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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4시간 일한다
“교보문고에 이탈리아 코너 만들고 싶다”
 
 
안젤로 조에 이탈리아 문화원장은 지난해 가을 부임했다. “올해는 한-이 수교 130주년으로 2배 정도 행사가 많다. 문화원자체 기획뿐만 아니라 외교부가 요구하는 사항 등을 고려해 전체적인 조화가 필요하다. 음악, 영화, 춤 등 분야별로 클래식부터 현대문화까지 소개하려고 한다. 대학과의 연계를 통해 학술교류 및 교환학생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보통 해마다 미술, 책 번역과 심포지엄 등 중점 두는 분야 있었다면 올해는 그야말로 모든 장르를 통해 이탈리아 문화를 소개한다. 안젤로 조에 원장은 “한국에 와서 처음 인상 깊게 들었던 말이 ‘창조경제’다. 창조의 개념을 한국사회 전반에 적용하려는 시도가 눈에 띄었다. 올해 행사들은 굳이 맞
추자면 창조경제 콘셉트라고 할까.(웃음) 사실 창조는 최고의 가치다. 예술이 갖고 있는 가치들을 잘 전달하고 싶다”라고 설명했다.

안젤로 조에 원장은 하루 24시간 중 14시간 정도를 일하고있다. 이탈리아 문화원이 위치한 한남동 외에는 아직까지 서울을 돌아보지 못했다고 한다. 그만큼 일이 많다는 것. 그는 “원장으로 있는 동안 이탈리아 문화에 대해 바른 지식을 알리고 싶다. 내가 이 자리를 떠나더라도 문화원에서 이뤄진 많은 행사들을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이탈리아의 음악가, 미술가에 대해 한번쯤은 들어봤다고 할 정도로 일을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문화원장의 임기는 5년. 그가 한국에 있는 동안 이루고 싶은 또 하나의 꿈은 교보문고에 ‘이탈리아 코너’를 만드는 것이다.

“단테가 등장했던 13세기 이탈리아 문학은 유럽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스페인, 일본, 독일 문학에 대한 코너는 서점에 있는데 이탈리아 코너는 아직까지 보지 못했다. 이탈리어를 전공한 한국의 교수들이 이태리 서적 변역에 더욱힘써주면 고맙겠다.”
 
 
이탈리아 문화 왜 생소할까

이탈리아는 한국인이 선호하는 관광지이나 이탈리아 문화는 아직까지 생소한 면이 많다. 수교한 지 100년이 넘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안젤로 조에 원장은 “부임한 지 얼마 안 돼 정확하게 진단하기는 어렵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3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첫째 독일이나 미국에 비해 이탈리아와 한국 간에 경제적인 교류가 활발하지 않았고, 두 번째로는 이탈리아어가 한국의 대학에서 활발하게 교육이 되지 않았다. 세번째 이탈리아어는 오페라 등 특정 장르의 고유 언어나 뉴욕의 문화인들이 배우는 언어정도로 인식돼 거리감이 있지 않았나 싶다”라고 말했다.    

안젤로 조에 원장은 문화전반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자랑한다. 대학에서 언어학을 전공한 그는 바티칸에서 고대서적을 읽고 해석하는 공부를 했다. 이후 프랑스 소르본 대학에서 기원전 3세기 천문학자인 아리스타르코스(Aristarchos ofSamos)의 <태양과 달의 크기와 거리에 관하여>라는 논문에
대한 해석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로마에 있는 사피엔차 대학에서 2년간 현대미술과 큐레이터학을 배웠다. 안젤로조에 원장은 그리스와 라틴어를 오랫동안 대학에서 가르쳐왔고, 슬로바이카대학에서는 학장으로 그리스 문학을 강의했다. 고대의 언어부터 현대미술의 개념 언어까지 꿰뚫고 있는 그는 듣고 표현할 수 있는 언어만 4가지다. 불어, 이태리어, 그리스어,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한다. 이외에도 일본어, 독일어, 스페인어는 듣고 말할 수 있지만 쓰지는 못한다고 한다. 어쩌면 5년 후엔 그는 한국말로 유창하게 이탈리아 문화를 소개할지도 모른다.

 
언어학, 과학, 미학으로 관심 넓혀져

그는 이미 통번역에 관한 책을 여러 권 냈고, 2015년에는 아리스타르코스에 대한 책을 프랑스에서 낼 계획이다. 이 책은 영어로 번역돼 미국에서도 나올 예정이라고.

