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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목소리 담은 캘리그래피

글 김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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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그래피가 대세다. 소주, 책 제목, 영화 등 영역을 넘나들며 광고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캘리그래피는 사실 이슬람의 오랜 문화다. 우상을 숭배할 수 없기에 글씨로 아름다움을 표현해야만 했던 모슬렘. 이들의 삶 속 깊이 녹아든 캘리그래피를 들여다보자.


이슬람 문화권에서 글씨는 매우 중요한 예술 소재다. 다른 문화권과 달리 살아있는 대상을 그리고 조각하는 것을 부정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이슬람교의 경전 코란에서는 초상화 자체를 우상으로 여긴다. 우상 숭배가 허락되지 않는 이슬람교에서는 초상화를 집에 걸어놓아서는 안 된다. 무함마드(마호메트)의 언행록인 하디스에서는 생물을 묘사하는 것을 부정한다. 이슬람 종교 건물에 화려한 장식이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코란에서는 예술 창조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오로지 창조자는 ‘하나님(코란 59:24)’이다. 다시 말해 하나님만이 창조자이며 경쟁자를 두지 않는 것이 이슬람교의 법이다. 경전에 따르면 살아 있는 대상을 만드는 예술가는 하나님과 불경스러운 경쟁을 하는 존재로 세상 끝에 심판받는다.

무함마드는 사람을 그린 예술가를 ‘가장 나쁜 인간’으로 취급했으며, 이 같은 내용은 하디스에서 찾아볼 수 있다. 무함마드는 “인물화가 걸린 집에 자비의 천사가 들어가지 못하게 방해하는 것”이라며 “인물화를 소유하는 것은 멸시받고 더러운 개를 보유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이유로 이슬람교에서 캘리그래피가 자연스레 생겨날 수밖에 없었다.
   
모슬렘에게 캘리그래피는 신에게 가까이 가는 도구다. ‘만일 지구의 모든 나무가 펜이고 바다(잉크)가 이를 보충해도 하나님의 말씀을 모두 쓸 수 없다(코란31:27)’ ‘펜으로 그들이 쓴 것(코란 68장)’ ‘하나님은 인간이 알지 못하는 것을 펜으로 가르쳐주시는 분(코란 96장)’ 등 유독 ‘쓰는 행위’가 경전 곳곳에 많이 언급됐다. 특히 ‘펜으로 그들이 쓴 것’으로 시작하는 코란 68장에서 ‘펜’은 단순한 펜이 아닌 ‘앞으로 다가올 사건들을 기록하기 위해 하나님이 창조한 첫 대상’이라고 해석한다. 이어 같은 장에는 ‘인류의 모든 행위는 심판의 날에 최종 계산을 앞두고 계산 책에 기록된다(코란 68:18~19)’고 적혀 있다.

쓰는 행위를 코란 여러 군데 기록한 이슬람교이지만, 아랍 문자는 로마의 알파벳보다 훨씬 뒤에 생겨났다. 이슬람교가 등장하기 이전 아랍인은 주로 유목생활을 해왔기에 글보다 말을 선호했다. 코란이 처음 모슬렘에게 전해졌을 때 글이 아닌 말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들은 구전의 한계를 느끼고 문자를 만들어냈다. 그들은 문자를 미화했으며 짧은 시간에 캘리그래피를 발전시켰다.

“비스밀라(하나님의 이름으로)를 아름답게 쓸 수 있는 자는 헤아릴 수 없는 축복을 얻을 것!”

“비스밀라를 아름답게 쓸 수 있는 자는 천국에 들어갈 것!”

하나님의 신성한 말씀이 담긴 코란은 이슬람 캘리그래피의 출발점이다. 이슬람 캘리그래피의 전성기는 9~10세기였다. 특히 캘리그래퍼 이븐 무클라(Ibn Muqla)는 캘리그래피 법칙을 세워 툴루스, 나식, 무하칵, 라이하니, 타우키,리카 등 흘려 쓰는 형식의 여섯 문체를 발명했다. 이븐 무클라 이후에도 캘리그래피를 연구하는 캘리그래퍼들이 등장해 많은 문체를 고안해냈다. 현재도 이슬람 캘리그래퍼들은 아랍 문자의 예술적 완성을 위해 인정받은 문체의 원칙에 따라 변형과 창조를 이뤄내고 있다.

캘리그래피는 모스크 등 이슬람 건축, 코란, 화폐 등에 적용된다. 이슬람 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예술이다. 신성한 내용을 글씨로 나타내 삶에서 신과 함께하고 싶어 하는 모슬렘. 신의 축복을 받고 싶어 하는 그들의 바람이 지금도 전해진다.


토막 상식 1

캘리그래피는 이슬람 문화권에서 비롯됐을까?

캘리그래피(Calligraphy)는 ‘아름답게쓰다’라는 뜻으로 서예 및 모든 서체를 가리킨다. 캘리그래피의 발생지는 한자 문화권, 서양 문화권, 이슬람 문화권으로 크게 세 곳이다. 각 문화권의 캘리그래피는 ‘문자 활용’에서 그 뜻을 같이 하지만 형태는 다르게 나타난다. 이는 글 쓰는 방식과 사용되는 도구, 미의식과 표현 유형이 다르게 나타나고 캘리그래피에 대한 문화·종교·정치적인 것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토막 상식 2

이슬람교는 언제, 누구로부터 시작됐을까?

이슬람교는 7세기 초 무함마드(마호메트)가 세운 종교다. 이슬람은 아랍어로 ‘평화’ ‘청정’ ‘건전’ ‘안전’ ‘순종’ ‘복종’을 의미한다. 하나님의 뜻에 대한 완전 복종과 그의 법에 대한 순종이다. 이슬람교에서 하나님의 성호는 ‘알라’다. 하나님은 오직 한 존재이며 전지전능하다. 이슬람교의 경서 코란은 하나님이 천사 가브리엘을 통해 23년간 예언자 무함마드에게 내린 가르침이다. 코란은 114장으로 구성됐다.

무함마드는 아랍 지역에 이슬람 국가를 세웠으며, 그의 추종자들을 칼리프라고 했다. 632년 무함마드가 죽고 30년 후, 이슬람 국가는 세 번째 권력자인칼리프 우트만의 추종자와 네 번째 권력자인 무함마드의 사위 칼리프 알리 사이에 분쟁이 일어났다. 우트만의 추종자가 만든 수니(Sunni)와 알리의 추종자가 만든 시아(Shi'i)로 나누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