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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항쟁,

퀴어문화축제 vs 홀리 페스티벌


글 이경숙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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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9일 오후 서울 서울광장에서 열린 2015 퀴어문화축제 개막식에서 관계자들이 무지개색 풍선을 이용해 하트를 만들고 있다.
 

지난달 치러진 성소수자축제인 ‘퀴어문화축제’로 사회적 갈등 양상이 심화되고 있다. ‘퀴어(Queer)’란 영어로 ‘이상한’ ‘색다른’을 의미하지만, 19~20세기에 이르러 성소수자인 동성애자에 대한 개념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현재는 레즈비언(Lesbian)과 게이(Gay)·양성애자(Bisexual)·트랜스젠더(Transgender) 등 성소수자를 포괄하는 뜻으로 사용된다.

LGBT(Lesbian·Gay·Bisexual·Transgender의 약자), 즉 성소수자들의 문화축제를 보수 개신교 단체가 강하게 반대하고 나서면서 동성애 차별문제는 다시금 사회적 이슈로 급부상했다. 누군가는 인권의 문제를 들어 동성애자들에게, 누군가는 자기 종교의 신념과 일반 사회적 개념을 따라 동성애자들을 반대하는 입장에 손을 들어줄 수도 있다. 다른 누군가는 이러한 모든 상황을 제3자의 입장에서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어느 누구 하나도 맘이 편친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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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9일 오후 서울 서울광장에서 열린 2015 퀴어문화축제 개막식에 독일, 미국, 벨기에, 영국, 프랑스 등 17개국 주한 대사 및 대사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퀴어문화축제는 성소수자들을 주축으로, 이를 지지하는 사람들과 단체가 모여 2000년부터 매년 치러온 행사다. 성소수자들은 이 축제 기간을 통해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 반대 의사를 밝히며, 자신들의 성별정체성에 대해 자유롭게 표현하고 사회와 좀 더 소통할 수 있는 기회로 삼는다. 성소수자들은 사회가 바라보는 편견과 호모포비아(Homophobia, 동성애혐오증)에 의한 공격을 받으며, 불합리한 차별대우를 받는 경우가 빈번하다. 즉,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대한민국에서 사회적·경제적 등의 생활을 하고 있지만, 결국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인권의 사각지대로 몰리게 된 것이다.

지난 6월 9일 퀴어축제는 예상했던 대로 동성애를 반대하는 일부 보수 개신교 단체들의 방해를 받으며 겨우 시작할 수 있었다. 축제를 반대하는 이들은 ‘더러운 세상에 살기 싫으니 세상을 멸망시켜 달라고 차라리 기도하겠다’는 등 동성애를 협오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사용했다. 한국교회언론회도 이에 동조하고 나섰다. 언론회는 “동성애 퀴어축제는 불필요하게 국민들에게 불편함을 주고 자기들만의 왜곡된 성을 강요하는 것으로, 한국 사회에서 사라져야 한다”며 “국민들이 원하지도 않는 일을 벌여 놓고 선량한 시민들에게 자신들을 혐오하거나 차별한다고 주장하는데, 자신들이 먼저 국민들에게 문화적 폭력을 가하고서 ‘왜 우리를 비난하느냐’라고 하는 것은 적반하장의 극치”라고 맹비난했다.

대한민국 헌법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헌법 제11조 1항)고 기록하고 있다. 또한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헌법 제10조)고 헌법은 명시하고 있다.

6월 2일 퀴어축제를 앞두고 조직된 한국교회동성애대책위원회(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국교회연합·한국장로교총연합회·미래목회포럼·한국교회언론회)는 동성애 확산을 적극 저지하겠다며 함께 연합했다. 이들은 성소수자를 대상으로 상담 활동을 펼치고, <동성애는 성 왜곡이요, 중독이다>란 논문집을 발간해 동성애 반대를 위한 이론까지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동성애자들을 탈동성애자로 교화하기 위해 지난달 9일에는 퀴어축제 ‘맞불’ 행사 격인 홀리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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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문화축제 개막식이 진행된 지난 6월 9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예장통합 동성애반대 비대위 등 단체 회원들이 동성애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보수 개신교는 왜 이토록 동성애를 혐오하고 반대하는 것일까. 물론 동성애자 차별을 반대하는 범종교계(불교·개신교·가톨릭·원불교) 시민사회단체들은 예외다.

개신교에서는 ‘성서에 의하면 동성 간 성교를 죄악 시하는 규율’이 있다고 말한다. 그럼으로 기록된 성서의 내용을 지키지 않는 것은 신에게 죄를 짓는 것이며, 이로 인해 인간이 타락의 길을 걷게 되고 그 끝은 멸망이라고 말하고 있다. 신학적 관점에서 동성애를 반대하는 이유는 이 뿐이 아니다. 하나님은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고 둘이 한 몸을 이루어 ‘생육하고 번성’하라고 하셨는데, 동성애는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하나님 말씀을 지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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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9일 오후 서울 서울광장에서 열린 2015 퀴어문화축제 개막식에서 참가자들이 ‘무지개 행동’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즉, 동성애는 창조의 질서를 깨뜨리고 성서에 기록된 말씀을 지키지 않는 죄악이라는 것이 개신교계의 주장이다. 또한 동성애자 차별금지법이 통과될 경우, 성서를 통해 동성애가 죄악임을 증거해야 하는 목사들은 범법자가 될 수밖에 없으며 말씀도 전할 수 없는 입장이 된다고 언급한다.

