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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쿨렐레 통해 소외된 이들에게힘이 되고 싶다”
우쿨렐레 전도사 김창수 대표

글 박혜옥 사진 백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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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한국밤벨유케스트라 정기연주회 단체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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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우쿨렐레 연주가 제이크시마부쿠로(왼쪽에서 두 번째)와 함께
 
 
악기 한두 가지는 다뤄야 하는데, 선뜻 어떤 악기를 선택할지 망설이는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악기가 있다. 바로 작은 기타를 연상케 하는 ‘우쿨렐
레’다. 남녀노소 사랑받고 있는 이 악기의 매력을 그 누구보다 잘 설명해 줄 이가 있다. 바로 국내 우쿨렐레 보급 선구자로 꼽히는 한국우쿨렐레음악협회 김창수 대표다. 그를 만나 우쿨렐레의 매력에 대해 들어봤다.
    
 
 
기타와 비슷하지만 크기가 훨씬 작고 줄이 4개인 ‘우쿨렐레’라는 악기가 있다.
최근 몇 년 새 이 악기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 우쿨렐레 예찬가들은 배우기 쉽고 재미있으며 들고 다니기 쉽다는 점을 우쿨렐레의 매력으로 꼽는다. 과연, 우쿨렐레를 선호하는 이유는 뭘까.

‘장난감처럼 생긴 이 악기에서 음악다운 음악이 나올까’라는 생각을 했다면, 오산이다. 4현 악기인 우쿨렐레라는 이 작은 악기에서 동요, 클래식, 팝송, 재즈 등 다양한 장르가 연주되는 순간 각 악기 연주가들의 모습이 영화 필름 돌리듯 머릿속에 떠오른다. 이렇게 다양한 장르가 이 작은 악기에서도 가능한 것이 놀랍다.

몸집이 큰 김창수 대표가 작고 여성스러움을 풍기는 우쿨렐레를 연주하는 모습이 뭔가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은 그가 연주를 시작하면서 사라진 지 오래다. 다만, 통통 튀는 맑고 경쾌한 소리에 매혹 당할 뿐이다.

우쿨렐레 전도사 한국우쿨렐레음악협회 김창수 대표를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김창수 대표는 우쿨렐레를 국내에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 그가 없었다면 오늘날 우쿨렐레가 이만큼 보급될 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는 서울대학교 음대 작곡과를 졸업하고 미국이나 유럽이 아닌 인도로 유학을 떠났다.

“음악을 한다는 것 자체가 대부분 목표가 비슷해요. 말하자면 대학교 교수, 예술의 전당 등 화려한 권위에 집착하고 있어요. 음악을 전문으로 공부하는 사람들이 다 그쪽으로만 지향하면 음악 잘 모르는 사람, 일반 사람들은 누가 케어 해 주나요? 어떤 것이 중요한지 고민을 하게 되면서 내 스스로 다른 세계에서의 고민과 발견을 통해 ‘인도’라는 나라가 하나의 목표 지점이 됐어요.”

인도로 간 그는 바나라시 힌두대학에 적을 둔 채 현지 어린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는 자원봉사를 했다. 인도뿐만 아니라 티베트, 터키, 스페인, 모로코 등 수많은 나라를 여행하면서 수십 장의 세계 민속음악 음반을 제작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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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회 하와이 우쿨렐레 페스티벌 메인 무대에 선 한국밤벨유케스트
 
 
 
이러한 값진 경험은 그가 한국에 돌아온 후의 삶에 큰 영향을 줬다. 그는 한국 사람들에게 외국 음악과 악기에 대해 강의도 해 주고 소개도 했다. 하지만 그 당시 한국 사람들의 외국 문화에 대한 포용력이 상당히 부족했다고 한다.

“이런 와중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 한 것이 아이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머리에서 스쳐 지나간 것이 ‘밤벨’이라는 악기였다. 인터뷰 중 그는 ‘밤벨’이라는 악기를 꺼내 연주를 들려줬다.

‘밤벨’은 원래 ‘앙클룽(Angklung)’이라는 인도네시아 악기다. 낮은 솔에서 높은 미까지 13음을 내는 것이 기본인데,‘대나무로 만든 종’인 까닭에 ‘밤벨’이라고 불린다.

“음악적 인성교육 측면에서 금속성 악기는 잘못 부딪히게 되면 그 파장이 뇌에 전달돼 정서적으로 예민하게 하고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줘요. 하지만 나무에서 나오는 소리는 심성을 부드럽게 해 주고 따뜻한 감성을 주죠.”

