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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순간 최선을
다해준 엄마에 대한
감사함 담았죠”


글. 박선아 사진. 박선혜 제공. 김윤정 작가



“어릴 때는 밤이 무서워 엄마의 손을 꼭 잡고 잠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아이의 손을 잡아 주는 엄마가 되었습니다.
엄마가 되고 나니,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게 되고,
들리지 않던 것들이 들리게 되었습니다.
긴 시간 동안 메아리 없는 대화로 외로웠을 엄마에게 미처 전하지 못한 말들을
이 책을 빌어 전합니다.
엄마의 손이 주는 ‘선물’이 이 책을 담아가는 독자에게도
‘선물’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엄마의 선물> 저자 김윤정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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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조금은 독특한 책이 있다. 종이와 투명한 OHP필름을 활용한 아주 특별한 책이다. 표지부터 펼쳐보고 싶게 만드는 책. <엄마의 선물>이다.

“엄마는 나를 기르는 매 순간 최선을 다했다는걸 이제 알겠어요.”

김윤정 작가는 어린 시절 어머니를 떠올리며 아련한 표정을 지었다. 김 작가는 얼마 전 출연한 라디오 방송 중에도 엄마 얘기를 하다 울었다며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김 작가는 지난 4월 이탈리아에서 열린 ‘볼로냐 아동국제도서전’에 참가했다. 참석을 위해 출국하기 하루 전날 엄마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와중에도 엄마는 딸이 걱정할까봐 자신의 아픔을 숨겼지만, 남동생이 소식을 전해왔다.

“전에 친정 엄마가 두 번 정도 쓰러지신 적이 있어요. 그래서 친정 근처를 많이 벗어나지 못했어요. 2014년 도서전을 준비하고 있을 때 제가 바쁘니까 엄마가 생신 때 직접 찾아오셨어요. 옆에 있는 엄마 손을 보는데 문득 ‘엄마를 위한 특별한 선물 같은 책을 주고 싶은데 엄마는 나를 못 기다려 줄 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죠.”

더 늦기 전에 엄마에게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던 김 작가는 책 작업을 위해 먼저 엄마에 대한 이미지를 적어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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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함, 아늑함, 말없이 지켜주는 모습…. 그리고 어느 날은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보는데, 이 창문이 우리 엄마 같은 거예요. 창문을 통해 햇볕이 따스하게 들어오는데 창문 밖은 바람이 세고차잖아요. 엄마는 저런 역할을 했었구나. 그리고 나는 엄마라는 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커왔구나 싶었죠. 그때 이 책의 구조를 떠올렸어요.”

이렇게 탄생한 <엄마의 선물>은 조금 독특한 그림책이다. 종이와 투명한 OHP필름이 번갈아 가며 구성됐다. OHP필름에는 무채색 손이 그려져 있는데, 필름을 넘기면 손이 아이 그림과 겹쳐지면서 새로운 그림이 완성된다. 빗속에 있는 아이의 그림 위에 OHP필름을 겹치면 엄마의 손이 비를 막아주는 모습이 되고, 하늘을 나는 아이의 모습에 필름이 겹쳐지면 엄마의 손이 아이의 날개가 되어주는 식이다.

“OHP필름이 바깥으로 갈 때는 반대로 보이잖아요. 일종의 거울 효과를 활용한 책이죠.”

OHP필름에 인쇄된 손은 실제 손을 찍은 사진에 컴퓨터 효과를 줘서 나타냈다. 그림과 어울리는 손을 찾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제 손을 넣어봤는데 마디가 굵고 질감도 거칠어 보이더라구요.”

자애롭고, 따스한 엄마의 손을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손 사진을 찍어서 작업했고 시행착오를 거쳐 조카아이의 손, 남편의 손, 아들의 손을 담았다. 엄마를 위한 동화책 <엄마의 선물>을 받은 엄마의 반응은 어땠을까?

“엄마는 ‘책이 왜 이러냐’고 하셨어요(웃음).”

그도 그럴 것이 엄마가 받은 책은 불량품이었다. 처음 ‘엄마의 선물’은 OEM(주문자위탁생산) 방식으로 중국에서 만들었는데, 완성된 책을 보니 3000권의 책 종이가 전부 쭈글쭈글했다. 내지인 종이와 필름의 성질이 달라 발생한 인쇄 사고로 전량을 폐기해야 했다. 결국 더 두꺼운 종이를 사용하는 등 심혈을 기울여 올해 책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었다.

“올해 볼로냐에 갔을 때 프랑스 출판사 관계자가 ‘이 책(엄마의 선물) 어디서 만들었냐, 굉장히 잘 만들었다’고 하더라고요.”

진심은 통했다.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한 백발의 외국인은 책을 보고 감동해 동료들을 데려왔고, 화가로 활동 중인 이탈리아 남성도 자신의 아내를 데려와 책을 읽어줬다고 한다. 또 한 할머니는 갓 부모가 된 딸에게 선물하고 싶다고도 했다. 엄마를 향한 김 작가의 마음이 담긴 <엄마의 선물>이 읽는 이들에게 자연스레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게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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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김 작가의 <엄마의 선물>은 <빨간 선물(The red)> <친구(Friend)>와 함께 중국, 프랑스, 영국, 아르헨티나, 스위스, 미국, 터키, 오스트레일리아 등 8개국에서 출판이 검토되고 있다.

김 작가의 정성과 사랑으로 가득한 책 <엄마의 선물>은 2015년 ‘볼로냐북페어’에서 <Message of hands>라는 이름으로 국외에서 먼저 주목 받았다.

2010년 동화책 <똥자루 굴러간다(국민서관)>로 데뷔한 김 작가는 <아이스크림 똥(살림어린이)> <엄마의 선물(상수리)>을 펴냈다. 본래 만화를 그렸던 그는 아이를 기르며 그림동화책을 자주 접하다 보니 “내 아이가 정말 좋아하는 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그림동화책을 쓰게 됐다.

김 작가는 현재 ‘젊은그림책작가연대’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