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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으로 성장한,

따뜻함을 전해주는

배성태 일러스트 작가


글. 이예진 사진. 백은영 사진제공. 배성태 일러스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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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토닥토닥
 


요즘 청춘들이 가장 공감하는 단어는 ‘위로’인 듯하다. 어느 순간 각박해진 ‘사회’라는 전쟁터에서 최일선에 선 채 바들바들 떨고 있는 우리의 청춘들. 그들을 하나의 그림으로 위로하는 작가가 있다. 바로 배성태 일러스트 작가다.

배성태 작가는 한 장의 그림으로 청춘들에게 위로를 건넨다. 특히 그는 소셜미디어서비스(SNS) 중 하나인 인스타그램에서 아주 핫(hot)한 작가다. 그의 그림 피드 하나하나에는 “따뜻한 그림이다” “위로 받고 갑니다” “이건 우리의 모습” 등의 공감을 표현하는 댓글들이 많다. 그렇다면 그는 어떻게 이런 그림을 청춘들에게 전하는 것일까.

칭찬으로 꿈을 키운 아이
중학교 때 친구들에게 선생님을 묘사해서 그려줬더니 친구들이 좋아해줬다. 그게 그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계기다. 그는 “친구들에게 선생님을 재미있게 묘사해서 그려줬더니 너무 좋아해줬다”며 “친구들에게 더 칭찬받고 싶은 마음에 연습을 하니까 실력이 많이 늘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화를 좋아했던 소년은 자신의 스토리를 담은 만화를 그리고 싶어졌고 자연스레 만화과로 진학하게 됐다.

하지만 만화과로 진로를 정했지만 쉽지 않았다. 만화는 스토리가 있기 때문에 호흡을 길게 유지해야 했고 또 흥미를 잃었다. 한 번 포기했던 탓일까. 점점 만화를 그리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 대학 때 신문에 들어가는 한컷 카툰을 그려서 상 받은 기억이 났다. 그래서 일상의 한 부분을 한 컷으로 그려 인스타그램에 올렸더니 사람들의 반응이 좋았다. 그렇게 그림을 하나하나 올렸더니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해줬다. 어느새 전업을 해도 될 정도였다.

그래서 그에게 “작가님은 칭찬으로 성장하신 것 같아요”라고 하니 그는 웃으면서 말했다. “하하. 칭찬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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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스튜디오 외부 모습, 우)스튜디오 모습
 

일러스트와 만화, 어느 한 지점에서
배성태 작가의 그림을 보면 뭔가 특이하다. 단순한 일러스트라고 하기에는 스토리가 있는 만화적인 요소가 있다. 그건 만화과 출신이라는 이력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그는 “일러스트라고 하면 선보다는 면으로 그리는 형태인데 만화적인 기법을 접목해서 선으로 표현을 했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이런 기법으로 그렸던 것은 아니었다. 그는 “대학 졸업 후에 어린이 학습지에 들어가는 그림들을 그리는 회사에 다녔다. 그러면서 그림이 많이 귀엽고 따뜻해진 것 같다”면서 “대학 때의 그림을 보면 어두운 그림들도 꽤 그렸다”고 말했다. 그러다가 결혼 후 행복한 일상을 한 컷으로 담아 다니던 모임에 가져갔는데 반응이 좋았다고. 그렇게 지금의 배성태 작가만의 그림체가 탄생하게 됐다.

그가 이런 그림체로 처음 그린 그림은 아내가 출근하는 장면인데 아내의 뒤를 고양이 세 마리(망고, 젤리, 밥풀이)가 따라나서는 모습을 표현했다. 그러다보니 이 그림체를 이용해서 일상을 담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일상의 모습을 하나 둘씩 담아냈다.

