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마루 | GEULMARU

로그인 회원가입 즐겨찾기추가하기 시작페이지로
글마루 로고


 

 
먼로의 친필 사인 들어간 내한 사진 최초 공개

따뜻한 심장을 지닌 그녀

마릴린 먼로


글 김현진 사진제공 정성길 명예박물관장


01.jpg
 

세기적 섹시스타의 아이콘이자 상징인 배우 마릴린 먼로(1926~1962년)가 1950년대 한국전쟁에 참전한 주한미군을 위문하고자 내한한 모습과 함께 친필 사인이 들어간 사진이 최초로 공개된다.

이번에 공개되는 사진은 총 6장으로 마릴린 먼로가 한국전쟁 직후인 1954년 2월 주한미군 위문 차 내한했을 당시 모습이다. 이 중 세간에 이미 공개된 사진도 포함돼 있으나 먼로의 친필사인이 함께 들어간 사진이라는 점에서 희귀한 사진이다.

자국 병사들 위해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내한
스타덤에 오른 후 다시 장병들 찾아 위문공연

세간에는 먼로가 한국전쟁이 끝난 후인 1954년에만 내한한 것으로 많이 알려져 있으나, 먼로가 한국전쟁이 발발한 1950년(혹은 1951년 초)에도 앞서 내한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이는 많지 않다. 먼로는 1953년 영화 <나이아가라>에서 주연을 맡아 폭발적 인기를 누리기 시작했고, 곧바로 후속작인 <신사는 금발을 좋아한다>를 통해서는 전 세계적인 섹시배우로 거듭난다. 금발의 머리를 출렁이며 분홍색 드레스를 입고 춤을 추는 먼로의 모습은 전세계 남성들을 설레게 했다.

이러한 배경(1953년 이후 일약 스타덤에 오른 후) 탓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먼로가 1954년에만 내한한 것으로 알고 있다. 먼로가 1차 내한했을 때는 대스타가 되기 전이었기에 크게 주목받지 못한 것으로 여겨진다.


당시 한국전쟁이 한창 치열하던 때에 먼로가 위험을 무릅쓰고 위문공연을 위해 내한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이슈가 될 만한데도 불구하고 주목받지 못했다면 먼로의 인지도가 당시 어떠했는가를 가늠케 한다.

1953년 영화 <나이아가라>의 성공으로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던 먼로가 1954년 1월 14일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인 타자 조 디마지오와 결혼하면서 그 인기는 가히 하늘을 찌를 듯했다. 메이저리그 56경기 연속안타라는 불멸의 기록을 세운 전설적 타자와 20세기 최고의 섹시 아이콘 배우의 결혼은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을 만큼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추운 날씨에도 열정으로 최선 다해 위문공연
부상당한 병사 다리에 사인해주는 ‘자상함’

먼로가 두 번째 내한했을 때가 바로 디마지오와 결혼하고 일본으로 신혼여행을 갔다가 주한 미군들을 위해 그녀 혼자 한국을 방문했을 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먼로의 내한은 그야말로 이슈 중의 이슈였다.

이에 6·25전쟁에 참전했던 미국 종군기자들도 먼로의 위문공연을 위해 투입됐고, 지금의이 사진들을 기록으로 남길 수 있었다.

사진을 제공한 정성길 관장에 따르면 종군기자들이 먼로를 밀착 취재했고 사인까지 직접받아 사진에 들어가 있는 것이다. 사진을 인화한 뒤 사인을 받은 것인지, 아니면 사인 받은것을 인화할 때 넣은 것인지의 여부는 확실히 알 수 없지만 먼로의 흔히 볼 수 없는 친필사인이 들어갔다는 것만으로도 귀중한 사진이다. 먼로의 친필 사인이 들어간 물품이 경매에서 거액에 팔릴 정도이니 이 사진의 가치는 설명이 굳이 필요 없다.

먼로는 1954년 2월 대구 동촌 공군비행장으로 입국해 4일간 대구, 동두천, 인제, 서울 등지의 미군부대를 돌며 위문공연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편 1955년 개봉한 영화 <7년만의 외출>에서 먼로는 백색 드레스를 입고 통풍구 위에서 치마가 날리는 장면 하나로 섹시 아이콘의 대명사가 된다. 반면 조 디마지오와는 9개월 만에 파경을 맞는 계기가 된다. 이후 먼로는 세 번의 결혼 실패와 약물 중독에 빠지다 1962년 8월 5일 의문의 죽음을 당해 36세 나이로 요절한다. 당시 먼로의 죽음은 자살로 판정이 났지만 지금까지도 숱한 ‘타살’설이 제기되고 있다.


02.jpg
1954년 2월 대구 공군비행장에 도착해 내리기 전 비행기 날개에 내려와 있는 모습이다. 옆에
공군비행사가 세계적 대스타를 태우고 왔다는 자부심 때문인지 무척 설렌 표정으로 환하게 웃
고 있다. 금발의 머리가 바람에 날려 손으로 정리하는 듯한 동작을 하고 있는 먼로는 3년여 만
에 다시 찾은 한국 공기를 마시며 당시 자신의 지위에 격세지감을 느끼고 있는 건 아닐까 싶다.
 

03.jpg
공연 의상을 입은 먼로가 깁스한 병사 다리에 완쾌를 기원하며 사인을 해주고 있다. 세계 최고 섹시스타에게 이러한대 접을 받
고 있으니, 이 병사는 부상당한 게 오히려 불행이 아니라 엄청난 행운으로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 옆에 병사가 부러운 눈
으로 쳐다보는 듯하다. 아울러 대스타임에도 병사들을 일일이 만나 위문하는 먼로의 모습을 통해 겸손함과 자상함을 엿볼 수
있다. 다리를 다친 병사가 먼로의 사인이 들어간 깁스를 잘 보관해 뒀다면 그 가치가 상당하지 않았을까 잠시 생각해본다.
 

04.jpg
 

 
05.jpg
공연 중에 먼로가 사인을 해주고 있는 모습이다. 군인들이 털모자를 쓰고 있어 추운 날씨가 예
상되는데, 추위에 아랑곳없이 어깨가 훤히 드러나는 의상을 입고 웃음을 잃지 않은 채 최선을
다해 위문공연에 임하고 있는 모습에서 프로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06.jpg
대기실에서 먼로가 잠시 두꺼운 옷을 입어 몸을 따뜻하게 하고 있다. 발 옆에는 난방기구가 있
다. 외투에는 각각의 계급장과 부대마크, 배지 등이 달려 있다.
 

07.jpg
 

08.jpg
비행기에서 내리면서 외투를 한쪽 어깨에 걸친 채 활짝 웃고 있다. 그리고 신발 위에는
종군기자들이 찬 것과 같은 종류의 발목 보호대를 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