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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의 목마는

그리스 군의 비밀 병기?


글. 신현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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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 옛날, 그리스의 영웅 아킬레우스의 부모인 펠레우스와 테티스의 결혼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그리스의 모든 신과 여신들이 초대를 받았는데, 유일하게 초대를 받지 못한 이가 있었다. 그는 바로 불화의 여신인 에리스였다.

‘고얀 것들! 나만 쏙 빼놓아? 어디 두고 보자.’

화가 난 에리스는 결혼 축하 연회장에 황금 사과 한 개를 던져 놓고 사라졌다. 그 사과에는 ‘가장 아름다운 여신께’라고 적혀 있었다. 헤라와 아프로디테와 아테나는 서로 황금 사과를 가지려고 다투었다. 자기가 가장 아름다운 여신이라고 하면서 말이다. 결론이 나지 않자 세 여신은 제우스에게 판결해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제우스는 이런 일에 휘말리고 싶지 않아, 이다 산에서 양을 치는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에게 판결을 맡겼다.

세 여신은 저마다 파리스에게 달콤한 제의를 하며 그를 구워삶으려고 했다. 헤라는 파리스에게 전 세계를 다스릴 권력을 주겠다고 했고, 아테나는 트로이가 그리스와의 전쟁에서 승리하도록 해 주겠다고 했다. 또한 아프로디테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를 주겠다고 했다. 파리스는 아프로디테의 제의가 마음에 들어 그녀에게 황금 사과를 주었다. 그리하여 그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인 헬레네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헬레네는 스파르타의 왕비였다. 파리스는 헬레네와 사랑에 빠져 그녀를 데리고 트로이로 도망쳐 버렸다.

아내를 빼앗긴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는 분하여 어쩔 줄 몰랐다. 그는 아내를 데려오겠다며 2만 5000명의 그리스 군을 이끌고 트로이 원정길에 나섰다. 그리하여 트로이와 그리스가 맞서 싸우는 ‘트로이 전쟁’이 시작되었다.

그리스 군에게는 아가멤논・아킬레우스・오디세우스・네스토르 등 수 많은 영웅과 용사들이 있었다. 그러나 트로이 정벌은 쉽지 않았다. 그리스 군은 트로이로 쳐들어가 성을 에워쌌지만, 트로이 군을 물리칠 수 없었다. 트로이 성이 워낙 견고했던 것이다. 전쟁은 10년 동안이나 계속되었고, 그리스 군은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오디세우스는 정공법으로는 트로이를 정복할 수 없음을 깨닫고 마지막 승부수를 띄우기로 했다. 그것은 커다란 목마를 만들어 놓고 군대를 철수했다가 불시에 적을 공격하는 위장 전술이었다. 오디세우스는 목마가 완성되자 용맹스러운 병사 50명을 그 속에 숨겨 놓았다. 그리고 목마를 트로이 성 가까운 곳에 옮긴 뒤 병사들에게 철수 명령을 내렸다.

그리스 군의 배들이 병사들을 태운 채 해안가를 떠나자, 트로이 군은 승리의 함성을 내질렀다.

“만세! 그리스 군이 철수했다!”
“우리가 전쟁에서 이겼다!”

그러나 그리스 군의 배들은 철수하는 척하고 트로이 평야 맞은편 테네도스 섬에 숨어 있었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트로이 군은 그리스 군이 남겨 둔 목마 주위로 모여들었다.

“왜 그리스 군이 목마를 남겨 두고 갔지?”
“목마에 글이 새겨져 있는걸. ‘아테네 여신이시여, 목마를 바치오니 그리스까지 안전하게 돌아가게 하소서.’”
“그럼 이 목마가 그리스 군의 안전한 귀향을 비는 예물인가 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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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마가 수상하다며 불태워 없애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트로이 군 병사들은 목마를 아테네 여신에게 바치는 신성한 예물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목마를 성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트로이 사람들은 모두 자기들이 전쟁에서 이겼다며 성대한 잔치를 벌였다. 부어라 마셔라 하며 밤새도록 즐기고 놀았다.

새벽이 되자 트로이 사람들은 술에 취해 잠이 들었다. 그러자 목마 속에 숨어 있던 그리스 군 병사들이 몰래 빠져 나와 성문을 열었다. 그리하여 섬에 있던 나머지 병사들이 트로이 성안으로 물밀 듯이 쳐들어왔고, 트로이 성은 순식간에 함락되고 말았다.



“고고학자 슐리만은 누구나 전설로만 여겼던 트로이 성의 유적을 발굴했다면서요?”

