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마루 | GEULMARU

로그인 회원가입 즐겨찾기추가하기 시작페이지로
글마루 로고


 

영화 <엑소더스>
‘장정만 60만명’ 출애굽시킨
모세의 고뇌 재조명
 
3500년 전 성서 속 기적이 스크린으로 옮겨졌다. 장엄한 스케일, 스펙타클한 효과가 신의 기적을 어
떻게 담았을 것인가? 특히 신에게 선택받은 당시 단 한 명의 지도자 모세! 메소드 연기의 대명사인 크
리스천 베일이 연기하는 모세는 어떻게 그려질 것인가
 
글 강수경
   
02.jpg
 
03.jpg
 
 
‘애굽에 매장지가 없으므로 당신이 우리를 이끌어 내어 이 광야에서 죽게 하느뇨 어찌하여 당신이 우리를 애굽에서 이끌어 내어 이같이 우리에게 하느뇨 우리가 애굽에서 당신에게 고한 말이 이것이 아니뇨 이르기를 우리를 버려두라 우리가 애굽 사람을 섬길 것이라 하지 아니하더뇨 애굽 사람을 섬기는 것이 광야에서 죽는 것보다 낫겠노라 모세가 백성에게 이르되 너희는 두려워 말고 가만히 서서 여호와께서 오늘날 너희를 위하여 행하시는 구원을 보라 너희가 오늘 본 애굽 사람을 또 다시는 영원히 보지 못하리라(성서 출애굽기 14장 11~13절)
 
구약성서를 소재로 모세의 출애굽 사건을 다룬 영화 ‘엑소더스’가 지난달 개봉해 극장가를 뜨겁게 달궜다. 엑소더스는 성서에 등장하는 기적적인 사건을 현대 기술로 소화해 엄청난 스케일의 장관을 화면에 담아내며 관람객의 눈을 만족시켰다.

영화는 큰 맥락에서는 같은 줄거리를 담고 있지만 세부적인 전개에서는 성서의 표현과는 다르게 각색됐다. 이에 성서 왜곡 논란도 일었다.

그렇지만 감독이 주인공 모세를 통해 그려내고자 했던 ‘신에게 택함을 받은 자의 고뇌’에 대한 내용은 눈여겨볼 만하다. 감독은 신이 아닌 인간으로서의 모세의 고충을 조명했다. 출애굽 사건과 모세를 다룬 다른 영화에서는 강조하지 않았던 내용이다.
 
영화에서 모세는 출생의 비밀을 알지 못하고 애굽의 왕궁에서 왕자로서 누릴 수 있는 모든 부귀와 영광을 누렸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고 광야 생활을 한다. 겨우 미디안에서 가정을 꾸리고 안도의 삶을 누려보지만 신의 부름을 받고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애굽으로 다시 떠난다. 또 신의 뜻이 무엇일지 고민하며 히브리 백성들을 구출하기 위해 게릴라 전투를 벌이는 등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한다. 그러나 신의 뜻은 사람의 힘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었다. 결국 신께 모든 것을 맡겨 히브리 백성들을 구출하게 된다.
 
 
04.jpg
 
 
영화에서는 이후 모세가 겪게 될 고충을 복선으로 그렸다. 히브리 백성들은 홍해바다를 눈앞에 두고 극도의 공포감을 표출했고, 모세는 이들을 설득해 바다를 건넜다. 백성들을 이끄는 모세의 얼굴에는 지도자로서의 영광을 누리는 모습보다는 신을 믿지 못하고 순종하지 않는 백성을 감당해야 하는 번뇌가 가득했다. 애굽에서 이끌고 나온 수십만의 이스라엘 백성들을 다스리며 분란을 염려하고 고민하는 모습은 모세 역을 맡은 크리스천 베일
의 연기에 녹아들었다.모세가 기록한 출애굽기 등 모세 5경에는 모세의 고충이 더 상세하게 표현됐다. 모세는 히브리 백성들을 애굽에서 구출해낸 후 엄청난 짐을 짊어져야 했다. 가나안을 점령하고한 나라를 건설할 수 있을 정도의 규모인 백성들을 먹을 물조차 찾기 힘든 광야로 인도했기 때문이다.

백성의 수를 센다는 뜻의 ‘민수기’에는 모세가 출애굽 2년 후 전쟁에 나갈 수 있는 자를 계수한 결과 20세 이상 남자만 무려 60만 3550명이었다고 기록됐다. 이는 12지파 중 레위지파와 여자, 아이, 노인이 제외된 숫자이다. 성서학자들은 당시 인구를 250만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이들은 먹을 것이 떨어질 때마다 모세를 원망했다. 홍해를 건넌 후 광야에서 사흘을 걸어도 물이 나오지 않자 백성들은 모세를 탓했고, 먹을 것이 없어 주리자 또 모세를 원망했다. 이같이 백성들의 불만은 모두 모세에게 향했다. 모세의 고충은 민수기 11장에서 설명된다.
 
