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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은 황제입니다”


세종대박물관, 고종이 입던 황색 곤룡포 진품 최초 공개
세종대, 창립 75주년 맞아 뜻깊은 전시로 한해 마무리

수장고에 오래 보관돼온 진귀한 의복이 세상 빛을 본 순간. 그동안 보지 못했던 특별한 색에 한 번 놀라
고, 그 옷의 주인이 누군지 알게 되니 두 번 놀라는 동시에 가슴 한편이 살짝 저며 온다.


글 박선혜 사진 김서윤 제공 세종대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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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 황제는 황제국의 자주적 의미를 담아 황색 곤룡포를 입었어요. 조선 후기 주변 열강 국들의 간섭 등으로 나라가 매우 어지러웠던 당시에 ‘독립국’을 선언했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였지요. 고종은 황제였거든요.”

조선 제26대 왕 고종(재위 1863∼1907)은 주변의 열강 국들로부터 조선이 독립된 나라임을 확고히 하고자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대한제국 제1대 황제가 됐다. 그리고 황제국의 지위에 맞게 특별히 ‘황색’ 곤룡포를 입었다.

곤룡포는 왕이 평상시 업무를 볼 때 입었던 집무복으로, 조선 세종 때부터 ‘붉은색’ 곤룡포 즉 홍룡포를 입었다. 가슴과 등, 양어깨에 용 무늬를 금실로 수놓은 둥근 보(補)가 달려 있어 ‘용포’ 또는 ‘망포’라고도 불렀다.

고종의 자주 국가 의지를 담은 황색 곤룡포. 고종이 재위 기간에 입었던 황색 곤룡포 진품이 지난해 12월 1~11일까지 세종대학교박물관에서 세종대 창립 75주년을 맞아 특별전시 됐다.


전시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며칠 후 연말이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하문식 세종대박물관장을 어렵게 만나 뜻깊은 대화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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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황제 어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2015년 마지막 달, 조선 왕실과 관련 된 진품을 전시해 많은 관심을 받았다.
여러 면에서 특별한 전시였다고.


2015년은 세종대학교 창립 75주년의 해였어요. 12월이 지나면 꺾어지는 해였죠. 그런데 세종대 총장님이 한해 마무리를 멋있고 뜻있는 행사로 하려는 데 세종대박물관에서 한 부분을 맡았으면 했죠.

세종대박물관에는 4000여 점 정도의 유물이 소장돼 있어요. 몇 가지 특색이 있는데 조선 궁중 유물(황실 유물)과 세종대문화재발굴팀에서 조사한 경기 지역 매장 문화재 등이죠. 그중에서 조선 황실 유물은 전시를 꾸준히 해왔지만 유물의 보존, 관리 문제로 진품을 전시하지 못하고 재현품을 전시해 왔는데 75주년을 맞아 황실 의복 진품을 몇 점 전시하게 된 겁니다.

조선 황실 유물은 1979년 1월에 나라에서 국가 중요민속문화재로 지정해 제반 사항을 갖춰 보존 관리를 해왔는데, 처음으로 진품을 선보였던 것이 매우 의미있는 일이었죠.



전시된 유물은.


왕이 업무를 볼 때 입었던 곤룡포와 황후가 궁중 예식 때 입었던 황원삼, 원삼, 적의, 당의 등의 황실 의복을 비롯해 각종 장신구와 병풍, 항아리, 도자기 등이 전시됐어요.

특히 곤룡포는 고종 황제가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입은 황색 곤룡포로, 국내외에서 처음 공개된 것입니다.

고종 황제는 황제국의 자주적 의미를 담아 황색 곤룡포를 입었어요. 조선 후기 주변 열강 국들의 간섭 등으로 나라가 매우 어지러웠던 당시에 ‘독립국’을 선언했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였지요. 고종은 황제였거든요.



황색 곤룡포가 갖는 의미는.


우리 박물관에 소장된 곤룡포 2벌은 황제를 상징하는 황색으로 만들어진 유일한 것입니다. 고종(1852~1919)과 순종(1874~1926) 대에 실제로 황제가 입었던 진품이죠.

한 벌은 소매가 넓은 활수포이고, 다른 한 벌은 소매가 좁은 착수포에요. 두 벌의 곤룡포 사이에 형태의 차이가 있어 황실 복식의 변천사 연구에 매우 귀중한 자료입니다. 옷에 부착된 둥근 보에는 5개의 발톱을 가진 오조용(五爪龍)을 금실로 수놓았는데, 가슴과 오른쪽 어깨에는 해를 상징하는 빨간색 원형문, 등과 왼쪽 어깨에는 달을 상징하는 흰색 원형문이 있어요.

