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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장의

고구려 목조다리


글, 사진. 이명우 운룡도서관・운룡역사문화포럼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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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강 고구려 대목교 추정도
 


<삼국사기〉에 의하면 고구려와 백제 및 신라에서 많은 목조다리를 건설했다는 기록이 있다. 고구려는 삼국 중 고대국가로 가장 먼저 체제를 정비했으며 문화적인 수준도 다른 두나라보다 앞섰다. 기록에 의하면 장안성의 구제궁에는 ‘통한’ ‘연고’ ‘청운’ ‘백운’이라고 불리는 4개의 다리가 있었다고 한다. 또한 고구려는 413년에 안학궁 앞쪽 대동강에 큰 나무다리(대목교)를 건설하였다고 한다. 이 다리의 위치는 평양시 대성구역 청호동과 대동강 유역 휴암동에 있었는데, 다리 북쪽은 고구려의 정궁인 대성산성과 안학궁이, 서북과 동북쪽에도 역시 고구려 유적인 청암리성과 고방산성이 자리 잡고 있다. 이 대목교가 고구려의 궁궐로 직접 향하는 진입로 역할을 한 것으로 파악된다.

북한의 1981년 대목교 유적 발굴 보고서에 따르면 나무다리는 총 길이가 375 , 폭이 9 로 커다란 수레가 교행되는 큰 다리였다. 골조로 쓴 나무는 폭 38㎝, 두께 26㎝인 굵은 나무 각재였는데 길이가 6~7 로 부러진 것을 보면 원래는 10를 훨씬 넘는 목재를 사용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발굴된 유적을 기초로 하여 나무다리의 규모를 보면, 다리의 입구는 부챗살 모양이고 다리의 본체 위에는 세로와 가로로 보를 놓고 그 위에 두꺼운 깔판을 가지런히 깔아 다니기 편하고 보기에도 좋게 만들었다. 다리 가장자리에는 안전한 난간을 만들었다. 강 양쪽에 물이 닿지 않는 입구 부분에는 든든한 각재들로 기초를 튼튼히 하고, 그 위에 기둥을 세웠다. 물이 늘 흐르는 본체 구간에는 우물 정(井)자의 교각형태로 목재를 맞물려 쌓은 등불대(112x154㎝)가 있었다.

고구려 기술자들은 이처럼 큰 규모의 다리를 건설할 때도 못이나 꺾쇠 같은 쇠붙이를 하나도 쓰지 않고, 모든 이음새를 서로 맞물릴 수 있도록 틈을 다르게 만들어 깎아서 잇는 방법(사개물림 방법), 혹은 촉을 박는 방법을 썼다. 다리는 사람과 무거운 짐을 실어 나르는 수레가 다녀야 하기 때문에 그 무게를 받치는 힘을 계산하여 만들지 않으면 무너져 내리고 만다. 고구려 목조 건축 기술자들은 약 400 에 이르는 넓은 강폭에 다리 상판의 처짐과 교각 사이의 간격 등을 정밀하게 계산하여 안전한 다리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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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목교 교각 유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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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대목교 잔해들
 



평양을 관통하는 대동강에 위치한 약 400 길이의 이 다리는 300년 후 통일신라 때 건설된 월정교와 일정교의 길이가 약 60 인 것을 비교하면 그 당시로서는 대단히 긴 다리였으며 당대의 중국 목교도 100 가 넘는 길이는 없었다고 한다.

현재 전 세계에서 목조 다리로 유구가 남아 있어 규모를 파악할 수 있는 것 중 고구려 대목교는 그 당시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긴 다리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고구려 대목교 유적은 북한의 국보 문화유물 제160호이다.

백제는 고구려보다 늦게 국가 체제를 갖추었으며 주로 고구려로부터 선진 목조건축 기술을 전래받았다. 〈 삼국사기〉 백제본기 동성왕조(498년)에 웅진교를 건설했다고 하였으나 그 위치와 규모는 알 수 없다. 백제는 일본에 여러 분야의 선진문화를 전했는데 그중의 하나가 목조 건물과 다리 축조기술이 있다.

백제 토목기술자인 노자강이 일본에 건너가 다리 가설 기술을 전했다고 일본 사서(史書)에 나오는 것으로 보아 백제인의 다리 축조기술이 매우 높은 선진 기술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일본의 야마나시현 오오츠키시에 있는 계천 계곡에 놓여 있는 ‘사루하시(猿橋)’라는 목조 다리는 일본의 3대 기교(奇矯)로서 중요 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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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루하시교
 



이 다리의 양쪽은 거의 수직으로 된 단애절벽이며 강바닥에서의 높이는 약 30 이고 폭은 3.3, 길이는 30 이다. 다리가 건설되기 전에는 계곡을 건널 수 없어 먼 길을 돌아가야 할 처지였으나 당시 일본의 기술로는 이런 30 수직절벽 위에 다리를 놓을 만한 기술이 없어 백제에서 온 기술자에 의해 다리를 놓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사루하시교’는 1400년 전백제 기술자들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고난도 첨단 목조교량 건설기술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는 표본이 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다리 길이가 가장 길다고 하는 스위스 루체른의 카펠교(Kapellbrücke)는 1333년 로이스강에 놓인 목조 다리로 길이가 200 에 이른다. 우아한 형태로 루체른의 상징이 됐다. 스위스의 카펠교보다 720년 전에 고구려가 카펠교의 2배 길이가 되는 약 400 의 목조 다리를 수심이 깊고 강물이 흐르는 대동강에 건설했다. 이것은 현재 한강에 첨단 공법을 이용하여 철근 콘크리트 다리를 건설하는 기술로 비교해볼 때 1600년 전 당시 다리 건설하는 토목 기술이 세계 최고라는 것을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남북이 빨리 통일돼 대동강에 고구려 대목교를 복원하여 세계에 우리 선조의 목조문화에 대한 첨단 기술과 격조 높은 목조 문화를 자랑하면서 관광 자원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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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카펠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