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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이유 있는
무한도전(無限挑戰)은 계속된다

역사와 문화, 두 날개 달고 대한민국 홍보에 나서다

한국 홍보 전문가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


글 백은영 사진 박선혜 자료제공 서경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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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신여자대학교 교양학부 교수이자 한국 홍보 전문가로 유명한 서경덕 교수. 서글서글한 웃음에 재치 있는 입담, 거기에 건장한 체구까지. 그의 얘기를 듣고 있으면 알 수 없는 힘이 느껴진다. 일본의 역사 왜곡에 끊임없이 반격하고, 세계 속에 대한민국을 알리는 일에 지치지 않는 그의 열정이 전염된 탓일 게다.”



일본 정부가 한·일간 역사문제를 두고 망발을 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이를 반박하는 내용의 보도자료와 영상이 기자들 메일로 들어온다. 동시에 유투브나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삽시간에 전 세계에 관련 영상이 퍼져나간다. 일본이 말도 안 되는 말로 대한민국을 농락하고 전 세계인들을 향해 거짓된 발언을 하면 미리 준비돼 있던 것처럼 바로 반격에 나선다. 바로 한국 홍보 전문가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다.



긍정 바이러스에 전염되다

전염이나 바이러스라는 말은 얼핏 들으면 부정적인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 허나 여기에 긍정이나 행복이라는 단어가 붙으면 그 어감은 180도 달라진다.

한국 홍보 전문가 서경덕 교수. 그가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바이러스, 전염 등의 단어를 붙이고 싶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터뷰를 하며 느낀 그의 인생 코드는 ‘긍정’과 ‘확신’이다.

어쩌면 그가 진행하고 있는 대부분의 프로젝트는 ‘계란으로 바위 치기’로 보일 수 있다. 특히 일본의 역사 왜곡에 반격하는 모습에 혹자들은 “그렇게 한다고 뭐가 바뀌겠어?” “어느 세월에 그 문제들을 다 해결하겠어?” 등의 반응을 보일지도 모른다. 정부도 아직까지 해결하지 못하는 일을 민간단체에서, 그것도 개개인이 나서서 할 수 있겠느냐는 시선도 없지 않다. 20년 전 처음 한국 홍보와 관련된 일을 시작했을 때도, 일본의 역사 왜곡에 반격을 나섰을 때도 그는 실패를 생각하기보다 희망을 내다봤다. 긍정의 힘을 믿었기 때문이다.

인터넷이 발달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서 교수의 대한민국 홍보 프로젝트에 청신호가 켜졌다. 정보와 지식을 책에서 찾기보다 인터넷이나 SNS를 통해 공유하고 습득하는 경우가 많아지다 보니 SNS는 곧 홍보의 장이 됐다. 서 교수 또한 일본의 역사 왜곡을 반증할 때 유투브와 SNS를 적극 활용한다. 그래서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쉽게, 특히 청소년들이 관심을 갖고 찾아볼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 인다. 역사(한국사)에 대해 무관심했던 청소년 및 청년들이 그의 프로젝트를 통해 조금씩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SNS의 순기능이라 할 수 있다.

“몇 년 전 한 뉴스 프로그램을 보다가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한 학생이 ‘야스쿠니 신사요? 젠틀맨 할 때 그 신사요?’라고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대답을 했을 때, 역사 교육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았어요. 이는 역사가 수능 필수 과목이 아니라는 데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역사 교과서 필수과목 만들기 프로젝트도 진행했어요. 많은 이들의 염원과 노력의 결과로 2017년도부터는 한국사가 수능 필수과목으로 지정됐죠.”

서 교수가 ‘한국사 수능 필수과목 선정을 위한 100만 명 서명운동’을 시작한 건 2013년의 일이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배우 송일국과 서 교수가 1호 서명을 하며 시작된 이 운동은 대한민국 전 지역뿐 아니라 일본 우토로 마을을 비롯해 중국 옌볜 지역, 태국 6·25 참전용사 마을, 필리핀 마닐라, 뉴욕 등에서도 진행됐다. 특히 타슈켄트의 고려인들이 동참한 것은 눈여겨 볼만하다. 뉴욕의 경우 유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온라인 캠페인을 벌이는 등 해외동포들의 참여도 한몫했다. 그렇게 석 달 만에 온오프라인을 통해 참여한 인원이 11만 명에 달했다.

