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마루 | GEULMARU

로그인 회원가입 즐겨찾기추가하기 시작페이지로
글마루 로고


 

2014년 6월 인물
“한국은 왜 정치문제를 말할 때 먼저 금부터 그을까요?”
서원대 가빈 교수
 
38p.jpg
 
세계의 문화인
 
“한국은 왜 정치문제를 말할 때 먼저 금부터 그을까요?” 
 
서원대 가빈 교수, 이방인이 본 한국사회를 말하다
글/사진 박소영
 
가빈(Garvin. 41) 씨는 서원대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한국말로 하면 이름이 ‘개빈’인데 ‘개’가 싫어서 가빈이라고 불러달라고 해요.” 그의 언어는 유머가 있다. 막걸리를 좋아하고 특히 한국 정치사에 관심이 많다. 그런 만큼 때로는 한국사회에 대한 애정 어린 비판도 서슴지 않는다. 그러다 간혹 듣는 이가 오해할 것 같다고 느껴지면 그는 금세 꼬리를 내린다. 얼굴이 빨개진다.

그가 한국에 온 것은 1996년. 대학에서 아시아 역사 가운데 중국역사를 전공한 그는 공부를 하면서 아시아에 대한 애정을 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첫 여행지는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바로 한국이었다.
 
 
대학졸업 후 모험처럼 떠난 여행

“1996년 모험을 하려고 한국에 왔어요. 강릉에서 1년 반 정도 여행을 하면서 밥벌이로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죠. 그리고 한국에서 지금의 아내도 만나 나중에 결혼까지 하게 됐어요.” 우연히 머문 나라 한국에서 그의 인연의 싹이 텄다.
 
한국무용을 전공한 한국인 아내를 만난 그는 다시 미국으로 건너갔다. 공부를 마치기 위해서였다. 석사과정에서는 정치학을 전공했고, 이후 박사과정까지 밟다가 돌연 로스쿨에 입학했다. 피츠버그대 로스쿨에 들어가 3년간 공부를 마치고 변호사 사무실에서 인턴으로 근무했다. 하지만 가빈 씨는 변호사 일 자체가 체질에 맞지 않았다.

“피츠버그대 로스쿨은 미국에서도 상위 학교에 속해요. 처음에는 정치학 교수를 하려고 공부를 시작했는데 중간에 마음을 바꿨죠. 아마 변호사라는 안정적인 직업에 대한 욕심이 생겼나 봐요. 살면서 공부는 정말 많이 한 것 같아요. 10년 넘게 계속해서 공부만 했으니까요.”
 
그는 미국에서 변호사로 정착할 수도 있었지만 그 길을 접었다. “변호사라는 직업은 경쟁의 연속이에요. 무조건 이겨야 하는 일이죠. 그 사건이 정의와 상관없이 내가 수임받은 사건은 이겨야 해요. 어쩌면 당연한 건데, 이러한 사실이 받아들이기가 힘들더라고요. 그냥 다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승자가 되는 것에 대해 흥미를 못 가진 셈이죠.”
 
 

 
 
 
40p2.jpg
 
 
“일제강점기 때부터 지금까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변하지 않았는데
이에 대해 말하고 토론하는 문화가 많이 없어요.
지적하는 것 자체가 용감한 행동이 돼요. 당연한 건데 말이죠.
구태의연한 이데올로기가 정치적인 문제에 너무 강하게 작동되는 게 이상해요.”
 
 
 
 
 
변호사 생활 접고 한국행
 
그렇게 짧은 변호사 생활을 마치고 그는 2009년 다시 한국에 왔다. 지금은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치면서 소박하게 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세상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은 거두지 않고 있다. 그는 이방인으로서 한국사회를 관찰 중이다.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한국 학생들은 다 가르쳐봤어요. 한국의 교육환경은 굉장히 부자연스러워요. 한 가지 시선만을 강요하는 느낌이 들어요. 한국의 너무 좋은 교육시스템이 오히려 아이들을 가둬놓고 있어요.”

미국 오하이오 주에서 태어난 그는 한국사회의 속도감이 때로는 버겁기도 하다. “한국에서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갖고 있어도, 유지하기가 힘들죠. 사회 분위기 자체가 그렇고, 이념에 대한 문제도 너무 강하게 남아있어서 정치적인 문제는 말을 꺼내기조차 부담스러워요.”
 
그러면서 그는 전라도와 경상도, 북한의 핵무기 개발, 통합진보당 이정희 국회의원, 삼성과 애플사의 스마트폰 싸움에 대해 생각을 밝힌다. 특히 삼성과 애플의 저작권 싸움에 대해 한국언론들은 삼성편을 들고, 한국의 지식인조차 삼성이라는 기업에 대해 애국주의가 발동되는 게 불편했다고. 삼성이나 애플사나 모두 자본을 위해 움직이는 같은 방향성을 가진 다국적 기업일 뿐이라는게 그의 시각이다. 한국 정치에 대한 쓴소리도 이어진다. “일제강점기 때부터 지금까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변하지 않았는데 이에 대해 말하고 토론하는 문화가 많이 없어요. 지적하는 것 자체가 용감한 행동이 돼요. 당연한 건데 말이죠. 구태의연한 이데올로기가 정치적인 문제에 너무 강하게 작동되는 게 이상해요.”

 
한국은 정(情)이 많은 나라
 
가빈 씨의 주요관심사는 인생, 종교, 문화, 정치다. 이에 대해 그는 “4가지는 한판에 있는 퍼즐이라고 생각해요. 동등하게 중요하죠”라고 설명했다. 한국에 살면서 때로는 외로울때도 많다. 그럴때마다 다른 지역을 방문하고 그들이 가진 독특한 문화를 관찰하는 것도 그의 취미생활 중에 하나다. 기회가 된다면 한국의 여러 섬들을 방문해 삶을 경험해보고 싶다고.
 
가빈 씨의 주요관심사는 인생, 종교, 문화, 정치다. 이에 대해 그는 “4가지는 한판에 있는 퍼즐이라고 생각해요. 동등하게 중요하죠”라고 설명했다. 한국에 살면서 때로는 외로울때도 많다. 그럴때마다 다른 지역을 방문하고 그들이 가진 독특한 문화를 관찰하는 것도 그의 취미생활 중에 하나다. 기회가 된다면 한국의 여러 섬들을 방문해 삶을 경험해보고 싶다고.
 
“한국은 정과 신분으로 소통되는 문화가 있어서 좋아요. 하지만 한국인들은 때때로 삶에 대한 태도가 너무 수동적이고 절망적인 일을 너무 쉽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우리들의 삶 주변에 있는 부정적인 요소들을 바꾸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겠죠.”

가빈 씨는 지구에서 사는 이상, 어떻게 하면 우리들의 삶을 증진시킬 수 있을까 고민한다고 한다. 아직까지 그 키워드는 찾지 못했지만 그는 오늘도 부지런히 일을 하고 고민하면서 답을 찾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