동성애를 반대하는 사람들 중 동성애는 선천성이 아니라 후천성이므로 정신적 치료나 상담, 교화에 의해 탈 동성애자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당장 내게 손해가 없다고 해서 방관만 하다가 한국에서 동성애법이 통과가 된다면, 교회만이 아닌 국가적인 재난이 될 것이다. 동성애 합법화로 몰아가는 세력들에 대항하여 우리가 용감하게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우리의 행동하는 기도는 음란과 동성애를 무너뜨리는 성결의 빛이 되어 동성애 입법을 막고 우리 조국을 거룩한 나라로 세울 것이다!”
- 에스더기도운동본부

이상 성서를 근거로 동성애를 반대한다는 개신교계의 입장을 간략히 살펴봤다.

종교적 관념과 크게 상관없이 동성애에 대한 혐오감을 원색적으로 드러내는 호모포비아들도 있다.

그렇다면 성소수자인 LGBT는 개신교계에 어떠한 입장을 취하고 있을까.


-동성애자인권 웹진 ‘너, 나, 우리 “랑”’ 발췌-

“차별금지법 이전에도 동성애를 혐오하는 세력과 성소수자 운동이 부딪친 적은 많다. 그 역사는 적어도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 2003년 청소년보호법 시행령 제7조가 규정하는 동성애자 차별조항 삭제를 위한 투쟁과정에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회장 이영훈)가 국가인권위의 동성애차별조항 삭제권고에 대해 비난하면서 시작되었다. 기독교가 늘 주장하듯이, ‘동성애는 소돔과 고모라처럼 유황불의 심판을 받을 것이며, 동성애가 신의 창조질서를 파괴하고, 가족을 붕괴시키며, 에이즈 확산의 주범’이라는 것이었다. 이 때 동인련 회원이었던 청소년 동성애자 육우당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이를 통해 성소수자 단체는 한기총과 정면 대립하게 되었다.

2. 차별금지법 제정이 화두가 된 2007년 우리는 한기총 외에 새로운 기독교 단체들을 접하게 되었다. ‘국가조찬기도회’


‘의회선교연합’ 등 기독교 정치인 중심의 여러 우파 기독교 단체들이 모여 차별금지법 반대 운동을 벌였다. 이때 “북한인권 외면하고 동성애라니” “며느리가 남자라니” 등의 구호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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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3일 오전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와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에 반대하는 인간띠잇기’ 범종교계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3. 2010년 김수현 작가의 <인생은 아름다워> 드라마에서 동성 커플과 가족 간의 갈등 등이 진지하게 그려지면서 우파기독교의 공격이 또 시작되었다. 당시 ‘동성애허용법안반대국민연합’으로 뭉친 이들은 사뭇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근거를 동원하여 동성애 반대에 나섰다. 때문에 동성애 반대 논
리에 대한 진보진영의 논박도 이어졌다. 동성애 반대 근거로 가족 및 사회 붕괴, 에이즈 확산, 동성애 전염 및 학습, 동성애자의 우울하고 불건강한 삶에 대한 다양한 근거들이 신문광고 및 기사들로 도배되었다. 법무부가 다시금 차별금지법안을 준비 중인 가운데 벌어진 일로 이들은 구체적인 행동지침을 배포하는 등 차별금지법 반대를 위해 조직적 행동에 나섰다. 이 시기 ‘바른 성문화를 위한 국민연합(바성연)’이 만들어졌고 성소수자 운동도 맞대응 광고를 내고 기자회견과 캠페인 등을 통해 우파들과 맞서면서 혐오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했다.

4. 2010년 10월 국가인권위가 군형법 92조 계간 조항에 대해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발표한 이후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라이트코리아’ ‘6·25남침피해유족회’ ‘외국인범죄척결국민연대’ 등 국가주의적 보수단체들이 혐오 세력으로 새로이 등장했다. 이들은 동성애가 군기강을 흐린다며 국가인권위 해
체를 주장하거나, 국가안보 논리를 적극적으로 내세웠다.

5. 2011년 겨울 서울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될 당시에는 ‘참교육어머니전국연합’ 같은 우파 학부모단체들이 앞장서서 서울학생인권조례를 반대했다. 이들은 부모의 이름으로 청소년의 정치참여를 반대하고 임신출산과 성적지향을 공격하면서 ‘우리 아이들’이 동성애자가 되고 성적으로 타락하는 것을 막겠다는 주장을 폈다. 청소년 보호 논리와 성소수자 혐오가 결합되었다.