당장 내일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손 놓고 있는 것이 아니라 “꼭 될 것”이라는 믿음과 긍정의 에너지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그를 통해 “함께하면 된다”는 긍정 바이러스가 전염되고 있는 것이다.


애국심은 누구에게나 있다

1996년 8월 처음으로 유럽 배낭여행을 떠난 서 교수는 8월 15일 광복절을 기념해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마침 프랑스 파리에 있던 그는 만나는 한국인들에게 “8월 15일 광복절을 기념해 에펠탑 광장에 모이자”고 알렸다. 며칠 뒤에는 지나가던 한국인 여행객이 서 교수에게 같은 메시지를 전했다.

“8월 15일이 우리에게는 광복절이지만 세계인들에게는 세계 2차 대전이 끝난 평화스러운 날이잖아요. 무엇인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한 20~30명 정도 모이면 많이 모이겠다 싶었는데 300~400명 정도가 모인 거죠. 만세삼창에 애국가 1절만 부르려고 했는데, 만세삼백창 정도한 것 같아요. 애국가도 4절까지 계속 반복됐죠.”

지금 생각하면 그때 서 교수가 주축이 돼 진행했던 행사는 일종의 ‘플래시몹’이었다. 행사는 성공적으로 진행됐고 우연찮게 파리로 배낭여행 중이던 경향신문 기자를 통해 대서특필되기도 했다. 서 교수에게 그때의 배낭여행은 대한민국의 위상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됐다. 당시만 하더라도 유럽 배낭여행을 하는 아시아인을 보면 중국인인지, 일본인인지를 물어보지 한국인이냐고 물어본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는 서 교수. 그가 대한민국을 홍보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도 그 즈음부터다. 언론에서는 대한민국이 세계 경제 몇 위에 오른 대국이라고 말하지만 막상 현지에서 느낀 국가 이미지 브랜드나 파워는 그에 못 미쳤다. 그때의 경험은 조경을 전공했던 그의 인생에 터닝 포인트가 됐고, 지금의 한국 홍보 전문가 서경덕을 만들었다. 그가 학부에서 전공한 조경과 대학원에서 공부한 환경생태공학은 문화로 홍보하는 지금의 소프트파워에 하드파워를 접목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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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시마공양탑 하시마섬에서 조금 떨어진 다카시마에 1998년 미쓰비시 광업 주식회사가 세운 ‘공양탑’이다. 탄광에서 사고로 죽은 노동자들을 위해 세운 무(無)연고자 묘지로 각 유골에는 사망자의 이름·출신·사망원인이 적힌 위패가 있었지만 옮기는 과정에서 불태워졌다. 다카시마섬에 방치된 하시마 탄광 조선인 강제 징용 희생자의 넋을 기리기 위해 길을 재정비했지만 다시 폐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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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비판광고사진 일본 정부가 “위안부 강제연행의 증거가 없다”는 입장을 UN에 제출하자 서경덕 교수가 45초 분량의 애니메이션 광고를 제작해 전 세계에 공개했다. 이는 1년 전 배포 후 2차로 진행한 것으로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일본군‘위안부’ 관련 발언과 네덜란드 외무장관 및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성명 등을 추가 삽입했다.
 




1년의 반은 해외출장이 잡혀 있는 데다 한국 홍보 전문가답게 수많은 프로젝트와 홍보 기획 등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그에게 “애국심이 대단한 것 같다”고 말하니 “애국심은 누구에게나 있다”고 답한다.

“애국심이 없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한일전 축구하는데 일본 응원하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라고 재치 있게 말하는 서 교수. 남들과 다른 것이 있다면 말에서 그치는 게 아닌 행동으로 조금(?) 옮긴 것뿐이라고 말한다.

