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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들이 사랑했던 도시 피렌체


두오모 성당을 지키는 700살 먹은 시민재단 이야기
늘어나는 동양권 관광객 위해 새로운 마케팅 시도해


글 박소영(충청리뷰 기자)


예술가들이 사랑했던 도시 피렌체. 예술가들을 품어냈던 도시는 그 자체로 많은 유산을 갖게
됐다. 그 가운데에서도 피렌체의 랜드마크는 두오모 대성당이다. 1296년에 공사가 시작된
두오모 대성당은 당시 시민들의 요구에 의해 건립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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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오모 대성당 전경 피렌체의 랜드마크는 두오모 대성당이다. 연간 130만 명이 두오모 성당을 보러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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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오모 대성당 내부 1293년 건립을 시작한 두오모 성당은 르네상스 시대 초반 형식을 따르지만 고딕양식과 르네상스양식이 섞여있다.
이탈리아 고딕양식은 창이 좁고 짧은 것이 특징이다. 전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성당이다.
 

   


도시의 정체성은 무엇을 통해 담아낼 수 있을까. 대한민국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어쩌면 거리에 솟아있는 건물이 하나의 생물처럼 우리와 함께 생존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든다. 우리는 남아있는 건물에서 건축기법뿐만 아니라 과거의 이야기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게 사라졌다면. 이것은 단순히 건축물이 헐리는 게 아니라 우리의 기억이 사라지는 것이다. 이는 또한 정체성의 문제이기도 하다. 도시마다 정체성 찾기에 골몰하는
것은 슬프게도 남아있는 것이, 보이는 것이 얼마 없기 때문이다.

근대화 과정에서 모든 것을 허물고 새로 세우기 바빴던 대한민국과 달리 유럽은 역사문화 유적을 보존하는 것이 오래된 전통이고 문화로 남아있다. 기자는 7월 말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 도시들의 역사문화유적 보존 및 활용사례를 취재했다.

예술가들이 사랑했던 도시 피렌체. 예술가들을 품어냈던 도시는 그 자체로 많은 유산을 갖게 됐다. 그 가운데에서도 피렌체의 랜드마크는 두오모 대성당이다. 1296년에 공사가 시작된 두오모 대성당은 당시 시민들의 요구에 의해 건립됐다고 한다.

피렌체 시에는 이미 900년 정도 된 산타 레파라타 성당이 있었지만 시민들은 고딕시대에 힘 있는 교회를 원했다. 토스카나주에서도 가장 큰 성당이 피렌체에 있기를 바랐다. 당시피렌체는 무역이 발달해 도시의 신흥부자들이 많이 모였다.

아르놀포 디 캄비오(Arnolfo di Cambio) 건축가가 첫 공사를 시작했다. 아르놀포 디 캄비오는 건축할 당시부터 시민들의 의견을 수용하고 존중했다. 그리고 보통 건물이 완공되면 이에 참여했던 집단들이 사라지게 마련이지만, 두오모는 완공된 이후 재단이 만들어졌고 이후 700년간 계속해서 두오모 성당을 관리하고 있다. 700년이라는 세월동안 시민들의 정신은 지켜졌다. 뿐만 아니라 두오모 성당은 시민들의 요구에 의해 끊임없이 설계를 수정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보존 방법도 바뀌었다.

두오모 성당은 르네상스 시대 초반 형식을 따르지만 고딕양식과 르네상스양식이 섞여있다. 이탈리아 고딕양식은 창이 좁고 짧은 것이 특징이다. 전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성당이다. 바티칸이 제일 큰 성당이다. 두오모 성당은 위에서 봤을 때 십자가(라틴 크로스) 형태이며, 돔은 르네상스 초기 건축가이자 원근법의 창시자인 브루넬리스키의 작품이다. 돔크기(가로·세로 50m, 높이 90m) 자체는 바티칸보다 크다. 성당 안은 팔각형 모양인데 이는 가톨릭에서 숫자 ‘8’은 좋은 의미이기 때문이다.

두오모 성당의 공식 명칭은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Cathedral of SANTA MARIADEL FIOPRE)이며, 두오모 성당을 관리하는 700년 된 재단의 이름은 성당 이름을 그대로 따와 오페라 디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OPERA DI SANTA MARIA DEL FIOPRE) 재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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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오모 조토의 종탑
 



오페라 디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재단의 프랑코 루께시(Franco Lucchesi) 회장은 “피사지역에는 우리보다 더 오래된 재단이 있다.

이탈리아에는 지역마다 역사문화유산을 관리하는 방식이 다른데 피렌체의 경우 문화유산은 모두 민간재단이 관리한다. 피렌체 시에도 많은 기업들이 존재하지만 시민들은 일반 기업이 관리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700년간 민간 재단이 유지된 건 신을 믿는 사람들의 마음과 독자성을 원했던 정신이 이 성당에 깃들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피렌체 시에 있는 3개의 재단

피렌체에는 3개의 재단이 있다. 오페라 디 두오모, 산타크로체, 메디치 가문이 만든 산노렌조 성당을 운영하는 산노렌조 재단이다.

