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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강치’

돌아오게 해야죠


글, 사진 박선혜



“살아남아 있다는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개량 번식을 통해 원형 복원할 수 있는 희망이 있어요.
독도 수중 동굴에 몇 남은 뼈가 그 답이죠.”



우리나라 동쪽 끝을 지키고 선 독도. 오래 전 독도는 ‘가지도(可支圖)’라 불렸다. 가지도는 바다가제가 많았다는 유래에서 비롯된 말이다. 여기서 바다가제는 독도에 서식하던 ‘강치’를 말한다. 강치는 헤엄치기 좋게 지느러미 모양의 뒷다리와 고운 흰 털을 가진 물개 모양의 동물로, 수명은 20년 정도이며 ‘해려’ 또는 ‘가제’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독도에는 강치가 좋아하는 멸치, 오징어, 꽁치, 고등어 등이 많았다. 그래서 독도는 세상에 둘도 없는 강치들만의 보금자리였다.

조선 후기 문헌에서도 독도에 많은 강치들이 살았다고 전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독도에서 강치를 볼 수 없다. 자취를 감춘 지 이미 오래전이다. 그 옛날 “아윽~ 아윽~”하며 울던 강치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됐다.

물개과 중에서도 가장 몸집이 컸던 강치는 수컷의 몸길이가 최대 3.5m, 몸무게는 1톤을 넘었다고 한다. 강치 한 마리가 소 열 마리의 가치였다는 사실을 일본은 알고 있었다. 실제로 일본 어부가 운영하는 다케시마어렵회사는 한일 병합이 되기 훨씬 이전인 1904년부터 8년 동안 독도에서 강치를 집중 포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1994년 일본에서 발간된 <일본의 포유류>라는 책에 일본 어부들이 독도에서 강치를 포획하는 사진이 수록돼 있다. 일본은 생태계의 보전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암컷, 수컷, 새끼 등을 가리지 않고 남획했다. 포획한 강치의 가죽은 최고급 핸드백에, 강치의 피하지방은 기름으로, 살과 뼈는 비료로 사용됐다. 그리고 일본은 해방 직후인 1951년, 일본 전역과 독도 일대에 강치가 멸종됐다고 발표했다. 1975년 이후부터 독도 강치의 모습은 전혀 볼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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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광공사 사장 임기를 마치고 무작정 독도 강치를 복원하겠다고 뛰어든 이참 (사)한국해양영토협회 회장. 그의 남다른 한국사랑은 멈출 줄 모른다.

아직 구체적인 독도 강치 복원 사업의 계획이 나온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독도 강치를 복원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서 진행한 상황보다는 훨씬 낫다. 뜻을 모은 여러 시민단체의 협조 덕분이다.

지난 달 초, 봄 햇살이 따스하게 내리 쬐던 어느날 오후, 이참 회장이 즐겨 찾는 카페에서 그를 만날 수 있었다. 그의 지인이 운영한다던 카페의 내부 인테리어는 이국적이면서도 아지트 삼고 싶을 만큼 정겨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커피를 즐겨 마시지 않는 기자에게 취향을 물어 보고, 그래도 한 번 맛보면 좋을 거라고 직접 골라 주는 그의 매너는 과연 신사다웠다. 카페에 들른 손님들의 시선이 인터뷰 내내 기자를 못내 부러워하는 눈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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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강치 복원사업에
뛰어 들게 된 계기는.


독도 강치 이야기 자체가 흥미로웠어요. 우리나라 역사의 한 부분이기도 하고. 그리고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었고, 한국관광공사에 있으면서 터득한 것들을 더욱 활용하고 싶기도 했고요. 무엇보다 독도 자체는 예민한 문제일 수 있지만, 독도에 서식하던 강치를 복원하는 것은 외교적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일본은 ‘Japanese sea lion’라 부르며 강치 캐릭터를 만들고, 동화책에서 ‘친구 강치’라며 독도 바다사자 강치를 대대적으로 알리고 있어요. 그러나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재차 강조할 필요는 없어요. 왜냐 하면 독도는 우리 땅이니까요. 예를들어 한국 사람이 외국에 가서 “서울은 우리 땅”이라 외친다면 모두 웃을 수도 있어요. 외국인들로서는 당연한 말을 하는 한국 사람이 우스워 보이는 것이죠. 이런 논리로 독도는 한국의 해양 영토인 것이 분명하고, 혹여 일본에 뺏길까 염려하거나 괜히 역효과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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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도에서 바라 본 서도
 



한국관광공사장 퇴임 후
어떻게 지냈나.