이러한 황색 곤룡포는 현재까지 조선 왕릉에서 발굴된 사례가 없으며, 우리 역사상 유일한 황실의 복식 유물입니다. 문화재적으로나 역사적으로 매우 가치가 높다고 평가받고 있는 이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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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색 곤룡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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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색 곤룡포 앞 용문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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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색 곤룡포 뒤 용문보
 



의복과 관련된 장신구 유물도 많이 소장하고 있는가.


의복 관련 장신구는 200여 점이 있어요. 조선 황실 유물 장신구는 대학박물관으로는 유일하게 우리 박물관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어요. 의복 이외에 황실 유물들은 전문가 연구를 진행해 조속한 시일 내에 일반인에게 공개할 계획입니다. 조선 황실의 화려함과 뛰어난 장식 기술을 대중에게 알릴 기회가 될 것 같아요.



세종대박물관에 복식 관련 황실 유물이 유독 많다.


세종대학교의 전신이 수도여자사범대학(수도여사대)입니다. 수도여사대는 1970년대 후반에 남녀 공학이 되면서 교명을 바꾸게 됐는데요. 1960~70년대에는 한국의 여자대학으로 유명했어요. 당시에 가정학과가 있었는데, 복식사가 중요한 과목 중 하나였어요. 그때 학교 측에서 황실 상궁들과 인연이 있었고, 상궁들과 궁에서 일했던 분들로부터 황실 의복 등을 기증받게 됐다고 해요. 생각해보면 1940~50년대에는 6·25 전쟁 발발 등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였고, 골동품이나 외국에 팔 수 도 있었을 텐데 우리 문화재의 중요성을 알고 잘 보관하고 있었던 거죠.

수도여사대 측에서 교육용 자료로 활용해 우리 문화의 우수성과 역사를 후손에게 알려주고 싶다는 뜻을 전했고, 상궁 등 궁중 관계자분들과의 이해관계가 접목이 잘 됐던 것 같아요. 조건 없이 기증하는 대신 꼭 학교 측의 교육용 자료로만 활용해 달라고 신신당부했다고 합니다. 덕분에 수도여사대 학생들이 복식사 과목을 공부할 수 있었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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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황실 유물 괘불별전노리개
 



전시 기간이나 횟수를 늘릴 생각은 없는가. 2016년 계획은.


세종대 앞에 어린이대공원이 있어서 매년 4~5월에는 가족 단위 관람객이 많아요. 대학교 안에 있는 박물관이지만 시즌에 맞춰 전시를 기획하고 홍보도 해야해요. 어린이대공원에 들렀다가 세종대박물관으로 관람하러 오게 말이죠.

특히 어린이들은 문화재를 처음 보게 될 것이기 때문에 관람 문화를 통한 체계적인 단계별 교육이 선행된다면 어릴 때부터 우리 문화재를 사랑하는 마음이 싹터 더욱 소중하게 기억되지 않을까 소망해 봅니다. ‘잘 된 홍보’는 대학박물관이 가지고 있는 과제에요.

2016년에는 세종대박물관이 가지고 있는 소장 유물들을 디지털화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대중에게 공개할 토대를 마련할 겁니다. 또 2014년에 도록을 발간했는데, 2016년에도 두 번째 도록을 발간해 전문가와 시민 등에게 자료를 제공할 계획도 있습니다. 세종대와 세종대박물관 입장에서는 매장 문화재를 발굴 조사한 지 15년이 되는 해이기도 합니다. 발굴한 유물들을 선보일 전시를 마련해 매장 문화재의 우수성과 의미도 알리는 게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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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효황후 황후황원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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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 후궁 이씨 광화당원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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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 패옥(중요민속문화재 제4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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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대 역사교육과 문학사 전공
-연세대 사학과 문학석사
-숭실대 사학과 문학박사
-현 세종대학교 역사학과 학과장 겸 박물관장
-전 경기도문화재 전문위원
-문화재청 전문위원
-광진구 문화재위원


하문식 세종대박물관장
“문화재, 남북을 잇는 좋은 자료”


하문식 세종대박물관장은 충북대 역사교육과를 나와 중·고등학교 교편을 잡았다. 이후 여러 여건상 대학원에서 고고학을 공부하며 ‘고인돌’과의 인연으로 문화재 발굴 현장을 종횡무진 했다.

문화재 발굴조사의 일환으로 북한에도 여러 차례 왕래한 하 관장은 “문화재야말로 정치적 논리에서 벗어나 남북의 교류와 민족·문화·역사의 동질성, 공감대를 형성하고 회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자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