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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저에게

언어와 같아요”

전이수 어린이 동화 작가


글. 이예진 사진. 전이수 동화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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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줍음>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달려라 냇물아 푸른 벌판을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푸르른 5월이 다가왔다. 비록 지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전 세계가 마냥 밝지는 않지만 그래도 계절만큼은 푸르게 변하고 있다. 그리고 그만큼 어린이들도 자라고 있다.

5월은 어린이 달이다. 미래의 기둥이 될 어린이들. 이들이 가진 특기와 재능을 살려 주는 것이 어른들의 몫일 것이다. 그래서 이번 ‘마루人’에서는 조금 특별한 인물을 만나봤다.

바로 아직 나이는 어리지만 벌써 5권의 책을 내고 이번에 6번째 책인 그림에세이 <소중한 사람에게>를 내는 전이수 어린이 동화 작가다.

그림은 나를 표현하는 매개체
긴 머리에 해맑은 미소. 전이수 작가의 트레이드마크다. 그는 푸른 제주도에 살면서 그림뿐만 아니라 글도 쓰고 그것들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면서 팬들과 소통한다. 또 일상생활이 담긴 영상을 찍어 유튜브에도 올린다. 이 모든 활동들이 전 작가에게 영감을 준다. 그는 “그림은 제가 글을 쓰고 있는 중에 떠오르는 부분을 그리기도 하고 어떤 장소를 갔을 때 느끼는 것이 있다면 집에 돌아와 그림으로 표현한다”고 말했다. 모든 활동들이 그에게 영감(靈感)이 된다.

그러면서 이수 작가는 “그림은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들이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도구”라며 “한글을 배우기 전부터 만들기나 그림은 나에게 언어와 마찬가지였다”고 설명했다. 즉 그에게는 그림이 곧 자신을 표현하는 언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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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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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 작가가 작품 활동하는 모습
 

최근 그의 마음을 잘 나타낸 그림이 있다. <마음이 무거워지다>라는 제목의 작품이다. 이 그림은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되고 알 수 없는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심이 사회를 뒤덮었을 때 그가 본 것을 그린 것이다. 그는 “엄마랑 장을 보고 집에 차를 타고 오는 길에 어떤 할아버지를 봤다”면서 “오르막길에 산처럼 쌓여진 리어카를 온 힘을 다 해 끄는 모습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보는데 마음이 많이 무겁고 슬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시기에도 살기 위해 무조건 나가서 일을해야 하는 그 할아버지의 뒷모습이 나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고 말하며 안타까워했다.

그 마음은 그림에 그대로 나타났다. 높은 건물들이 늘어선 도로 한 가운데에 한 노인이 허리를 굽힌 채 리어카를 끌고 가는 장면은 너무나 외로워 보이고 쓸쓸해 보였다. 그러면서 그는 “두려움을 안고 살아가는 지금의 우리들의 모습 속에 그 할아버지는 해야 할일을 묵묵히 하고 있었다”며 그림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이렇듯 어린이 동화 작가라고 해서 그는 마냥 어리게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었다. 사회의 분위기를 읽을 줄 알았으며 상대방의 처지와 마음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잣대를 놓고 보는 것이 아니라 어린아이의 순수한 눈으로 선명하게 바라보고 그것을 표현하고 있었다.

“오늘은 차를 타고 엄마랑 장을 보고 오는 길에 우두커니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데 폐지를 쌓은 리어카를 힘들게 끄는 할아버지가 보였다. 오르막길에 그 무거운 산 같은 짐을 작은 몸으로 짊어지고, 해를 등지고 무거운 발로 리어카의 바퀴를 굴러가고 있었다. 조금 기울기만 해도 다 쏟아질 것만 같은 그 큰 짐을 온 힘을 다해 밀고 있는 두 팔은 어떻게든 해야 한다며 밀어주는 두 발에 떨고 있는 모습이 멀리서도 보였다.

길게 늘어진 그림자는 내가 알지 못하는 깊은 시름이 더 깊이 더 깊이 어둠 속에 숨어 있었다.

그때부터 난 마음이 무거워졌다. 머리 속에서 그 할아버지가 떠나질 않는다.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두려움을 안고 살아가는 지금의 우리들의 모습 속에….

그 할아버지는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하고 계신다. 그 일은 어떤 일이 있어도 살아가기 위해서 하루도 빠짐없이 싫어도, 힘들어도, 꼭 해야 하는 것이었다.

