 34%가 이에 해당한다. 매주 경전을 읽는 종교인의 비율은 1984년 28%, 199년 33%, 2004년 26%, 2014년 34%로 조사 때마다 소폭 오르내렸다.

이는 다시 말해 경전을 거의 읽지 않는 비율이 66%로, 전체 종교인의 70% 가까이가 경전을 거의 보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종교별 경전을 전혀 읽지 않는 비율은 불교인 48%, 천주교인 30%, 개신교인 16%순이었다. 반면 매주 경전을 읽는 비율은 개신교인 56%, 천주교인 39%, 불교인 11% 순이었다. 지난 30년간의 변화를 살펴보면 대체로 큰 차이가 없으나, 천주교인 중 ‘전혀 읽지 않는다’는 응답은 1984년 11%에서 2014년 30%로 크게 늘었다. 이는 전례(典禮; 미사 의식이나 성만찬, 교회 절기 의식 등)를 중심으로 하는 천주교의 특성이 많이 반영된 듯하다.

종교인 열 명 중 일곱 명은 경전을 거의 보지 않는다는 결과는 신앙의 목적을 현세의 안녕 추구에 둔다거나 자신이 믿는 종교의 핵심 교리를 믿지 않는 비율이 높아진 것과 무관치 않다. 종교의 참 의미를 찾아 따르는 종교인보다 다른 이유로 종교를 찾거나 개종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다.

개신교계의 원로인 국제기독교선교협의회 총재 이기철 목사는 경전을 읽지 않는 현 실태에 대해 “요즘에는 교회에 가도 (예배시) 스크린에 성경 구절과 찬송가가 다 나오고 읽다보니 성경책을 가져가지 않는 교인들이 많다”며 “예전보다 성경을 직접 읽는 사람들이 줄어들었다. 말씀을 보고 묵상해야 하는데 생활이 바빠지고 편리와 간소화를 추구하다 보니 성경을 멀리하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이 목사는 “종교인이 성경을 봐도 그대로 실천하지 않으니 교회의 대사회적 영향력이 없다”며 “(종교 안에서도) 돈을 찾고 물질만능주의로 가고 있다. 자기 행복주의, 자기 이기주의에 빠져들게 된다”고 경계했다. 그는 “다시 하나님의 말씀(성경)을 중심으로 해서 살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