그는 음악적 신념이 있다. 바로 단계적으로 배워야 자연스럽게 음악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신체나 북과 같이 손으로 두들길 수 있는 악기를 다루는 것이 먼저다. 그리고 나서 단계적으로 다른 악기를 배워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한 예로 국가에서 전통음악 ‘국악’을 장려하다 보니깐 아이들이 장구 등 사물놀이를 배워요. 국가적으로 보면 전통성 살리는 좋은 일일 수 있지만, 너도 나도 무리하게 안 되는 악기를 배우는 것일 수도 있죠. 그런 악기들은 나중에 얼마든지 배울 수 있어요. 그 전의 단계에서 할 수 있는 단계적인,
기초적인 것이 중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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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쿨렐레를 아이들 교육용 악기로 선택해 보급 교육하는 것이 예술의 전당에서 목에 힘을 주는 것보다 훨씬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지위 명예가 높지 않더라도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떳떳히 말할 수 있어요”
 
 
김 대표는 이를 위해서는 먼저 유치원이나 학교 선생님들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했고, 현재 그가 가르친 교사만 해도 11만 명이 훨씬 넘는다.

그는 말한다. “단계적인 교육을 받은 아이들에게 좀 더 총체적인 음악 악기가 바로 우쿨렐레에요.”

그는 우쿨렐레가 아이들에게 상당히 필요한 교육이라며 10년전부터 이를 알리기 위해 힘써 왔다. 그 당시 아무도 관심이 없었던 악기가 이제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김 대표는 사람에게 일단 음악에 대한 즐거움을 알게 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우쿨렐레가 ‘딱’이라는 것이다.
 
“처음 배우는 사람 입장에서 바이올린 같은 악기는 문턱이 높아요. 좌절하다가 끝날 수 있어요. 피아노는 아이들한테 스트레스가 될 수 있어요. 옆집 아이가 피아노 잘 치니 우리 아이도 잘 쳐야 한다는 부모님의 만족을 위한 음악이 될 수 있어요.”

그에 따르면 배우기 쉬운 악기인 우쿨렐레는 자신감을 키워주고 음악을 좋아하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

“이 악기를 통해 음악만 배우는 게 아니라, 사회성을 배울 수 있어요. 사람들하고 어울리게 되잖아요. 모임을 가져도 이 악기로 연주를 하면서 같이 노래를 부를 수 있고, 내가 아는 사람 중 우울증을 가진 사람들도 이 악기 시작하면서 좋아지는 것을 많이 봐요.”

그는 한 예로 몇 년 전에 만난 한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 할머니는 친구들이 다 떠나고, 불안하고 적적한 시간을 보내다가 우쿨렐레를 배웠다. 그 악기는 할머니에게 좋은 친구이면서 ‘무슨 연주를 할까’ 등 미래를 생각하게 하는 모습으로 변하게 해줬다고 한다.
 
 

 
 
그의 우쿨렐레 예찬은 계속됐다.

“사회에 기여하는 면도 상당히 커요. 정신적으로요. 하와이에 가서 우쿨렐레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알로하’라고 해요. ‘알로하’에는 의미가 있어요. 배려하고 먼저 인사하고 미소 짓고 서로 사랑하는 알로하 정신. 우쿨렐레 통해 알로하 정신을 알게 돼요.”

그가 단장으로 있는 ‘알로하 우쿨렐레 페스티벌’도 남에 대한 배려와 건전한 ‘알로하 문화운동’을 확대, 보급하기 위한 일환이기도 한다.

지난 2006년부터 매년 개최되고 있는 우쿨렐레 페스티벌은 내년에 10회를 맞는다.

그의 우쿨렐레 페스티벌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러브콜을 받고 있다. 해외 공연을 1년에 2번 정도 간다. 지난 4월 중국에서 초청 공연을 했고 7월에는 하와이로 가서 연주를 한다. 내년까지 그의 스케줄은 꽉 차 있다.
 
또한 그는 최근에 평생교육원을 오픈, 지역 사회에서 음악교육을 꾸준히 시킬 예정이다.

그는 “우쿨렐레를 아이들 교육용 악기로 선택해 보급 교육하는 것이 예술의 전당에서 목에 힘 주는 것보다 훨씬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지위 명예가 높지 않더라도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떳떳이 말할 수 있어요”라며 “음악적으로 소외감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자신감을 줄 수 있는 교육자가 되는 것이 꿈입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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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쿨렐레는 다양한 크기로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모두 즐겁게 즐길 수 있는 악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