행복하다고 느끼는 그 순간
그렇다면 어떤 장면을 그는 그림에 담아내는 것일까. 그는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 이라고 말하며 “행복하다는 기준이 특별한 경우, 예를 들어 여행이나 기념일 같은 날들이 될 수 있겠지만 나는 매일매일의 일상에 집중해서 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일까. 그의 그림들을 보면 대부분 아내와 함께하는 경우가 많다. 배 작가는 “나 자신을 그리는 것보다는 아내와 함께 있는 것을 그리는 편”이라면서 “나 혼자 나오는 장면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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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높이기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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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당연하지, 우)티셔츠
 

그런 그가 따뜻함을 공유하고자 선택한 곳은 SNS였다. 특히 그는 그림 속 말풍선으로 독자들과 소통한다. 말풍선이 비워져있는 그림을 올리면 독자들이 댓글로 채우는 시스템이다. 그는 “그림을 올릴 때마다 사람들이 좋아해주면서도 ‘왜 나는 이런 삶을 살지 못할까’하는 댓글들도 종종 봤다”면서 “독자들의 이야기로 말풍선을 채우면 이야기와 그림이 합쳐지면서 좀 더 아름다운 이야기로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SNS라는 것이 남의 좋은 모습들만 보다보니까 자신의 삶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 같다”면서 “남의 것을 부러워하기보다 자신의 삶에 집중하는 모습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바로 자신의 그림을 통해 독자들이 함께 행복한 그때를 느꼈으면 하는 취지가 컸던 것이었다.

그의 SNS로 들어가 댓글만 보면 그의 마음이 얼마나 잘 전해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많은 독자들이 ‘달달하다’ ‘OO야, 우리도 이렇지? 함께 행복하자’ ‘나도 저런 경험이 있다’는 등의 공감을 보낸다. 바로 그가 말하는 일상의 행복함을 함께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단순하면서도 따뜻하게
배성태 작가의 필명은 ‘그림비(grim_b)’다. 이유를 물어보니까 “그냥 단순해요. 배성태가 그린 그림이라서 그림_비(배성태의 B)”라고 설명했다. 큰 의미 없이 단순한 설명에 그저 웃고 말았다. 그러면서 “그냥 그림을 영어 발음 그대로 grim이라고 했는데 알고 보니까 ‘우울한’이라는 뜻이 있어서 당황했다. 아마 외국인들이 닉네임을 보고 내 그림을 봤을 때는 안 어울린다 생각할 것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

하지만 그의 포부는 따뜻하기만 하다. 그의 SNS 소개에 적혀있는 한 문장. ‘담요 같은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이 문장에 대해 “말 그대로 일단 따뜻한 그림을 그리고 싶다”면서 “담요처럼 언제든지 가져다가 덮을 수 있고 필요 없으면 살짝 놔두기도 하는 그런 그림이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항상 꼭 같이 있고 싶은 그림이 아니어도 괜찮다. 대신 위로를 받고 싶을 때 함께하는 그림이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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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게 해줄게
 


그렇게 말하는 그의 표정은 참 따뜻하면서도 편해보였다. 행복한 그림을 그리는 작가의 얼굴은 저런거구나 싶었다. “행복한 그림을 그리니까 제가 행복해지더라고요. 평생 이렇게 행복한 그림을 그릴 수 있다면 평생 행복하지 않을까요?”

집에서 그림을 그리던 그에게 이제는 스튜디오가 생겼다. 사실 인터뷰 만남을 잡을 때 스튜디오로 오면 된다는 말에 ‘배성태 작가에게 스튜디오가 있었나’ 싶었는데 마침 방문했을 때가 가오픈을 한지 이틀째 되는 날이었다. 곳곳에 걸려있는 그의 그림들을 보니 스튜디오가 자연스럽게 따뜻한 분위기를 풍기는 것 같았다. 그는 “작업을 할 때 방해 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데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은 좋아 한다”며 “스튜디오는 SNS 외에 독자들과 소통하는 또 하나의 창구”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도 “구도, 스토리, 색 등 고민을 하다보면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데 스튜디오에서 가능할지 모르겠
다”며 살짝 걱정을 나타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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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중인 배성태 작가
 


그래도 독자들은 그의 스튜디오 오픈을 좋아하는 것 같다. 연일 그를 해시태그(게시물의 분류와 검색을 용이하도록 만든 일종의 메타데이터)해서 올라오는 게시물을 보면 ‘작가님의 실물을 볼 수 있다니’ ‘얼른 스튜디오로 달려가야겠다’는 글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이정도면 SNS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핫한 일러스트 작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인터뷰 마지막으로 그림에 가장 많이 나와 주고 계시는 아내에게 한마디 부탁했다.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자. 매일 하는 말이지만 행복하게 해줄게 진짜 그랬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