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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시인이 될 수 있어요


걷다가 가끔 詩 쓰는 남자 우석용 시인


글, 사진. 백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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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하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그야말로 ‘스마트’한 시대가 됐다.
지구촌은 이제 스마트폰 안에서 더욱 좁아지고 가까워졌다.
손가락으로 몇 번만 터치하면 원하는 정보도 쉽게 얻을 수 있다.
그렇다보니 어딜 가든 고개를 숙이고 스마트폰에 집중하고 있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세상 돌아가는 소식이 모두 이 손바닥만한 스마트폰 속에 있지만,
정작 고개를 들어 진짜 세상을 보는 이들은 많지 않다.
여기 스마트폰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삶을 살면서도 고개를 들어 진짜 세상을 바라보고,
삶에서 느끼는 소소하지만 소중한 감정들을 스마트폰 속에 담는 사람이 있다.
‘걷다가 가끔 詩 쓰는 남자’ 우석용 시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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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화집 <풀꽃 가득한 세상이어라>를 펼쳐 보이며, 스마트폰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우석용 시인
 

스마트폰으로 시를 쓰다
올해 초 스마트폰 시화집 <풀꽃 가득한 세상이어라>를 출간한 우석용 시인이 스마트폰으로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건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갤럭시노트 3’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시를 쓰게 됐어요. 스마트폰의 다양한 기능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짧은 시를 쓰기도 했어요. 길을 걷다 문득 떠오르는 생각들을 이 작은 스마트폰 안에 담기 시작했죠. 처음엔 낙서처럼 시작됐던 일들이 쌓이고 쌓이다보니 어느새 이렇게 시집 한 권이 나오게 됐네요.”

‘걷다가 가끔 시 쓰는 남자’ 우석용 시인은 말 그대로 ‘걷다가’ 시를 쓴다. 시를 쓰기 위해 부러 시간을 내거나, 시를 써야 한다는 의무감 혹은 강박관념에 매이지 않는다. 어쩌면 전문적인 글쓰기를 하는 이들에게 우 시인은 이단아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런 우 시인의 시와 그림이 요즘 들어 사람들에게 각광을 받고 있다.

“아마도 시가 무척이나 짧고 그림도 뛰어나게 잘 그리지 못해서 편안함을 주는 것 같아요. 어렵지 않고 무겁지 않아 쉽게 읽히고, 시나 그림이 직감적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

우 시인의 말처럼 그의 그림은 복잡하지 않아서 좋다. 화가의 그림처럼 빼어나지 않지만 일상에서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해봤을 감정을 잘 녹여내고 있으며, 무심코 지나칠 수 있었던 삶의 일부분을 만날 수 있어서 익숙하면서도 생경하다.

아스팔트나 보도블록 위에 달라붙어 있는 껌이 그의 손을 거치면 도로 위에 피어난 눈꽃이 되고, 무심코 그린 선들이 의미를 담은 시어가 되어 날갯짓을 한다.

우 시인은 말한다. “무엇을 그리겠다고 생각하고 그리지 않아요. 그때 그 순간 떠오르는 생각들, 감성들 그리고 손가락이 움직이는 대로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그림이 완성돼 있죠.”

인터뷰 도중에도 순식간에 그림 한 점을 그려낸다. 무엇인가를 염두에 두거나 생각하며 만들어내기엔 너무 짧은 순간이다. 무의식의 의식이라 표현하면 너무 과장된 표현일까. 그의 그림, 그의 시를 보며 “시(詩)에는 가식이 없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깊은 사색을 주는 시가 나쁘다는 것은아니다. 어느 방향성을 가진 글이든지, 그것을 접하는 사람마다 느끼는 바가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어둡고 슬픈 글에서 위로를 얻고, 또 어떤 이들은 밝고 깨끗한 글에서 위로를 얻기도 한다. 지금 우 시인의 시가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고 있는 것은, 일상에 지친 이들이 어렵지 않게 그의 시와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돌려 생각하지 않아도 되고, 깊이 고민하지도 않아도 되는 시어(詩語)들이 친근하게 다가온다. 그러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은 시. 많은 이들의 그의 시를 좋아하는 이유다.