그러고 보니 퇴임 후 바로 독도 강치 복원사업에 집중했네요. 따로 시간을 내서 휴식을 취한 것은 아니지만, 협회 활동을 하면서 뜻을 같이한 사람들과 힐링한 것 같아요. 그리고 독도 강치 복원에 대한 계획은 퇴임 전부터 계속 생각해 왔던 겁니다. 정부에서도 독도 강치 복원 계획을 밝힌 바 있었죠. 더 이상 미루면 안 될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관련 활동을 할 수 있는 사단법인부터 세웠죠.



독도 강치를 어떻게
복원한다는 것인가.


연구가 더 필요한 상황이지만, 독도 강치 DNA(유전자)가 캘리포니아 바다사자와 100%로는 아니지만 거의 일치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바다사자가 길게는 1만㎞ 이상의 활동 반경을 가지고 있다고 하니 거리상으로 독도에 정착한 후부터 환경에 의해 강치와 같은 모습으로 변종이 됐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일부 학자들은 독도 강치를 캘리포니아 바다사자의 변종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1차적으로는 캘리포니아 바다사자를 데려와 독도에 정착하게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지리산 반달곰처럼 다른 지역에서 데려와 ‘반 야생 반 보호’ 상태에서 ‘지리산 반달곰’이라는 상징성을 부활한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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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주인’으로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독도 주인으로서 독도의 생태계를 보존하고, 강치가 살았을 때처럼 환경을 조성해야겠지요. 그래서 한국해양영토협회의 첫 번째 사업인 독도 강치 복원사업이 중요합니다. 정부의 지원을 안받을 수 없는데,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습니다. 우선적으로 그 단체의 활동 내용이 분명히 있어야 정부의 결정과 지원이 내려올 것이기 때문이죠.

한국해양영토협회가 세워진 목적은 삼면이 바다이고 천혜의 해양 자원을 가진 대한민국의 우수성을 찾고, 연구하고, 이를 정부에 보고함으로써 함께 나아가자는 것입니다. 정부가 선뜻 나서지 못하는 부분을 민간단체에서 해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고마운 것이죠. 또한 국민들의 많은 관심이 필요합니다. 독도 강치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도 있습니다. 특히 젊은이들 가운데 그렇죠. 역사를 알아야 미래 설계가 가능하지 않을까요? 한국 문화의 저력은 대단합니다. 역사 하나 하나에 대한 관심은 역사를 알아 가는 동시에 관광 활성화를 통한 우리나라 홍보에 크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앞으로
해양영토협회에서 할 일은.


지금은 독도 강치 복원사업 시작 단계입니다. 다이버(잠수부)들의 협력으로 독도 수중 속에 방치되고 버려진 어망 등의 생태계 위험 요소 청소 작업부터 강치 뼈를 찾아 DNA 분석을 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독도를 관광지로도 더욱 알릴 수 있도록 가까이 울릉도에는 강치박물관(가칭)을 설립한다든지, 독도 수중에서 다이버와 함께 생태계 체험을 하는 등의 관광 상품화를 기획하고 실현한다면 독도를 더욱 많이 알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물론, 관광지로 조성하는 데에는 기본적으로 생태계 보존과 환경 보호가 필수 사항입니다.

1년에 단 몇 번 만 입도를 허락한다는 독도를 더 자주 그리고 언제든지 가보고 싶은 게 국내를 비롯해 전 세계인의 소망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