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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리족의

관절은

왜 튼튼한가


글. 박춘태(중국 북경화지아대학교 기업관리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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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인구 460만 명의 대부분은 유럽인이다. 이 가운데 원주민인 마오리족은 70만명가량이지만, 전체 인구의 15%를 차지해 소수 민족 중 가장 큰 비율을 이루고 있다. 마오리족의 뉴질랜드 정착은 13세기 후반부터 이뤄졌는데, 자연에 순응하면서 자연친화적인 생활을 하였다. 그들의 일상은 해안가에 가서 전복과 홍합을 채취하는 일이었다. 또 채취한 것은 달궈진 돌덩이에 익혀서 먹었을 뿐만 아니라 생식도 즐겼다.

최근 과학 및 의학의 비약적인 발달은 인구의 증가와 고령화의 진전을 부추기고 있다. 고령화사회(Aging Society)의 기준이 65세 이상의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의 7% 이상을 차지하는 점에서 보면 뉴질랜드는 초고령화 사회라 할 수 있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구상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60세 이상 살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고령화에 따른 관절 연골의 마모, 연골의 노화현상이 풀어야 할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있다. 연골의 노화 또는 소실이 관절의 변형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삶의 질, 육체적 웰빙의 가치를 높이는 한편, 전인적 건강을 위한 방법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

움직임이 제약받지 않으려면 생물학적 노화에 따른 거동에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 일반적인 원인은 관절 연골의 마모에서 비롯되는데, 이것이 심해지면 그 주위의 뼈들이 변형돼 무릎 통증으로 이어진다. 결국 관절은 쓰면 쓸수록 마모될 수밖에 없기에 관절에 무리를 주면 안 된다.

비만인구의 증가 추세가 전 세계적이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게 된 데는 두 가지 요인을 손꼽을 수 있다. 첫째는 업무자동화로 인한 활동적이지 못한 생활습관에 있다. 둘째는 가공식품 및 패스트푸드 음식의 과도한 섭취에 있다. 뉴질랜드의 비만율은 세계 3위에 달할 정도로 심각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의하면 뉴질랜드의 성인 비만율은 약 31%에 달했다고 한다. 이러한 수치는 성인 3명 가운데 1명에 해당한다. 비만 때문에 부담하는 의료비용 또한 엄청나다. 연간 6천억 원에 이르는 데, 이는 1인당 약 12만 7천 원을 부담하는 셈이다. 뉴질랜드는 사회·국가적 차원에서 이러한 면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 비만인구를 줄이기 위해 많은 홍보와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국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들 수 있다. 도심 곳곳에 공원 또는 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는관계로 조깅 또는 걷기 운동이 생활화 돼 있다. 또 자연스러운 흙길이 조성돼 있다. 이는 아스팔트길을 걷는 것보다는 흙길을 걷는 것이 관절 건강에 좋기 때문이다. 뉴질랜드에서는 관절 연골 마모를 예방하기 위해 걷기 운동이 좋은 운동으로 인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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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에서만 자생하는 초록입홍합
 



걷기 운동이 건강을 유지하는 기본 요소로 인식하고 있음에도 연령별로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노년층에서 이뤄지는 걷기 운동이 젊은층의 걷기 운동에 비해 활발하지 못하다. 그 이유는 관절의 기능 때문이다. 노년층 인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특징이라면 관절의 퇴행으로 인해 튼튼하지 못한 무릎관절이다. 오랜 기간 인류는 관절염에서 자유롭지 못했으며 이는 현재도 마찬가지다. 인류를 지속적으로 괴롭혀 온 질환 중 하나가 관절염이라 할 수 있다. 튼튼한 무릎관절을 갖고 싶었던 것은 인류의 숙원이었다. 보행을 하거나 계단을 이용하는 등 다리를 쓰는데 지장이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환절기의 아침・저녁이나 일교차가 큰 계절이 되면 관절 통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다. 왜냐하면 근육과 혈관이 좁아짐으로써 관절 부위가 뻣뻣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뉴질랜드 해안가에 사는 원주민인 마오리족은 나이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관절염이 극히 드물며 튼튼한 관절을 갖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사는 마오리족은 골다공증도 없고 무릎과 발목 등의 관절 상태가 실제 나이에 비해 젊게 나왔다. 어떻게 이러한 기이한 현상이 일어날
수 있는가. 유전적으로 마오리족의 연골이 다른 인종보다 더 튼튼해서 일까. 마오리족이라고 해서 연골이 특이한 것은 없다. 해안가와는 달리, 내륙에 거주하는 마오리족들은 관절염에 시달렸다는 연구 결과가 있기 때문이다.

