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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더 데레사>
낮은 곳에서 사랑하다
 
종교를 초월해 세계인의 존경을 한몸에 받는 마더 데레사. 그의 이야기는 언제 어디서 들어도 마음을 훈훈하게 한다. 가장 낮은 곳에서 사랑을 실천
한 그의 일생을 바탕으로 한 영화 <마더 데레사(2005)>다.
 
글 김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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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갈등과 내전으로 홍역을 치른 1946년 인도 캘커타. 기차역을 걸어가는 데레사 수녀는 길바닥에 누워 있는 한 남자에게 다가간다. 남자와 얼굴을 맞댄 수녀는 바싹 마른 입술을 움직여 간신히 내뱉은 남자의 목소리를 듣는다. “목이 말라요.” 남자의 목소리를 들은 수녀는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은 수녀원이 아닌 길거리라는 것을 깨닫는다.

‘어머니’처럼 세상을 품에 안은 성인(聖人) 데레사 수녀의 삶을 그린 영화 <마더 데레사>는 만인의 줄리엣 올리비아 핫세가 주인공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사랑, 먼저 손을 잡는 것

캘커타 빈민촌에 버려진 수많은 아이와 병으로 죽어가는 사람들, 굶주려 죽어가는 이들을 세상은 외면했다. ‘부르심 속의 부르심’을 듣고 길거리로 나온 데레사 수녀는 수녀복 대신 푸른 줄이쳐진 사리를 두르고 낡은 샌들 하나만 신은 채 아이들에게 먹을 것을 주고 아픈 이들을 간호한다. 여기저기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는 그를 보며 동료 수녀는 수녀의 본분을 망각했다며 비난하지만, 이러한 비난은 데레사의 사랑과 열정을 막지 못했다.

처음엔 수녀를 내쫓던 인도 사람들도 점차 수녀의 사랑에 마음을 연다. 수녀는 ‘사랑의 선교회’를 설립해 빈민가 아이들의 보호시설과 의료시설을 만든다. 그의 사랑은 전 세계로 알려진다. 그러나 데레사의 순수한 사랑을 왜곡하는 이가 많았다. ‘사랑의 선교회’에 검은 돈이 유입됐다는 의혹과 아이들을 팔아넘긴다는 기사가 보도되면서 데레사 수녀는 어려움에 빠지고 법정에 서야 할 위기에 놓인다.

마더 데레사의 행보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이들은 “그가 가난과 빈곤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발언 없이 오로지 자선에만 신경 쓴다”고 볼멘소리를 낸다. 그러나 마더 데레사는 어려운 사람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구조적인 문제 해결이 아니라 먼저 다가가 손을 잡는 것이며, 이 단순한 사랑이 결국 세상을 바꾼다는 신념을 안고 ‘가장 낮은 곳에서의 사랑’을 평생 실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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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 데레사(1910~1997)와 인도 캘커타의 운명
 
 
마더 데레사의 속명은 ‘아그네스 곤히아 브락스히야’다. 1910년 유고슬라비아에서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열성적인 가톨릭 신자였던 부모는 그 에게 신앙심을 안겨줬다. 아그네스는 일찌감치 자신의 삶을 하느님께 드리기로 다짐한다. 선교에 관심이 많았던 소녀 아그네스는 열여덟 살이 되던 1928년 로레토 성모 수도회에 들어간다. 이 수도회는 다른 수도회보다 인도 선교에 중점을 둔 곳이다. 수련기간을 마친 후 수도회에서 운영하는 인 도 캘커타(지금의 콜카타) 동부지역 엔탈리에 위치한 성 마리아 여고에 부임한다. 그곳에서 6년간 재직하면서 1937년 종신서원을 통해 마더 데레사 로서 삶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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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30대 중반부터 임종에 이르기까지 데레사 수녀의 인생을 담았다. 종교를 뛰어넘어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내어주는 그에게 마음의 평온을 느낀다. 파브리지오 코스타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50줄을 넘긴 올리비아 핫세가 마더 데레사의 역을 맡았다.

<마더 데레사>는 실은 영화가 아니라 이탈리아에서 만든 TV 시리즈물이었다. 이 시리즈는 유럽 방송 사상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에 영화사 룩스비데가 드라마를 영화로 제작하기로 결정했다. 마더 데레사가 영화로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듣고 올리비아 핫세가 그 역을 맡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데레사 수녀의 다른 이야기

영화 <마더 데레사>가 데레사 수녀의 사랑 실천기라면 영화 <마더 데레사의 편지(2014)>는 그의 고독한 신앙 고백을 담은 내용이다. 줄리엣 스티븐슨이 마더 데레사를 열연한 <마더 데레사의 편지>는 그가 셀레트 반 엑셈 신부(막스 폰 시도)와 50여 년간 주고받은 편지를 중심으로 한 데레사 수녀의 일대기다. 편지에는 지극히 인간적인 마더 데레사가 있다.
 
‘주님의 뜻’에 따라 가난한 자들 곁으로 간 마더 데레사. 하지만 “예수쟁이” “아이들의 영혼을 훔치려는 자”라는 비난을 들어야만 했다. 그때마다 그는 ‘크나큰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 ‘주님에 대한 갈망이 너무 심해 고통스럽다’는 등의 내면 소리를 글로 옮겼다. 영화는 이 같은 번민이야 말로 그가 베푸는 사랑과 헌신의 동력이라고 말한다. 영화 초반에 등장한 ‘마더 데레사는 성인(聖人)인가’라는 질문은 중요하지 않다. 핵심은 마더 데레사가 내면의 고통 속에서도 사랑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실천했다는 데 있다. 그래서 영화는 데레사 수녀가 처한 종교·인종 갈등, 교황청, 언론과의 관계를 극대화하지 않았다.

<마더 데레사의 편지>는 지난 8월 교황 프란치스코의 방한에 맞춰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한 바 있다.

영화 <마더 데레사>와 <마더 데레사의 편지> 모두 데레사 수녀의 이야기다. 지극히 나약한 한사람이면서도 신의 가르침을 온전히 따르려 했던 데레사 수녀야말로 사랑 그 자체가 아닐까. ‘하느님은 세상에서 가장 작고 소박한 것을 좋아하신다’는 데레사 수녀의 말처럼 영화 두 편 역시 작고 소박하지만 감동의 품은 넓고 깊다.
 
 
감상 ★★★☆☆

영화 <마더 데레사>에서 데레사 수녀의 대사 몇몇이 마음에 남습니다. 그중 “그리스도인이면 착한 그리스도인, 이슬람교인이면 착한 이슬람교인, 힌두교인이면 착한 힌두교인이어야 합니다”란 말이 가장 인상적이네요. 21세기이지만 세계 곳곳에서는 종교 갈등으로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죠. 종교는 과연 전쟁을 원할까요? 데레사 수녀의 행적을 한 번 더 되돌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