“정치나 사회, 문화적인 부분에서 실망스런 부분이 생기면 당연히 분노하기도 하죠. 하지만 ‘우리나라 왜 이래?’ ‘이게 왜 그럴까?’라고 말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고민했어요. 가령 세계 유명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갔는데 한국어 서비스가 안 돼 있으면 ‘어라? 이게 왜 없지. 한 번 만들어 볼까?’라고 생각하는 거죠. 하다 보니 되고, 되다 보니 재미있고 그렇게 지금까지 꾸준히 해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는 애국심이 유달리 뛰어나 지금의 일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있는 애국심과 아이디어를 그저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 노력한 것뿐이라며 애국심이 남다른 것 같다는 말에 손사래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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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성에 진정성이 더하다

서경덕 교수가 진행하는 대한민국 홍보 프로젝트에는 유독 많은 연예인들이 함께한다. 일명 재능기부. 한류스타들이 함께하는 홍보 프로젝트는 국내외적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일각에서는 연예인들이 이미지 마케팅을 위해 참여하는 것 아니냐고 묻기도 하지만, 그때마다 서 교수는 “아니다”고 딱 잘라 말한다.

“여러 유명인들과 함께 작업하면서 느낀 것은 그분들이 모두 진정성이 있다는 거예요. 이미지 마케팅이라면 한 두 번 하고 말죠. 서로에게서 진정성을 발견했기에 몇 년이 지나도꾸준히 함께할 수 있다고 봐요.”

이영애, 싸이, 송혜교, 송일국 등 유명 한류스타가 그와 함께하는 이유다. 개그맨 이윤석, 서경석 등 많은 연예인들이 주저 없이 재능기부에 나선다. 유명인들의 재능기부뿐 아니라 시민들(네티즌)의 활약과 여러 기업체들이 물심양면으로 한국 홍보 프로젝트에 동참한다.

다시 말해, 대한민국을 홍보하고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는 일에 대한민국이 함께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서 교수가 만들어낸 새로운 문화다.

서 교수가 상대적으로 일본 정부에 대한 영상이나 홍보물을 많이 만들다보니 일본의 극우단체로부터 협박을 많이 받는다. 이제는 이골이 날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독도와 일본군‘위안부’, 강제징용에 대해 끊임없이 영상을 만들고, 홍보물을 제작하는 것은 잘못된 역사를 바로 잡고, 세계 속에 대한민국을 제대로 홍보하기 위해서다. 협박을 받아도 해야 할 것은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신념이다.

지난 1월 일본 정부가 “위안부 강제연행의 증거가 없다”는 입장을 UN에 제출한 것에 대해서는 “그럴 줄 알았다”며 제대로 된 진실을 전 세계인들에게 알릴 수 있도록 계속해서 영상 및 홍보물을 제작할 것을 강조했다. 지난해 무한도전에서 방영돼 화제를 모았던 ‘다카시마 공양탑’ 가는 길을 폐쇄한 것에 대해서도 같은 생각이다.

“일본의 거듭되는 역사 왜곡과 말 바꾸기에 대해서는 오래 전부터 관련 자료와 사진, 영상들을 남겨왔어요. 일본 정부가 꼼짝 못할 자료들을 만들어 국제사회에 알려야죠.”


서 교수는 최근 (재)대한국인 초대이사장을 맡았다. 대한민국의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관으로 정부와 학계, 기업, 민간이 힘을 모아 만든 재단이다. 초대이사장을 맡게 된것에 대해 서 교수는 “아마도 패기를 갖고 열심히 하라고 맡긴 자리 같다”고 말한다. 이어 지금까지 해 온 한국 홍보 프로젝트 외에도 국가정책 연구, 나라사랑 아카데미, 대한국인 예술축전 및 전 세계에 있는 독립운동 유적지에 대한 시설 확충 등 다양한 프로젝트도 계속해서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인다.

올해는 위안부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는 ‘수요학교’도 설립할 계획이다. 우리의 역사에 대해 우리가 먼저 제대로 알고 일본의 역사 왜곡에 맞서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뿐만 아니다. 문화가 있는 날에 맞춰 문화 소외 계층을 직접 찾아가는 ‘문화트럭(가칭 ‘예술 담은 철가방’)’도 계획하고 있다. 그동안 진행했던 한국 홍보에도 더욱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이번에는 한복에 대해 좀 더 집중적으로 홍보할 계획이라고 말하는 서 교수.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이 스스로 홍보하고 다시 찾을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다는 그에게서 긍정, 믿음, 열정 등 수많은 바이러스를 찾았다. 그가 가진 이 바이러스가 국내외 곳곳, 많은 이들에게 전염돼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고, 대한민국을 홍보하는 원동력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