이러한 재단들은 피렌체 시에서 어떠한 지원이나 예산을 받지 않으며 또한 규제도 없다. 오페라 디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재단의 경우 회장은 외부에서 영입하는데 주교, 정부 관계자로 구성된 7명의 선거인단이 선출한다. 회장의 임기는 4년. 원할 경우 재임도 가능하다. 현재 회장인 프랑코 루께시 씨는 변호사다. 회장은 무보수 명예직이고 자원봉사의 개념이다.

프랑코 루께시 회장은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도 있지만 독립적인 체재가 좋다고 생각한다. 대응을 쉽게 할 수 있고 결정이 빠르다.

일의 수용도 즉각적이다. 민간재단이 아니라 기관의 성격을 갖고 있다. 민간재단은 자기들의 권력을 행사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 우리는 누군가의 지적보다는 스스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바로 보수한다. 25년간 건물 파사드를 청소하기도 했다”라고 강조했다.

한해 130만 명 ‘두오모’에 온다

오페라 디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재단의 직원은 110명이다. 그 중 15명이 복원업무을 담당하고 있고, 50명의 직원은 실제 관리자들이다. 두오모 성당 입장료는 무료지만 조토의 종탑과 세례당, 브루넬레스키 돔은 유료 입장티켓을 발부해 수입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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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코 루께시 회장 두오모 성당은 700년간 시민들로 구성된 민간재단이 전체 운영을 하고 있다.
프랑코 루께시 회장은 700년 만에 처음으로 마케팅 기법을 도입했다.
 



피렌체 시와 두오모 재단은 어떻게 협력하고 있을까. 이에 대해 프랑코 루께시 회장은 “두오모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봐야 한다. 피렌체 정부만의 유물이 아니다. 재단에서는 두오모에 깃들어 있는 독자성을 느끼기 위한 자체 이벤트를 기획하고 천주교구, 교주나 신부님들과의 연합으로 몇 개의 이벤트들을 주관하고 있다”며 “기관을 관리하는 재정은 관광객들의 일부 유료티켓에 의존하고 있다. 최근 2년에는 새로운 뮤지엄을 만들기 위해서 예
산을 투자하고 있다. 약 2500만 유로가 이미 투자됐고 내년에는 2000만 유로가 인테리어를 하는 데 들어갈 예정이며 그 외에도 유지와 보수에 있어서 돈이 더 투자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10년간 두오모를 보러 온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재단은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지 않고 있다. 두오모 성당에 1년에 130만 명이 오고 한해 수입은 1500만 유로 정도다.

현재 관광객만으로도 충분히 유지가 되는 상황이지만 재단은 2년 전부터 두오모에 대한 마케팅을 시작했다. 이는 재단이 700년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경영방식이 뒤처지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관광을 위해 새로운 변화를 시도한 것이다. 재단은 에이전시와 함께 컨설팅을 시작했다. 2017년까지 전략을 세운 뒤 그해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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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코 루께시 회장은 “현재 피렌체에는 72개의 뮤지엄이 있어 마케팅 없이는 유지하기가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 두오모는 무료로 개방하고 있는데 아카데미아 미술관은 유료로 운영하고 있다. 이것을 보면서 관광객들이 유료 개방을 원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분석해 본 결과 미국, 중국, 한국 관광객은 늘어나고 있지만 유럽 관광객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특히 동양권 관광객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과연 동양인의 관점에서 서양문화를 받아들이는 것이 어떨까 싶다. 그들이 와서 두오모의 예쁜 모습만 보고 찍고 간다면 다시 두오모를 찾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서양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해마다 방문하는 동양인 수를 분석한 뒤 한국과 중국의 대학들과 연결해 인턴십 프로그램을 펼치거나 마스터 과정을 개설해 두오모 자체를 산업 중심의 도시로 만들려고 한다. 이를 통해 동양사람들이 피렌체에서 일할 수 있는 경제적인 여건을 만드는 것이 최종과제다. 프랑코 루께시 회장은 “중국이나 인도, 한국, 브라질, 러시아, 아프리카와 사람들에게 우리와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마케팅의 한 방법이다. 여러 나라 대학생들에게는 우리와 일한 하나의 경험이 각각 그 나라에서 우리 재단에 대한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는 기회로 작동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를 통해 두오모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다. 관람객들에겐 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또 하나의 열쇠가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와이파이(wifi)를 이용해 두오모 성당과 관련한 어플리케이션을 쉽게 다운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나,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을 활성화해 소셜네트워크를 뛰어넘는 커뮤니티를 창조하는 것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