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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과 함께 진화한
고대 인류

글, 사진. 이명우 운룡도서관・운룡역사문화포럼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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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대곡리 암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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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구석기시대 돌도끼, 우)신석기시대 석기
 

200만 년 전쯤에 인류의 조상들은 작은 돌멩이를 쪼개 무기나 생활도구로 사용하는 기술을 터득하면서 돌을 이용한 인류 문명의 길을 열었다. 또한 맹수와 자연재해에 맞서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삶의 터전인 강이나 들에 있는 돌과 바위를 이용하여 움집 주변에 울타리를 만들거나 의례도구로 사용하였다.

10만 년 전에 출현한 완전한 인류의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인 네안데르탈인이 거주했던 주
거지나 동굴 등에 남겨진 동물의 뼈들과 동굴내부의 생활 상태를 조사해본 결과 약 6만 년 이전에는 불과 석기를 사용했지만 특별한 정신적 의식이 없이 다른 동물과 같은 방식으로 생을 이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네안데르탈인의 화석이 많이 발견되는 이라크의 샤니다르에서는 지금으로부터 6만 년 전 
무렵에 한 남성이 매우 특별하게 매장된 것을 발견하였다. 무덤의 흙속에 다량의 꽃가루 덩어리가 화석화된 채로 남아 있었는데, 이는 유체의 주변이 꽃으로 장식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으로 보아 당시의 네안데르탈인은 죽은 사람의 매장을 중요시 여긴 최초의 인류로 추정된다.

우리나라 충청북도 청원군 두루봉 동굴에서 발견된 홍수아이는 4만 년 전에 죽은 후기 구
석기시대의 인골이다. 이 인골의 나이는 5세 정도로 추정되는데 발굴 당시 주변에 매장의 흔적이 발견되었다. 죽은 사람을 위해 반듯한 자리를 마련하고 고운 흙을 뿌리고 주변에 꽃을 뿌렸다. 이것은 의도적으로 장례의식을 하였다는 것을 말한다.

6만 년 전부터 정신적 사고(思考) 기능과 간단한 장례의식을 수행하던 호모 사피엔스 사피
엔스 고대 인류는 4만 년 전부터 동물에서 진화되어 의식세계를 갖게 됨으로써 자연이 만든 대지와 모든 만물을 경외심(敬畏心)을 갖고 보기 시작하였다. 특히 자연이 만든 사람과 닮은 거대한 바위라든가 인간이 만들 수 없는 거대한 솟은 바위들을 보면 처음에는 자연 그대로의 바위들을 신앙의 대상으로 경배하였다.

2만 년 전쯤부터 바위나 동굴의 벽면에 여러 가지 동·식물이나 기하학적 무늬를 조각하여 
자신들의 삶을 표현하기 시작하였다. 그 후 1만 년 전부터 농경(農耕)의 발달로 더욱 바위나 돌로 무기와 생활 도구를 정교하게 제작 사용하게 됨으로써 돌을 다루는 기술이 높아지고 돌을 활용하는 석기(石器)문화가 생겨나게 됐다.

석기문화가 보편화되고 친숙해지면서 높은 산에 있는 기기묘묘하고 거대한 바위 덩어리와 
평야에 솟아있는 신비한 형상의 바윗돌에 의미를 부여하고 정신수양의 상징물로 가까이 다가가게 되었으며 더 나아가 부족의 복을 빌고 마을의 안녕을 위한 경건한 신앙의 대상으로 삼게 되었다.

또한 씨족사회 원시 부족의 마을 어귀를 지키는 수호신으로서의 돌장승 또는 자손의 번창
과 마을의 풍요와 무사태평을 기원하여 숭배의 대상이 된 남근석(男根石)과 마을의 경계를 표시하는 입석(立石) 또는 돌장승 등이 탄생하게 되었다.

부족 공동체의 발전에 따라 권력을 갖고 있는 통치자들의 욕망은 거대한 자연석을 운반하
여 가공하거나 그대로 옮겨와 권위의 상징으로 삼고자 하였다. 거대한 돌로 만든 이스트섬의 거인상이나 지중해 코르시카섬의 영혼상, 안데스 산맥의 티아우나코 신전의 거대한 석상, 고조선의 거대한 고인돌 무덤 등이 최고권력자의 의지에 의해 탄생되어 고대 거석문화가 시작되었다.

공주시 반포면 상신리에 있는 입석(돌장승)은 마을이 형성된 고대
(古代)로부터 마을 입구에 마을 경계를 표시하기 위하여 세워졌다고 한다. 이 입석은 위가 좁고 아래가 넓은 방추형(方錐形)으로 되어 있다. 상신리 주민들은 이 입석을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으로 받들고 있으며 ‘장성바위’라고 부른다. 또한 매년 입석 앞에서 장승제를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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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시 반포면 상신리 마을 입구의 도로변에 자리하고 있는 선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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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산 갓바위
 

바위는 영원불변의 성질을 갖고 있어 원시종교에서는 바위가 마력을 갖고 있다고 믿었으며 자연을 창조한 절대자 또는 신과의 매개체라고 생각하였다. 이러한 인간의 잠재의식 속에서 자리 잡은 신성한 바위는 커다란 부족 공동체의 제의를 위한 신전이나 사후세계를 위한 무덤의 축조에 사용하게 되었다. 종교적인 숭배의 대상으로 커다란 바위에 부족의 신(神) 또는 자신들이 믿는 종교의 성인들을 조각한 석상을 만들기도 하고 거대한 바위굴을 파서 신전이나 교회를 만들기도 한다.

경상북도 경산시 팔공산에 있는 갓바위는 9세기에 조성된 불상이다. 불상이지만 상투를 
튼 민머리가 뚜렷하고, 얼굴은 둥글며 풍만하고 탄력이 있다.

눈꼬리는 약간 치켜 올라가 
있어 자비로운 미소가 사라진 근엄한 표정이다. 이 갓바위는 불교의 불상으로서 기도드리고 숭배하는 대상이 아니라 원시종교에서 볼 수 있는 신통력을 발휘하는 바위로 인식되어 불상이라고 부르지 않고 갓바위라고 부른다. 갓바위에 기도드리면 학업, 취업, 건강, 득남 등에 많은 효험이 있다고 하여 100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기도를 드린다.

고대로부터 산과 들에 있는 돌과 바위는 인류와 공생하면서 신화와 전설을 만들어내는 우리의 귀중한 자연 유산이다. 우리는 우리나라의 모든 산과 들에 있는 돌과 바위 그리고 이를 이용하여 만들 각종 유적과 예술품들의 소중함을 느끼고 바위가 갖고 있는 깊은 뜻을 음미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