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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닮은 쪽빛으로

세상을 물들이다

박은화 천연염색 작가


글, 사진. 이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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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출어람(靑出於藍). 우리에게 참 익숙한 사자성어다. ‘푸른색은 쪽에서 나왔다’는 이 사자성어에서 보듯 푸른색의 스승 격인 쪽빛은 ‘해가 뜨는 동방의 색’으로 통한다. 동방의 고요한 아침의 나라로 불린 한국의 색이랄까. 예부터 중국에서 우리나라를 ‘청구(靑丘)’라고 부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의 정서를 듬뿍 담은 자연색 중 가장 으뜸 색으로 꼽히는 색이 바로 쪽빛이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하늘과 바다의 빛깔을 ‘쪽빛’이라고 표현한다.

신비하고 오묘한 빛깔‘ 천연염색’
천연염색 작가로 활발히 활동 중인 박은화씨는 푸른 쪽빛을 가장 좋아한다고 한다. 신비하고 오묘한 그 푸른빛에 매료돼 박 작가는 천연염색 공예인의 길에 들어섰다. 한복을 만들던 그는 우연한 기회에 운현궁에서 열린 전시회에 갔다가 천연염색 옷을 보고 ‘내 옷도 저렇게 고급스럽고 고운 천연염색천으로 만들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천연염색 공예를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처음 천연염색을 배울 때는 지방에 있는 쪽밭에 가서 염색을 배웠어요. 뭐든 쉬운 게 없잖아요. 우연한 기회에 염색 선생님을 알게 됐고 지방을 다니며 열심히 배우고 작업했죠. 고되고 힘든 작업이었지만 염색을 해서 널어놓은 천들이 뿜어내는 신비하고 오묘한 색에 홀딱 반해 계속하게 된 것 같아요. 그렇게 시작한 염색일이 제가 본래 하고 있던 의상 디자인과 접목이 돼 지금의 평생 직업이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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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채색화의 걸작 <초충도>는 선명한 색감을 낼 물감을 찾았던 신사임당이 주변의 식물과 광물을 이용해 색을 내라는 염색 전문가들의 조언을 활용한 것을 계기로 탄생했다. 백의의 민족이라 불리는 우리나라에는 이처럼 자연물을 주재료로 한 천연염색이 발전해 지금까지 전승되고 있다. 천연염색은 과정 하나하나에 정성이 담긴다. 잿물에 삶아 말린 천을 물에 넣고 깨끗하게 헹군다. 티끌 하나 없는 하얀 천일수록 쪽빛이 잘 스며들기 때문. 잿물에 넣은 쪽이 발효 과정을 거치면서 하늘 닮은 파란색으로 바뀐다. 매일 30분씩 3개월간 저어주면서 거품을 걷어내면 비로소 쪽물이 완성된다. 점차 사라져가는 우리의 전통 천연염색을 이어가고 있는 박 작가다.

“천연염색의 매력은 빛깔이죠. 자연에서 얻어진 고유의 색감은 그 어떤 것도 따라올 수가 없어요. 같은 붉은색이어도 아주 매력 있고 오묘한 붉은색이 나오죠. 감물로 붉은색을 많이 내는데 감물로 염색한 옷을 입으면 정화기능이 있어 여름에 땀 냄새가 덜해요.그냥 말려서 입어도 괜찮을 정도니까요. 그만큼 천연염색 옷은 항균 작용이 탁월하고 자연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옷에서 은은한 향까지 나니까 정말 매력적이죠.”


천들이 뿜어내는
신비하고 오묘한 색에
홀딱 반해 계속하게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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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들여다보는 박은화 천연염색 작가



조선시대 채색화의 걸작 <초충도>는 선명한 색감을 낼 물감을 찾았던 신사임당이 주변의 식물과 광물을 이용해 색을 내라는 염색 전문가들의 조언을 활용한 것을 계기로 탄생했다. 백의의 민족이라 불리는 우리나라에는 이처럼 자연물을 주재료로 한 천연염색이 발전해 지금까지 전승되고 있다. 천연염색은 과정 하나하나에 정성이 담긴다. 잿물에 삶아 말린 천을 물에 넣고 깨끗하게 헹군다. 티끌 하나 없는 하얀 천일수록 쪽빛이 잘 스며들기 때문. 잿물에 넣은 쪽이 발효 과정을 거치면서 하늘 닮은 파란색으로 바뀐다. 매일 30분씩 3개월간 저어주면서 거품을 걷어내면 비로소 쪽물이 완성된다. 점차 사라져가는 우리의 전통 천연염색을 이어가고 있는 박 작가다.