그리스와 트로이가 벌였던 트로이 전쟁 이야기는, 기원전 850~800년쯤 호메로스가 쓴 서사시 <일리아드>에 자세히 묘사되어 있다. 따라서 근대의 많은 역사학자들은 <일리아드>에 나오는 트로이를 전설과 신화 속에만 존재하는 도시라고 믿어왔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트로이 전쟁을 다룬 <일리아드>를 읽으며 자라온 독일인 하인리히 슐리만은 트로이를 전설과 신화 속의 도시로만 여기지 않았다. 트로이가 실제로 있었을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젊었을 때 사업을 벌여 백만장자가 되었던 슐리만은 마흔 살이 넘어 고고학자가 되어 트로이 유적 발굴에 나섰다. 1870년 그는 마침내 지금의 터키 서쪽 다르다넬스 해안에서 트로이 유적지를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슐리만이 전설과 신화의 세계를 현실로 바꾸어 놓음으로써 트로이 문명은 진짜 역사로 자리 잡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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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자 슐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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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다스
 

황금 손과 당나귀 귀를 가진 미다스 왕


지금의 터키 땅인 소아시아 고르디온에는 기원전 800년쯤 인도ㆍ유럽어족인 프리기아 인들이 세운 프리기아 왕국이 있었다. 이 나라에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도 나오는 이름난 왕이 있었는데, 그가 바로 황금 손과 당나귀 귀를 가진 미다스 왕이다.

어느 날 술의 신 디오니소스가 제관들을 데리고 양아버지 실레노스와 함께 여행을 떠났다. 이들은 프리기아 왕국으로 갔는데 포도밭을 지나왔을 때 실레노스가 보이지 않았다. 술에 취해 포도밭에 쓰러져 있는 그를 포도밭 주인이 발견해 프리기아 왕국을 다스리는 미다스 왕에게 데려간 것이다.

미다스 왕은 실레노스를 첫눈에 알아보고 따뜻하게 맞이하며 융숭하게 대접했다. 열흘 동안 잔치를 베풀어 주어 실레노스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열하루째가 되는 날, 미다스 왕은 실레노스를 디오니소스에게 데려다 주었다. 실레노스를 찾아 헤매던 디오니소스는 매우 기뻐하며 이렇게 말했다.

“미다스 왕이여, 내 양아버지를 극진히 대접해 주어 고맙다. 이 은혜를 꼭 갚고 싶은데 소원이 있으면 말해 보아라.”

미다스 왕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

“디오니소스 신이시여, 내 손에 닿는 것은 모두 황금으로 변하게 해 주십시오.”
“알겠다. 그대가 원하는 대로 될 것이다.”

디오니소스는 미다스 왕의 소원을 들어주었다. 궁전으로 돌아오는 길에 미다스 왕은 시험 삼아 길가에 늘어선 참나무 가지 하나를 꺾었는데, 그 가지가 순식간에 황금 가지로 변하는 것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궁전으로 돌아와서도 기둥ㆍ책상에 세숫대야 물까지 황금이 되었다. 손이 닿기만 하면 모든 것이 황금으로 변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손에 닿는 것이 다 황금이 되니, 미다스 왕은 아무것도 먹을 수 없었다. 그는 가슴을 치며 후회했다.

‘내가 어리석었어. 황금에 눈이 멀어 이런 불행이 찾아올 것을 생각하지 못하다니…. 아아, 나는 굶어 죽고 말 거야.’

미다스 왕은 디오니소스를 찾아가서 무릎을 꿇고 빌었다.

“디오니소스 신이시여,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이 저주스러운 마법에서 풀려나게 하옵소서. 다시는 욕심을 부리지 않겠습니다.”

“알겠다. 그대가 원하는 대로 해 주지. 팍톨로스 강에 가서 깨끗이 목욕을 하라.”

미다스 왕은 팍톨로스 강으로 가서 물속에 손을 담갔다. 그 순간, 모든 것을 황금으로 바꾸는 힘이 강물로 옮겨갔다. 그리하여 모래가 황금으로 변했다. 모래알이 반짝반짝 빛나는 것은 오늘날까지 그 때의 황금 모래가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미다스 왕은 이제 손에 닿는 것은 모두 황금으로 변하게 하는 힘을 잃었다. 그로서는 천만다행이었다. 그 뒤로 미다스 왕은 황금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부귀영화를 멀리하고 시골에 자주 다니며 자연과 더불어 살았다.