풀꽃 가득한 세상을 꿈꾸다
우석용 시인의 시화집 <풀꽃 가득한 세상이어라>는 시인이 꿈꾸는 세상이기도 하다. 화려하고 큰 꽃이 아니어도, 누가 봐주지 않아도 후미진 골목 언저리에서 열심히 꽃을 피워내는 풀꽃들의 삶. 우 시인은 그런 풀꽃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세상을 꿈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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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신도 스마트폰으로 그림을 그리고 시를 쓰기 시작하면서 일상 속 남다른 행복을 느끼고 있다.

“사람들에게 예술과 생활이 분리돼 있는 것이 아니라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어요. 저처럼 누구든지 맘만 먹으면 생활 속에서 작품 활동을 할 수 있어요. 제가 처음부터 시화집을 내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니까요.”

햇수로 6년째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우 시인의 스마트폰에 저장된 작품만 2000점을 훌쩍 넘는다. 하루 2~3개씩 그림을 그리거나 시를 쓰는 일들이 반복되다보니 예술이 이젠 진짜 삶의 한 부분이 되어버린 그다.

“삶에서 느낀 부분들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싶어요. 걷다가 영감이 떠오르면 그 자리에서 바로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올려 공유하죠. 짧은 시는 약 20초 정도, 그림은 1~3분 내외로 마무리가 되죠. 제 작품에는 작성한 날짜와 시간이 분 단위까지 표시돼 있어요. 때로는 장소도 집어넣어요. 그렇게 작품들이 하나, 둘 쌓이는 것은 다른 의미에서 제 삶의 한 부분들이 마치 퍼즐 조각들처럼 맞춰지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어요. 멋지지 않나요?”

우 시인은 누구나 시인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지금 스마트폰을 꺼내 순간 떠오르는 감성들을 글이나 그림으로 담아내기만 하면된다. 그의 말처럼 “살면서 쓰고 그리고, 쓰고 그리면서 또 살아가는 것”이 바로 예술과 생활이 공존하는 방법이다.

일상에서 예술을 소비하자
우 시인은 지난달 양주시 광적도서관 야외 무대에서 시화전을 개최했다. 광적면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준비한 이번 북콘서트에서 우 시인은 “일상에서 예술을 소비하자”는 주제로 메시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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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양주시 광적도서관에서 시화전을 가진 우석용 시인이 자신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일상에서 예술을 소비하자. ‘소비하다’라는 동사와 ‘예술’이라는 주어가 한 문장을 구성하니 왠지 어색하죠? 아직 한 번도 생각하거나 사용해 보지 않았기 때문일 거예요. 과연 예술이 소비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요? 상상력은요? 돈이나 물자뿐 아니라 예술과 상상력도 소비할 수 있는 대상이에요. 이것들은 또 누구나 다 갖고 있는 것들이고요. 개인이 가지고 있는 상상력을 일상에서 소비하는 상상을 해보세요. 저는 많은 사람들이 예술과 상상력을 소비하는, 감성적으로 현명한 소비자가 되길 바라요. 그렇게 되면 나 자신은 물론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조금 더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요?”

많은 이들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사용해 예술과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일상의 소소한 것들에 대한 관심. 그리고 그 관심을 스마트폰을 이용해 작품으로 승화시킨 우석용 시인. 그는 그 어느 누구라도 ‘작은 관심’만 있다면 일상에서 ‘현명하게’ 예술과 상상력을 소비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게 일상과 예술이 공존하게 될 때 바로 당신도 시인이 될 수 있다고 귀띔한다.

매년 1월 스마트폰 시화집 <풀꽃 가득한 세상이어라>를 시리즈로 출간하고 싶다는 우석용 시인의 두 번째 시화집이 벌써부터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