아리스타르코스는 그리스 사람으로 지구 대신 태양이 우주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으며 지구는 그 둘레를 하루에 한 번씩 자전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1년에 한 번 태양을 도는 공전을 한다고도 말했다. 기원전 3세기, 이러한 이론도 그 시대 사람들로부터는 비웃음을 살 뿐이었다. 피타고라스정리를 동원해 지구와 달, 태양의 거리를 계산하고, 지구와 달의 상대적인 크기를 추측했다.

그는 고서를 읽으면서 과학에 관심이 갔고, 자연스럽게 미학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과학뿐만 아니라 미술에서도 숫자로 표현하는 고유의 방식이 있기 때문이란다. “미술은 형체, 선, 색으로 표현한다.” 이처럼 안젤로 조에 원장은 천문학과 언어, 인문학과 과학 등 다방면에 관심이 많다. 이렇게 화려한 이력이 있어야만 이탈리아 문화원장이 되는 것일까. “이탈리아 문화원장은 지원을 통해 선정돼 오게 된다. 이전 원장들도 대부분 한 분야의 학위를 갖고 있다. 외교부가 판단해 적임자를 보낸다. 그동안 캄보디아, 라오스, 싱가폴, 홍콩 등에서는 일한 경험이 있지만 동북아시아에서는 처음 일을 한다. 가고 싶은 곳을 순위별로 적어내는데 내 경우는 한국이 1순위였다.”

안젤로 조에 원장은 한국의 문화에 대해 관심이 많다. 그리고 발전가능성을 높게 본다. 특히 젊은 미디어 아트 작가인 한경우, 박정기 씨를 좋아하고 실제로 작품까지 구매했다. “20세기 박수근 선생의 그림도 구매하고 싶지만 너무 고가라 소장하기는 어렵다. 그런 그림은 박물관에 가서 보는 데 만족해야 한다. 현대미술이 베이징, 도쿄가 중심이라고 보는 이들이 많지만 앞으론 한국이 가교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중심지가 이동할 것이다.” 한국의 전통과 장인에게도 눈길이 간다. 자개와 도자, 한옥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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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이 베이징, 도쿄가 중심이라고
보는 이들이 많지만 앞으론 한국이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중심지가 이동할
것이다.”
 
 
 
 
 
 
 
 
 
 
국제 행사 확실한 콘셉트 필요해
 
 
올해 이탈리아문화원은 통영국제음악제, 대구사지비엔날레, 부산국제어린이영화제,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서울국제음악제. 서울리빙디자인페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등 국내 굵직한 행사들과 연계해 이탈리아 문화를 소개한다. 최근에는 청주시 문화재단과 협약(MOU)을 맺기 위해 아이디어를 주고 받는 상태다.
청주시는 1999년부터 2년마다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를 개최해오고 있으며 2007년엔 주빈국으로 이탈리아를 초청해 주제 전시를 연 바 있다.

그는 “한국 사회가 문화에 많이 투자하고 관심을 갖는 것은 긍정적이다. 다만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려고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확실한 큐레이팅이 필요하다. 방문객을 잘 이해하고 동선과 공간의 문제, 정확한 콘셉트를 통해 이해할 수 있는 전시회를 보여주면 좋을 것 같다. 국제적인 감각이 있는 큐레이터를 데려오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안젤로 조에 원장은 이번에 직접 큐레이터로 나선다.
‘우리는 결코 근대적인적이 없었다(We have never been moden)’이란
주제로 송은아트스페이스와 함께 공동 기획 전시를 5월 8일부터 8월 9월까지 연다.  안젤로 조에 원장은 “여기서 말하는 근대성이란 이 지구의 모든 지역에서 이성적으로, 그리고 획일화된 방식으로 진행되는 진보라고 말하고 있다. 이 전시회는 세대를 뛰어넘어 각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연결해 주는 공통적 요소들에 따라 몇 개의 섹션으로 나눴다. 다른 환경, 건축, 미디어, 문학, 철학, 인류학, 사회과학 및 시각예술과 인접한 예술 분야들을 아우르고,
이탈리아 태생의 젊은 예술가들에게서 나타나는 미학적 변화와 표현 방식을 엿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