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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잔의 생명수를 마시고
떠올리는 갈매나무
 
 
박인환문학관
 
깊어가는 가을, 해마다 이즈음이 되면 시간이 참으로 빨리 흘러간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그 속도가 가히 LTE급이라고 할까? 요즘 세간의 주목을 받는 코미디 중 그 제목에도 LTE가 들어가는 것이 있다. 그 유명세가 궁금해서 찾아보니 ‘바쁜 현대인들을 위해 핵심만 빠르게 전달해주는 뉴스’였다. 재미있게 보다 생각하니 코미디 속 내용이 어디선가 벌어졌던 일들인 것 같았다. 여기에 익숙한 것이 하나 더 있었는데 진행자 중 한 명이 하고 있는 빨간색 넥타이가 왼쪽 위로 올라간 모습이 그렇다. 바로 두 해 전 여름 8월의 어느 날, 강원도 인제에 있는 박인환문학관 마당에 있던 박인환 시인의 넥타이였다.
 
글/사진 김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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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활동하던 1950년대 생활상 재현된 문학관 내부
 
 
 
 
기자가 박인환 시인을 떠올린 것이 넥타이 때문이었으니 본론과는 조금은 다른, 하지만 관련 있는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모더니즘에 입각한 시를
쓴 김광균 시인은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추일서정’에서 쓸쓸하고 황량한 가을날의 풍경과 현대 도시 문명을 살아가는 현대인이 느끼는 고독감을 비
유와 묘사적 이미지를 통해 형상화했다. 그리고 그중 하나가 바로 ‘길은 한줄기 구겨진 넥타이처럼 풀어져 일광(日光)의 폭포 속으로 사라지고 조그만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새로 두 시의 급행열차가 들을 달린다’는 구절이다.

모더니즘에 대한 자료를 찾으니 ‘모더니즘’이란 용어는 원래 철학과 미술 분야에서 먼저 나타났는데, 기존의 전통적 관습에 대립하여 급진적인 변화를 추구했던 사상적・예술적 흐름을 의미하는 말이라 한다. 또 우리 문학사에서 모더니즘이 등장한 것은 1930년대 초부터인데, 모더니즘에 기반을 둔 시에는 대상을 지성적, 시각적, 구조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모더니즘 시를 통해 형상화된 대상들에는 시각적 이미지가 특히 강조되는데, 정지용・김기림・김광균・박인환 등의 시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