하지만 미다스 왕에게 불행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미다스 왕은 들의 신 판의 음악을 좋아했다. 판의 피리 소리를 즐겨 들으며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음악이라고 믿었다.

어느 날 판이 태양과 음악의 신 아폴론과 음악 솜씨를 겨루게 되었다. 판이 자신의 솜씨를 뽐내어 아폴론에게 도전장을 낸 것이었다. 심판관은 산의 신 트몰로스였다.

먼저 들의 신인 판이 피리를 불었다. 미다스 왕은 그 음악에 취하여 판의 연주가 끝나자 환호성을 질렀다.

“와아! 최고의 연주야!”

다음은 아폴론이 연주할 차례였다. 아폴론은 리라를 멋지게 연주했다.
이윽고 트몰로스가 판정을 내렸다.

“아폴론이 이겼습니다.”

미다스 왕은 이 판정에 이의를 제기했다.

“말도 안 돼! 아폴론보다 판이 더 연주를 잘했어. 엉터리 판정이야.”

아폴론은 기분이 상했다.

“뭐라고? 나보다 판이 더 낫다고? 도대체 그 귀로 무엇을 들은 거야? 음악도 제대로 못 듣고….”

아폴론은 그 자리에서 미다스 왕의 귀를 당나귀 귀로 만들어 버렸다.

그 뒤부터 미다스 왕은 당나귀 귀를 감추려고 넓은 수건을 머리에 쓰고 다녔다. 잠잘 때도 밥 먹을 때도 이 수건을 벗지 않았다.

그러나 머리를 손질할 때는 수건을 벗지 않을 수 없었다. 이발사만이 미다스 왕의 귀가 당나귀 귀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미다스 왕은 이발사에게 위협조로 말했다.

“내 귀에 대해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내 명을 어기면 네 목을 베어 버리겠다.”

이발사는 비밀을 지키겠다고 맹세했지만, 이 비밀을 말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렸다.

도저히 참지 못할 지경에 이르자, 이발사는 강가로 나가 땅에 구덩이를 팠다. 그 구덩이에 대고 이렇게 소리쳤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이발사는 비밀을 말하자 속이 후련했다. 그는 구덩이를 메우고 빙긋이 웃었다.

얼마 뒤 이발사가 구덩이를 팠던 자리에 갈대가 우거졌다. 바람이 불 때마다 갈대밭에서는 이런 소리가 들려왔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마을 사람들은 이 소리를 들었고,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사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나라의 온 백성이 알게 되었다.

고르디온에는 미다스 왕의 대형 고분이 벌판 한가운데에 놓여 있다. 1950년대에 미국의 고고학자가 이 무덤을 발굴했는데, 황금이 단 한 개도 나오지 않았으며, 미다스 왕의 귀는 보통 사람의 귀보다 조금 큰 정도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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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신라의 경문왕이 당나귀 귀를 가졌다면서요?”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는 통일신라 제48대 경문왕에 대해 기록되어 있다. 경문왕은 왕이 되자 뱀들과 함께 잠을 자는가 하면, 갑자기 귀가 당나귀 귀처럼 늘어났다고 한다.

왕위에 오른 경문왕은 이상한 버릇이 있었다. 침전에 뱀들을 불러들여 함께 잠을 자는 것이었다. 깜짝 놀란 궁인들이 뱀들을 밖으로 쫓아내려 하자 경문왕이 말했다.

“내버려 둬라. 나는 뱀이 없으면 잘 수가 없어.”

그러고는 뱀들을 가슴에 덮고 편안히 잠이 드는 것이었다.

그 무렵 경문왕에게는 큰 고민이 있었다. 갑자기 귀가 쑥쑥 자라더니 당나귀 귀처럼 되었다. 이 사실은 관을 만드는 복두장이 말고는 아무도 몰랐다.

“이 일은 너와 나만이 아는 비밀이다. 죽을 때까지 누구에게도 말해서는 안 된다. 만약에 비밀이 새어 나가면 네 목을 내놓아야 한다.”

그러나 복두장이는 죽기 직전에 도림사 대숲에 가서 이 비밀을 털어놓고 말았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

그 뒤로 바람이 불면 도림사 대숲에서 이 소리가 들려왔다. 경문왕은 이 소리가 듣기 싫어 대나무를 모조리 베고 산수유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경문왕이 다른 사람들보다 귀가 커서 당나귀 귀를 가졌다는 소문이 돌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백성들의 소리를 듣지 않고 독재 정치를 해서 이런 이야기가 생겼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당나귀 귀 이야기는 경문왕의 독재 정치를 비꼬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