마음이 많이 무거워졌다.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 인스타그램 <마음이 무거워지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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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동생과 함께 노는 모습
 


가족은 나의 힘, 나도 그 힘이 됐으면
이수 작가의 그림에서 가장 큰 특징은 ‘가족’이 많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가족에 대한 애정도가 높다. 그래서일까. 가족에 대한 그림들을 보면 따뜻하면서도 위로가 된다. 이수 작가는 2016년 8살에 <꼬마악어 타코>를 첫 책으로 시작해 2017년 <걸어가는 늑대들> <새로운 가족>을 연달아 냈다.

<꼬마악어 타코>를 통해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과 세상의 관계를 말하고자 했고, <걸어가는 늑대들>에서는 기계에 의존하고 있는 현대인의 모습을 보여줬으며 <새로운 가족>에서는 가족과 입양, 장애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이번 달 10일에는 6번째 책인 그림에세이 <소중한 사람에게>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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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가족>
 


이수 작가에게 가족은 ‘나무’와 같은 존재다. 그는 “가족은 나를 숨 쉬게 해주고 무엇을 하든 믿어주고 용기 있게 만들어 주는 존재”라면서 “나 또한 우리 가족과 많은 사람들에게 좀 더 바르고 힘이 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그의 마음은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에서도 알 수 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이 지구촌에 있는 사람과 동물 우리 모두는 가족이라고. 꼭 우리 가족 핏줄이 아니더라도 같은 핏줄처럼 아껴주어야 한다고. 우리 모두는 얼굴색, 피부색 다 다르지만 모두 같은 한 생명체로 한 인간으로서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고. 그 어느 누구라도 지구촌에 있는 한 생명체라면 아껴주고 사랑해 주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우리 모두는 가족이 될 수 있다. 우리 모두 친구가 될 수 있다.”

이 글과 함께 올린 작품 <우리는 모두 가족>에서도 그의 마음은 여실히 나타난다. 피부색, 생김새 모두가 다른 사람들과 여러 동물들이 함께 공존하는 곳. 그곳이야말로 이수 작가가 바라는 세상이 아닐까. 그리고 자라나는 아이들이 함께 뛰어놀 수 있는 세상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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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이수 작가가 작품 활동하는 모습 우) <위로1> 아래) <위로2>
 


지구촌에 있는 사람과 동물 모두가 가족이라고 말하는 이수 작가의 마음을 보니 어느순간 편 가르기를 하고 있던 우리 사회의 모습을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반성하게 되는 순간이다. 이 외에도 이수 작가의 작품 곳곳에는 소중한 사람을 향한 위로의 손길이 나타난다.

작품 <위로2>에서는 옆에 있는 존재에 대해 그렸다. 이수 작가는 이 그림에 대해서 “너무 힘들어서 절망으로 빠져들 때 옆에 있어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큰 힘이 된다고 생각한다. ‘나라도 그럴 것 같아’라고 공감해준다면 누구라도 그 슬픔을 딛고 일어설 것이다. 난 그렇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런 그가 우리 사회에서 꾸는 꿈은 단순하지만 명확하다.

“저도 기쁘고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어요. 세상을 다니며 좋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모두가 행복해지는 곳
이수 작가가 살고 있는 곳은 푸른 바다로 둘러싸인 제주도다. 이곳에 그의 그림을 전시하고 있는 갤러리 ‘걸어가는 늑대들’이 있다. 이곳 소개글에 보면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금은 제주도의 미혼모센터와 버마난민음악학교, 아프리카에 기부된다. 이수 작가는 “좋은일에 쓰여진다면 더 행복하게 글과 그림을 쓰고 그려나갈 수 있을 것 같다”며 “저와 함께 해달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수 작가의 세계를 볼 수 있는 곳. ‘걸어가는 늑대들’ 외에도 그의 모습은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를 통해서 볼 수 있다. 그는 “나의 생각을 좀 더 뚜렷하게 전달할 수 있게 되기까지 더 커야겠지만 지금의 나로서도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면서 “힘들어 하는 모든 사람들과 우리 손이 뻗치지 않는 곳까지 나의 목소리와 그림과 글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알리는 것에 (모두가) 동참해서 세계가 하나될 수 있다면 좋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이렇게 큰 포부를 밝히면서도 그는 12살 아이의 모습도 갖고 있었다. 그는 가족들과 나들이 갈 때, 수학여행을 갈 때, 영화를 보는 시간을 행복해하는 여느 아이와도 같았다. 그런 그가 마지막으로 말했다.

“모두모두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내가 마음먹는 대로 이루어지니까 안 좋은 일이 있다 하더라도 좋은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보냈으면 좋겠어요. 고마워요.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