6. 혐오세력은 2010년 이후 영화 <친구사이>, 레이디가가 내한공연, <XY그녀>, <클럽 빌리티스의 딸들>, <코미디 빅리그> 등 미디어나 매체가 동성애 및 트랜스젠더를 다루는것에 격하게 반대해왔다. 최근에는 MBC에서 동성결혼과 관련하여 우호적 보도를 했다는 것을 공격하고 있다. 이들은
청소년들이 매체를 통해 동성애를 학습하고 전염된다는 논리를 펴고, 동성애를 언론이 공공연하게 선전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동성애를 다루는 거의 모든 매체를 공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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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지자체에도 우파 기독교 세력이 압력을 넣고 있다는 사실이 마포 현수막 사건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 성소수자가 드러나는 모든 곳에서 전방위적으로 공격이 이뤄진다.

“그럼 이들은 어떤 논리로 동성애를 반대하는가?”

“혐오세력은 ‘동성애자는 자녀를 낳을 수도 없고, 제대로 양육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한다. 프랑스에서 팍스(시민연대계약) 입법 당시에 반대자들이 내건 구호인 ‘내 조카를 아동성애자에게 맡길 수 없다’는 말은 성소수자들을 보는 사회적 시선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하지만 동성애자 커플의 자녀에 대한 연구결과들은 이성애자 부부 자녀들보다 동성애자 부부의 자녀들이 더 불행하다는 근거는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오히려 동성 커플의 자녀들이 학교나 사회에서 맞닥뜨리는 높은 혐오와 편견의 벽 때문에 더 힘들어한다는 사실은 사회적인 편견과 혐오가 진정한 문제임을 알 수 있게 한다. 한편, 동성결혼을 인정하면 출산율이 떨어지고, 산업인력이 감소하여 결국 사회가 망할 것이라고도 한다. 그렇다면 동성결혼을 세계최초로 인정한 네덜란드의 출산율이 한국보다 더 높은 이유를 무엇으로 설명해야 할까? 오히려 출산율은 육아에 대한 사회보장의 수준에 비례한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데 필요한 비용을 사회가 책임지는가의 문제이지 동성결혼과는 관련이 없다.”

“동성결혼은 이미 세계적으로 많은 국가들이 법적으로 보장하는 권리이다. 2001년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최근 프랑스와 포르투갈에 이르기까지 14개국이 동성결혼을 보장하며, 프랑스 등 22개국이 동성간 파트너십을 인정하는 시민결합을 보장한다. 일부 주에서 동성결혼을 보장하거나, 동성간 사실혼 관계 등을 인정하는 국가까지 더하면 그 수는 더욱 늘어난다. 그런데도 동성결혼을 허용하면 금방이라도 동성애자가 넘쳐날 것이라고 호들갑을 떠는 것이다. 언론에 동성결혼 반대글을 기고한 우남식 목사는 ‘동성결혼의 합법화는 성정체성의 혼란을 가져오고 가정의 위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생명 잉태는 소수자 인권 보호 이전의 문제이며 건강한 성윤리에 기초해 성정체성을 확립하고 가정을 지키는 것이 인류의 보편적 가치’라고 주장했다.”

“가족제도는 이성애 가족만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보는 가치 위에 폐쇄적인 결혼 구조로 만들어졌다. 사람들은 ‘가족’안에서만 아이를 출산하고 자비를 들여 양육하여 노동력을 재생산해내는 것이 ‘올바르고 전통적인 가치’라고 믿어왔다. 동시에 가족제도에 완전히 고착되어 있는 고정된 남녀 성역할, 순결주의, 각종 성차별적인 관념들을 당연하다고 여겨왔다. 동성결혼은 이러한 관념에 일정 부분 도전하기 때문에, 저들은 기를 쓰고 반대한다. 물론 동성결혼이 허용된다고 견고한 가족제도가 흔들리지 않는다. 동성결혼이 허용된 나라들에서도 가족가치는 굳건하다. 다만 성소수자들에게 가해지는 ‘비정상’ 낙인은 ‘이성애 정상가족’을 더욱 견고히 유지하고 사회적 차별을 정당화하는 데도 활용된다. 그들은 우리가 지금까지 믿어온 가족이 당연한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될까봐 두려워한다.”

- 출처: 동성애자인권 웹진 ‘너, 나, 우리 “랑”’
- 제목: 누가 ‘종북게이’를 만들어냈나?
    가족가치, 민족, 국가안보로 동성애를 공격하는 자들
- 글쓴이: 이경(동성애자인권연대)
- 등록날짜: 2013년 7월 18일

대한민국 헌법도 종교의 목적도 바라는 것은 평화일 것이다. 누구나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꾸기 마련이다. 모든 사람이 평화를 누릴 수 있는 세상을 함께 그려나가는 대한민국이 되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