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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의 신사,

펭귄!


글. 박춘태(중국 북경화지아대학교 기업관리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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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뚱거리며 걷는가 하면 넘어지기도 한다. 그 뒤뚱거리는 걸음으로 얼음 위를 잘 걷는 새가 있다. 남극의 신사, 사회적 동물로도 불리는 펭귄이다. 6000만 년 전부터 남반구에서 생존해 왔으며 걷는 모습과 외형이 귀여워 모든 인간에게 사랑받고 있다.

펭귄은 바다새이지만 비행 능력이 없어 날지 못한다. 날개는 잠수할 때만 이용하며 헤엄치는 능력, 잠수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번식 기간을 제외한 연중 대부분의 시간을 바다에서 보낸다.

현존하는 펭귄의 종류가 18종에 이르는데 주요 서식지로는 뉴질랜드와 영하 50도 추위의 남극 등 주로 남반구가 해당된다. 비교적 몸집이 큰 펭귄은 추운 지방에 서식하는데, 이는 열을 잘 보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극한의 환경에 사는 펭귄이 자연스럽게 얼음 위로 걸어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울러 펭귄은 절대로 동상에 걸리지 않는다. 그 비결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정맥이 동맥을 빈틈없이 보호대로 감싸 듯 둘러싸고 있기에 정상 체온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때문이다.

현존하는 펭귄 가운데 가장 큰 펭귄은 황제펭귄이다. 잠수실력이 가장 뛰어난 펭귄으로 18분 정도 잠수할 수 있다. 남극에 서식하고 있으며 키가 약 1.1미터에 달하고 무게가 35킬로그램 이상이다. 이와 반면에 가장 작은 펭귄은 쇠푸른펭귄으로 키가 약 25센티미터, 무게가 1킬로그램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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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펭귄
 



황제펭귄이 새끼를 키우기 위해 들이는 공은 상상을 초월한다. 암컷은 알을 낳기 위해 무려 45일 동안 단식을 하며 버틴다. 먹이를 찾아 바다로 나가는 시기는 알을 낳고 난 후, 수컷과 교대를 한 다음이다. 한편 수컷은 알을 품은 채역시 단식에 들어가는데 그 기간이 무려 평균 115일 정도다. 만약 암컷이 돌아오기도 전에 알이 깨어나면 새끼에게 먹일 음식을 준비하는데 감동적이다. 10일 정도 수컷의 식도에서만들어지는 ‘커드(Curd)’라 불리는 단백질과 우유 같은 물질을 뱉어내어 먹인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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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푸른펭귄
 



남극은 뉴질랜드에서 6시간 비행이면 도달할 수 있는 가까운 거리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국가에서 남극기지를 건설하여 극지의 기후, 동물, 생태계 등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 남극펭귄을 만나고자 한다면 굳이 남극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

뉴질랜드 오클랜드의 켈리탈튼즈 시라이프수족관(Kelly Tarlton's SEA LIFE Aquarium)또는 크라이스트처치의 앤타틱 센터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뉴질랜드는 펭귄의 나라로 불리기도 한다.

가장 큰 종인 황제펭귄을 비롯해 가장 작은 쇠푸른펭귄, 또 희귀종인 노란눈펭귄과 피오르드랜드펭귄까지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펭귄인 쇠푸른펭귄은 뉴질랜드 남섬 오아마루(Oamaru) 항만 일대에 서식하고 있다. 이들은 해가 뜨기 전 바다로 나간 후, 어두울 때 해안가로 돌아와 땅에 구멍을 파고 산다. 그런데 해안가로 나와 둥지로 들어가려면 늘 도로를 횡단해야 했다.

이와 더불어 쇠푸른펭귄을 구경하기 위해 밤늦게까지 이어진 차량들과 관광객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현상은 펭귄에게 심한 스트레스를 줘 새끼를 제대로 키우지 못하게 하는가 하면, 문명의 이기에 위협까지 느끼게 했다.

토착종인 노란눈펭귄의 번식 성공률을 보면스트레스에 따라 큰 차이가 있었다. 인간의 영향을 받은 오타고반도의 노란눈펭귄은 평균 0.75마리의 새끼를 낳은 반면, 인간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은 그린 섬의 노란눈펭귄은 1.39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이는 스트레스가 펭귄의 번식에 악영향을 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인지한 지역 주민들은 펭귄보호를 위한 여러 차례 대책 회의와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최종적으로 내린 결론은 펭귄용 지하도를 만들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그 결과 약 24미터에 이르는 세계 최초의 펭귄용 지하도를 만들었다. 현재 펭귄들은 스트레스 없이 지하도를 이용해 그들의 둥지까지 건너가고 있다. 지하도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펭귄들이 길을 다 건널 때까지 무작정 기다려야 했으며 사람들 또한 불편함이 많았다. 펭귄보호를 위해 지역 주민들의 관심이 지대함을 엿볼 수 있다.

그러면 펭귄들의 일생은 어떻게 이뤄지는가. 그들은 사냥을 할 때 무리를 짓는 습성을 갖고 있으며, 인간과 마찬가지로 이혼과 재혼을 반복한다. 펭귄들 간의 ‘사회적인 상호 작용’이 있으며 음성이나 시각 정보를 통해 상호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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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투펭귄
 



펭귄이 자신이 처음 선택한 같은 짝을 계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 또 새 짝을찾는 비율도 종에 따라 다르니 놀라운 일이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조류는 ‘일부일처제’를 유지한다. 펭귄도 예외가 아니다. 펭귄들은 자신의 배우자를 선택할 때 인간의 눈에는 잘 볼 수 없는 부리, 눈과 눈 주변의 ‘색깔 차이’를 기준으로 삼는다. 이러한 색깔 차이의 기준은 나이, 건강상태 등을 예측하는 지표가 된다. 이를 테면 노란눈펭귄은 눈 주변에 노란 띠가 형성돼 있는데, 암컷에 진한 노란색이 있고 수컷에 붉은색이 있다면 이는 나이가 들었다는 의미이다. 눈 주변의 노란띠의 채도가 높을수록 건강 상태가 좋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짝을 찾는 펭귄은 상대의 눈과 눈 주변에 형성된 띠의 채도와 색상의 수치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채도와 색상의 수치가 높을수록, 체중이 많이 나가는 짝을 선호한다. 이러한 선택은 번식력이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 번식이 빠른 것은 자신의 능력과 건강함의 지표가 된다고 할 수 있다.

젠투펭귄의 경우 부리색깔로 판단한다. 수컷은 진한 붉은 색깔일수록 건강하다. 이러한 면을 고려하여 펭귄은 자신에게 맞는 짝을 구하고자 열심히 구애 행동을 한다. 펭귄의 일부일처제 유지기간은 번식기간과 관련이 있다. 번식기간이 끝나면 짝을 바꾸는 일이 흔하다. 그 이유는 번식기에 상대가 불임이거나, 알을 품을 때 서로 뜻이 맞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펭귄 종에 따라서 이혼율도 다르다. 이는 종에 따라 수명과 서식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황제펭귄은 80%가 넘을 정도로 높은데, 이는 최장 50년까지의 수명도 일부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이와 반면에 젠투펭귄은 이혼율이 27% 정도다.

이렇듯 펭귄의 이혼율은 25% 이상에서부터 80%까지를 상회하므로 항상 같은 짝과 함께 같은 번식지로 오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수명이 긴 펭귄일수록 여러 번 번식을 하므로 좋은 짝이 나타나면 짝을 바꿀 수도 있다. 결국 펭귄의 이혼은 포란행동으로 번식을 더 잘하려는 수단이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