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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농마을 1지부 울진 왕피리마을
건강한 먹거리로 세상과 소통한다


‘한국 농업을 회복한다’는 뜻의 한농복구회(한농마을). 20년 동안 농약·비료·제초제를 사용하지 않는 삼무(三無)농법으로 농사를 지으면서 한농마을은 명실상부 유기농의 메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전국 각지에 지부를 둔 한농마을의 제1지부가 바로 울진 왕피리마을이다.

글/사진 백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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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광정(왕피리이장) 왕피천계곡 에코투어 사업단 사무국장
 
 
 
산골 오지 마을에 정착하다

울진 왕피리마을에는 마을 곳곳을 속속들이 잘 알고 있는 젊은 이장이 살고 있다. 왕피천계속 에코투어 사업단 사무국장이기도 한 안광정(47) 이장은 지인의 소개로 잠깐 들렀던 왕피리마을에 매료돼 지금까지 20년 동안 왕피리마을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한농복구회에 있는 지인의 소개로 1994년도에 처음 이곳에 방문하게 됐어요.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기에 잘못 들어왔나 싶었는데 마침내 도착해 고개 위에서 내려다 본 동네 전경이 너무 좋은 거예요. 자연과 더불어 사는 그 모습에 감동해 그때부터 지금까지 20년째 왕피리를 안 떠나고 있네요.”
 
많은 이들이 고향을 등지고 도시로 떠나는 상황에서 외려 도시에서 살다 시골, 그것도 산골 오지 중의 오지로 들어왔으니 참으로 대단한 결심이 아닐 수 없다. 저 세상 가운데서 이것저것 누리며 살고 싶은 것이 더욱 많았을 20대의 청춘이 산골 오지 마을에 정착할 결심을 하게 만든 왕피리의 매력이 궁금해졌다.

“국가에서 생태경관보존지역으로 지정할 만큼 이곳 왕피천 자체가 일급수예요. 원시림이 많고 야생 동식물이 풍부하니 보존할 가치가 충분하죠. 자연과 벗하며 살 수 있는 것처럼 큰 선물은 없는 것 같아요.”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 몸으로 와 닿은 첫 번째 이유라면, 이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한농마을 사람들의 따뜻함과 성실함, 진실함이 그를 이곳에 눌러앉게 만든 두 번째 이유다.


삼무농법, 땅이 살아나다

많은 땅들이 제초제와 농약, 화학비료 등으로 그 지력을 잃고 병들어가고 있을 때, 한농마을 사람들은 땅을 살리기 위해 삼무농법을 택했다. 왕피리마을 역시 마찬가지였다. 삼무농법으로 농사를 짓다보니 처음 5년 정도는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며 고생도 참 많이 했다고 한다. 그렇게 10년이 지나니 땅이 스스로 회복하기 시작했고 20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것을 심어도 잘 자랄 정도로 살아있는 땅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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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고기와 유기농 식재료로 차려진 건강밥상
 
 
 
안 이장은 “여기 있는 사람들의 사상 자체가 경천애인이다. 윤동주 시인의 시처럼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사는 것이 삶의 목표가 됐다”며 “그런 마음가짐이 있기에 유기농 농사도 지을 수 있었던 것”이라고 전했다.
 
그래서인가. 한농마을 사람들은 외출할 때도 현관문을 잠그지 않는다고 한다. 남이 아닌 ‘우리’이며 ‘가족’이기 때문이다. 또한 서로를 믿고, 나보다 상대방을 위해 양보하고 채워주고자 하는 마음이 앞서기 때문이다.

하늘을 공경하고 하늘 아래 살아 숨 쉬는 모든 것을 사랑하는 한농마을 사람들. 이들이 삼무농법을 통해 지력을 회복하고 유기농 먹거리를 생산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식량안보’다. 건강한 먹거리를 통해 모든 이들이 함께 건강해지고, 더불어 땅도 자연도 보호하자는 것이다. 그야 말로 ‘경천애인
(敬天愛人)’이다.

왕이 살던 왕피리, 탐방길이 열리다

고려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2년간 피난 생활을 했던 곳이라 해서 ‘왕피리’로 불리는 이곳은 태고의 신비를 그대로 간직한 대한민국 최고 오지로 꼽힌다. 수려한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이곳에 ‘탐방길’이 조성됐다. 왕피리 주민들이 풍광이 좋다고 알려준 길을 따라 탐방로를 정했다고 한다. 길
이 좀 가파른 곳까지는 버스로 넘어와 거기서부터 3시간 정도 걸어 왕피천에 도착하는 코스다. 중간에 왕피리마을에서 재배한 유기농 식재료로 만든 점심도 먹을 수 있는 몸도 마음도 건강해질 수 있는 힐빙(heal-being) 체험이다.

왕피리마을 안광정 이장은 “자연이 주는 선물을 온전히 느낄수 있는 체험이 될 것”이라며 “자연이 값없이 주는 아름다운 풍경과 유기농 먹거리를 통해 심신이 회복될 수 있는 탐방로 체험에 많은 분들이 참여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신앙과 경천애인 사상으로 한 마음이 된 한농마을 사람들. 그중 울진 왕피리마을은 한농마을 제1지부답게 아름다운 자연, 건강한 먹거리로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