06.jpg
 
 
‘주께서 어찌하여 종을 괴롭게 하시나이까 어찌하여 나로 주의 목전에 은혜를 입게 아니 하시고 이 모든 백성을 내게 맡기사 나로 그 짐을 지게 하시나이까. 이 모든 백성을 내가 잉태하였나이까 내가 어찌 그들을 생산하였기에 주께서 나더러 양육하는 아비가 젖 먹는 아이를 품듯 그들을 품에 품고 주께서 그들의 열조에게 맹세하신 땅으로 가라 하시나이까…중략… 책임이 심히 중하여 나 혼자는 이 모든 백성을 질수 없나이다 주께서 내게 이같이 행하실찐대 구하옵나니 내게 은혜를 베푸사 즉시 나를 죽여 나로 나의 곤고함을 보지않게 하옵소서(민수기 11장 10~15절 중)’

모세가 신에게 부르짖어 백성들에게 물을 주고 만나와 메추라기를 먹게 했지만 그들은 표적을 보여준 신을 믿지 않았고, 오히려 금송아지를 만들어 자신들의 신이라고 숭배했다.
 
이에 벌을 받고 신과 언약하지만 그 후에는 더 가관이었다. 목적지인 가나안을 눈앞에 두고 정탐꾼 12명 중 10명의 부정적인 보고를 받은 백성들은 모세와 아론에게 “우리가 애굽 땅에서 죽었거나 이 광야에서 죽었더면 좋았을 것을 어찌하여 여호와가 우리를 그 땅으로 인도하여 칼에 망하게 하려 하는고 우리 처자가 사로잡히리니 애굽으로 돌아가는 것이 낫지 아니하랴”라며 원망했다. 그리고 “우리가 한 장관을 세우고 애굽으로 돌아가자”고 배신하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모세와 아론은 급기야 이스라엘 백성 앞에 엎드렸고, 이 사태를 보고 옷을 찢으며 백성들을 설득하려 했던 여호수와와 갈렙을 오히려 돌로 쳐 죽이려고 했다.
 
성서 기록에 따르면 결국 이렇게 원망한 자들이 전부 광야에서 죽었고, 약속한 땅에는 여호수아와 갈렙, 2세대가 들어갈 수 있었다.

이처럼 모세는 인간으로서 신의 대리자가 되어 신의 뜻을 전혀 알지 못하는 무지한 백성을 이끌어 내며 말 못할 고민을 했다. 영화 엑소더스는 출애굽 사건을 중심적으로 다뤘지만 이후 모세가 겪을 상황을 미리 보여주고자 노력한 흔적이 엿보였다.
 
 
07.jpg
 
 
리들리 스콧 감독은 “전 세계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소재인 만큼,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들을 캐스팅해 제대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에일리언 시리즈와 글래디에이터, 로빈후드, 킹덤오브헤븐 등 블록버스터 영화를 만들어 흥행가도를 이어왔다. 엑소더스도 1억 4천만 달러의 제작비를 투입하며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됐다. 약 4천 명의 엑스트라와 의상팀 300명 포함 700명의 스탭이 동원됐다. 높이 15m 파라오와 스핑크스 조각상은 직접 제작해 13주 동안 촬영했다. 고대 이집트 도시 피람세스 전경은 약 1000명의 스탭들이 남스페인 알메리아에서 8주 동안
길이 1㎞, 너비 1.5㎞의 세트장으로 만들었다.

모세를 다뤘던 다른 작품으로는 1956년 작품 영화 ‘십계(감독 세실 B. 데밀)’, 1998년 작품 애니메이션 ‘이집트 왕자(감독 브렌다 채프먼)’ 등이 있다. 이 두 작품은 각각 6550만달러, 1억 141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한편 동일한 영어제목 ‘Exodus’로 개봉된 영화도 눈에 띈다. 1960년에 개봉한 ‘영광의 탈출(Exodus, 감독 오토 프레밍거)’이다. 폴 뉴먼, 에바 마리 세인트가 주연한 이 영화도 마찬가지로 이스라엘로 지칭됐던 유태인의 탈출기를 그렸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을 배경으로, 이스라엘의 독립을 꿈꾸는 유태인들이 1940년대 말 영국군에 의해 키프러스섬의 수용소에 갇혔다가, 배를 타고 탈출하는 내용을 그린 영화이다. 이 영화의 주제가는 ‘주말의 명화’의 타이틀 곡으로 우리 귀에 익숙하다. 주제가는 1961년 아카데미에서 최우수작곡상을 수상했고, 영화는 스펙타클의 대명사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