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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다 잘 될 거에요(Everything is be alright).”
1975년 밥 말리(1945~1981)의 ‘No Woman No Cry’가
전 세계를 강타했다. 빈민가 여인에게 앞으로 상황이 더 좋아
질 것이라고 위로하는 내용의 가사와 함께 밥 말리의 호소력
짙은 음색이 어우러져 세계인의 귀와 마음을 사로잡았다.
 
라스타파리안, 자유를 외치다
 
레게 문화의 뿌리 ‘흑인 예수’
 
글 김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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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땋은 머리, 깊은 눈동자, 진심이 담긴 목소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충분했다. 지금도 밥 말리는 레게음악의 대부로 그 명성이 자자하다. 그는 라스타파리안 교인으로 자유와 평등, 그리고 세계 평화를 노래했다.

일반인에게 생소한 ‘라스타파리안’. 하지만 레게음악에 관심 있는 이들은 들어봤을 단어다. 라스타파리아니즘으로 더 유명한 라스타파리안은 하나의 종교로 기독교에 뿌리를 두고 있다. 교명(敎名)은 에티오피아의 황제 하일레 셀라시에(1892~1975)의 아명 ‘라스타파리 마콘넨’에서 유래됐다. 성경을 흑인의 편에서 해석해 약 2천 년 전에 등장한 예수와 재림 예수가 흑인임을 주장한다.

라스타파리안은 서인도제도 자메이카를 중심으로 흑인들이 에티오피아의 마지막 황제 하일레 셀라시에를 재림 예수로 숭배하면서 탄생한 종교다. 신약 성경의 요한계시록에 나타난 멸망과 예수의 재림, 재림 예수를 통한 구원의 과정 등이 하일레 셀라시에 1세의 집권 과정과 동일하다고 본 것이다. 황제는 신실한 기독교인으로 이름 ‘하일레 셀라시에’는 ‘삼위일체의 힘’이란 의미가 담겨있다. 그는 헌법 제정, 노예 제도 철폐 등 다양한 방면으로 흑인 인권을 신장하는 데 부단히 애를 썼다.

재미있는 사실은 하일레 셀라시에 황제가 솔로몬과 시바(에티오피아) 여왕의 마콘넨가 자손이라는 점이다(열왕기상 10:1~13). 하나님이 함께하시는 솔로몬 왕을 시험하기 위해 이스라엘을 찾은 시바 여왕은 솔로몬의 지혜에 반해 금 120달란트와 셀 수 없이 많은 향료와 보석을 왕에게 주고 떠났다는 기록을 구약 성경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는 신격화하는 이들에게 “나는 신이 아니다. 사람일 따름”이라고 말했으나 라스타파리안은 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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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타파리안에 따르면 흑인은 성경에서 말하는 선민이다. 이들은 환생한 유대인으로 벌을 받아 악마와 바벨론인 백인의 지배를 받아왔다. 하지만 지상천국이자 흑인의 진정한 고향인 아프리카로 돌아가면서 구원받고, 백인을 다스릴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1953년에 시작된 종교는 20세기 초 목회자이자 인권운동가인 마커스 가비(1887~1940)가 주창한 ‘아프리카로 돌아가기’ 운동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재 라스타파리안 교인들은 아프리카를 여전히 선망하고 있지만 라스타파리안의 초창기보다 그 열기가 덜하다. 적극적인 흑인정치운동, 구약성서에 근거를 둔 아프리카적 형태의 종교적 신비주의로 기울어졌다.

대중문화로 들어온 라스타파리안

레게 문화에서 빠질 수 없는 문화가 길게 땋은 헤어스타일일 것이다. 라스타파리안 남자가 주로 하는 머리 모양으로 ‘드레드락’이라고 한다. 이 같은 독특한 스타일은 ‘신체의 어떤 부위도 잘라내어서는 안 된다’는 교리와 함께 백인에 저항하는 흑인의 의지를 상징한다. 긴 머리를 돌돌 말아 간수하는 것이 대중문화에 들어온 것이다.

라스타파리안이 대중문화로 자리 잡은 것은 드레드락뿐만이 아니다. 레게 문화에 빼놓을 수 없는 색인 붉은색, 노란색, 초록색 역시 라스타파리안에서 비롯됐다. 3가지 색은 라스타파리안을 믿는 이들의 본향이자 안식처인 에티오피아의 국기 색에서 따왔다. 붉은색은 노예의 피, 노란색은 황금, 녹색은 아프리카의 푸른 초원을 상징한다.

많은 라스타파리안은 규율상 순수한 음식만을 먹어야 한다. 그들이 택한 것은 채식이다. 그리고 영적인 지혜를 얻기 위해 마리화나를 피운다. 알코올, 커피, 약물, 담배는 바벨론의 산물로 철저히 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