뉴질랜드는 대기 오염이 극히 적은 반면에 자외선 수치가 상당히 높다. 이와 더불어 연간 일조시간이 평균 2000시간을 초과할 정도로 많다. 이 같은 조건으로 청정해안에서는 높은 자외선을 받아 자라는 특이한 담치류가 있다. 초록색입홍합(green-shelled mussel)이다.

홍합의 껍질 색깔이 초록색을 띠며 껍질 안쪽은 녹황색을 띠는데 건강식품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특히 건강관절과 연관이 돼 있는데 항염 성분이 많다는 점이다.

홍합은 바닷가에 사는 마오리들에겐 흔한 먹거리였지만 내륙에서는 홍합을 먹을 기회가 없었다. 그런 면에서 마오리족의 관절 건강 비결은 초록입홍합에 함유된 플랑크톤에 있었다. 바닷가에서 쉽게 채취할 수 있는 초록입홍합은 뉴질랜드에서만 자생하는 홍합이다. 해안가에 거주하는 마오리들은 오랜 기간에 걸쳐 이를 날 것 또는 익혀 먹음으로써 관절염 발병률을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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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리족들은 거대한 근육질을 가지고 있으며 힘이 세기로 소문나 있다. 허리 뱃살이 출렁거릴 정도로 뚱뚱한 사람들이 많다. 물론 뚱뚱하다고 해서 건강에 큰 문제가 있거나 운동신경이 둔한 것은 아니다. 때로는 스피드와 민첩성이 뛰어난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뉴질랜드 국가스포츠로 각광받는 럭비를 보자. 뉴질랜드 럭비를 대표하는 전설적인 선수가 많다. 그 가운데 뉴질랜드 대표팀 ‘올 블랙스(All Blacks)’와 1995년 남아공럭비월드컵에서 활약한 조나 로무(Jonah Lomu)는 뛰어난 돌파력을 갖고 있었다. 윙을 맡았던 그는 달려드는 선수를 민첩하게 따돌렸으며, 부딪치고 달려들 땐 매단 채로 달렸다. 196㎝의 큰 키에 120㎏이 넘는 거구인데도 100m 달리기를 10초8에 뛰었다. 그를 넘어뜨리는 선수에게는 ‘현상금’이 내걸릴 정도였다. 한마디로 ‘혜성’이었다. 그렇다면 그의 뛰어난 스피드와 돌파력의 원천은 무엇인가? 초록색입홍합의 섭취에 있었다.

초록입홍합에는 ‘리프리놀’이라는 오메가3 불포화지방산이 다량 함유돼 있다. 이 성분의 역할은 염증 유발 물질을 강력하게 억제하여 무릎연골의 염증을 억제한다. 일반 어유에 비해 200배 이상의 강력한 항염·항산화 작용을 한다. 더욱 놀라운 점은 ‘리프리놀’ 성분이 뉴질랜드에서 자라는 초록입홍합에서만 발견됐다는 점이다. 자외선이 강한 뉴질랜드 청정지역 해안에서 서식하는 초록입홍합의 먹이는 플랑크톤이다. 이 플랑크톤이 강력한 자외선에 살아 남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할까. 강력한 항염 물질을 충분히 체내에 축적한다. 자외선으로부터 생성되는 활성 산소의 피해를 막을 수 있는 항산화 물질을 만들어낸다는 측면이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플랑크톤은 활성 산소를 퇴치할 수 있는 강력한 항산화 물질을 갖게 되었다. 마오리족의 관절이 튼튼한 것은 바로 초록입홍합이 항염 물질에 충분한 플랑크톤을 먹고 자라는 데 기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