“천연염색의 매력은 빛깔이죠. 자연에서 얻어진 고유의 색감은 그 어떤 것도 따라올 수가 없어요. 같은 붉은색이어도 아주 매력 있고 오묘한 붉은색이 나오죠. 감물로 붉은색을 많이 내는데 감물로 염색한 옷을 입으면 정화기능이 있어 여름에 땀 냄새가 덜해요. 그냥 말려서 입어도 괜찮을 정도니까요. 그만큼 천연염색 옷은 항균 작용이 탁월하고 자연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옷에서 은은한 향까지 나니까 정말 매력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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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시흥시 승격 30주년 기념공연 소품 제작한 박은화 작가의 작품
 


자연에서 온 항균 기능
항균 작용이 탁월하고 아토피 피부염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천연염색은 기능적인 측면을 떠나 시간이 지날수록 색감이 자연스럽게 살아나는 특성 때문에 심미적인 측면에서도 매우 아름다운 것으로 평가받는다. 쪽은 뭉친 기를 풀어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데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쪽즙은 치통을 가라앉히고 벌레나 뱀에 물린 독을 풀어주며 열 감기를 앓는 어린이들에게도 좋다. 해충에 물렸거나 부었을때도 효과가 좋은데 <동의보감> 탕액편에는 쪽물을 들인 천을 ‘청포(靑布, 쪽물을 들인 푸른천)’라고 표현하면서 “여러 가지 독, 돌림병의 열독 등을 푸는 데 쪽 우린 물을 마신다.

태운 재를 오랫동안 낫지 않는 악창이나 구창(灸瘡, 뜸 뜬 자리가 헌 것)에 붙이면 터지지 않고 아문다”고 기록돼 있다. 쪽뿐만 아니라 양파껍질, 검정 쌀, 쑥, 감, 뽕잎, 마리골드 등 주변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모든 식물들을 염료로 사용할 수 있다. 특히 검정콩은 신장계통에 좋고 감물 염색은
자외선 차단과 방충효과가 탁월하다. 또 쑥은 항균 작용과 함께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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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갯골축제 공간디스플레이에서 선보인 박은화 작가의 작품
 


천연염색 이용한 문화 기획자로 활동
박 작가는 천연염색을 이용한 무대 연출과 공연 의상, 소품을 디자이너로도 활동 지경을 넓혔다. 지역 축제 위원으로 일하면서 문화 콘텐츠 기획자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시흥에 거주 중인 그는 시흥시립전통예술단과 인연이 닿아 지금까지 공연 때 의상과 소품 등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박 작가는 시흥시 승격 30주년 기념공연에 작품을 올렸을때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천연염색 천으로 꾸며진 무대와 의상, 소품들은 몇 개월동안 준비한 가장 최근의 큰 공연이었다. 자신이 염색한 천으로 만든 작품들이 세상에 보여질 때 가장 행복하다고 말하는 박 작가.

‘기린’이라는 극단의 공연 출연진들의 의상을 전부 천연염색 천으로 제작해 선보였던 경험도 문화 기획자로서의 그의 실력을 한껏 뽐낼 수 있었던 경험으로 꼽았다.

“제가 살고 있는 시흥시에는 갯골 축제가 유명해요. 갯골에는 염전이 있어 소금체험을하죠. 제가 의상 디자인 외에 주로 하는 것이 천연염색으로 하는 퍼포먼스인데 소금을 이용해 무늬를 만드는 체험을 진행했어요. 예쁘고 독특한 무늬를 만든 관광객에게는 체험권 등의 경품도 주고 천연염료로 물든 알록달록한 천을 전시해놓으면 인기 많은 포토존이 돼요.”

천연염색 대중적으로 보급하고파
박은화 작가는 앞으로도 시흥시의 축제나 관광지 홍보를 위해 문화 기획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발전시키고픈 열정으로 가득하다. 전통분야인 천연염색과 현대 예술을 융합하면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더 발전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소신이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전통공예를 후대까지 잘 이어가게하려면 우리 실생활과 접목할만한 것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따라서 시흥을 대표하는 기념품을 디자인해 제작하는 일을 지금보다 업그레이드해나갈 계획이다 .

“지금은 천연염색이 가격도 비싸고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대중적으로 보급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건 사실이에요. 그렇기에 앞으로 많은 사람이 쉽게 이용하고 친숙하게 접할 수 있는 천연염료를 개발하는 연구소를 운영하는 것이 제 최종 목표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