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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잊지 마오

 조국을 위해 살다간 이들을”

‘독립정신’ 이어가는 (사)한국독립유공자협회를 가다


글 백은영 사진 박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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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누리는 지금의 이 자유와 평화가 과연 그저 생겨난 것인가. 젊은 세대에게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이 자유와 평화를 위해 자신들의 목숨을 값없이 내어준 이들이 없었다면 어쩌면 우리는 아직까지도 억압과 핍박 속에 살아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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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년 일제의 일방적인 한일병탄으로 인한 수난의 시간. 1945년 8월 15일 광복을 맞이하기 전까지 우리 민족은 36년이라는 세월을 핍박과 고난 속에 살아가야 했다. 조상 대대로 뿌리내려온 내 나라, 내 땅에 살면서도 자유를 구속당할 수밖에 없었던 그 질곡의 시간들.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은 주권을 빼앗긴 것도 모자라 일제의 민족문화말살정책으로 민족의 역사와 뿌리, 말(언어), 문화마저 송두리째 뽑혀나갈 지경에 이르렀다. 대한독립과 민족의 뿌리를 지키기 위해 분연히 일어난 독립투사들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찾아볼 수 없었을 것이다.

(사)한국독립유공자협회는 바로 이러한 독립투사(광복선열)들의 숭고한 독립정신을 계승, 선양하고 민족정기와 민족단결을 고취, 조국의 평화통일과 민족중흥의 역사적 대업에 기여하기 위해 1982년 1월 29일 설립된 독립유공자단체다. 쉽게 말해, 일제강점기 조국의 독립과 민족의 역사와 문화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들의 그 정신을 기리고, 그분들을 통해 꽃 핀 독립정신이 대한민국의 근간을 이뤄 세계 속에 우뚝 서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생겨난 단체라 할 수 있다. 협회는 연례 주요 행사로 2·8독립선언일 기념행사,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일(4.13) 및 재만주독립군 주요 대첩 등의 행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학술강연회 등을 통해 독립정신 및 민족의식을 고취해오고 있다.


장호권 사무총장 “협회 현안문제 해결 위해 힘쓸 터”

햇살이 유난히 따스하게 느껴졌던 5월의 한날 협회 사무실을 찾았다. 올 1월 취임한 장호권 사무총장을 필두로 새롭게 태어날 준비를 하고 있는 (사)한국독립유공자협회. 이에 애국지사로서 그 존재만으로도 큰 힘이 되고 있는 임우철 회장과 장 사무총장을 만나 협회가 나아갈 길과 독립정신에 대해 들어봤다.

장호권 사무총장은 독립운동가이자 언론인이며, 민주화운동가인 故 장준하 선생의 장남이자 희망시민연대 대표이기도 하다. 남다른 가정사의 영향도 있겠지만 독립유공자 어르신들을 향한 마음이 유독 따스하고 깍듯하다. 그런 그가 사무총장에 새롭게 취임하면서 제일 먼저 단행한 것이 협회 재정비다. 1982년 1월 출발해 33년이라는 세월 동안 대한민국이라는 바다를 항해하면서 협회의 정체성이 모호해졌다는 게 그 이유다. 대한민국의 근간을 이뤄야 할 독립정신이 희석됐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정체성의 90%가 돼야 할 독립정신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살아계신 애국지사님들 평균 연세가 95세에서 97세이세요. 또한 독립유공자 80~90%는 힘들게 살고 계시죠. 이게 바로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 입니다.”

나라와 민족을 위해 헌신했지만 광복 70주년을 맞이한 오늘날까지도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애국지사들과 그 후손들. 이름도 빛도 없이 사라져간 그분들이 계셨기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을 수 있었지만 ‘독립운동하면 3대가 망한다’는 말이 그저 나온 말은 아닌 듯 독립유공자의 형편은 대부분 열악하다.


“유공자분들에게 나오는 정부지원금이 있다 해도 가정 형편이 워낙 어렵다보니 자제분들에게 돌아가는 경우가 많아요. 그렇다보니 협회 사무실에 나오실 여유조차 없으신 분들이 많으시죠. 따뜻한 밥 한 끼라도 제대로 대접해드리고 싶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을 때가 많아요.”

장 사무총장에 따르면 협회 운영도 거의 자비로 유지되고 있는 형편이다. 그렇다고 협회 차원에서 이익사업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에 독립유공자협회라는 이름만 있을 뿐 회원들에게 독립유공자로서의 마땅한 대우를 해드리는 데도 한계가 있다.


“대한민국이 정체성이 없어진 나라가 된 것 같다”고 말하는 장 사무총장. 비단 그의 입을 빌리지 않더라도 순국선열들의 피와 땀으로 지켜낸 대한민국이 ‘친일파 후손들은 잘 살고, 독립운동가 후손들은 어렵게 사는’ 나라가 돼버린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 돼버린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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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마포구 합정동에 위치한 (사)한국독립유공자협회 건물. 본래 협회 어르신들을 위해 지어진 건물이었으나 소유주가 다른 단체로 되어 있다. 이 건물의 소유를 협회로 돌려놓는 것도 새로 취임한 장호권 사무총장이 풀어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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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잘잘못을 따지고 들자면 오랜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기에 지금부터라도 바로 잡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장 사무총장. 그렇기에 그가 협회 사무총장으로 취임하면서 제일먼저 시작한 것이 협회 재정비였다.

“협회에 들어와 보니 바로잡아야 할 문제가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무엇보다 협회 설립 취지에 맞게 대내외적으로 산재한 문제들을 정비하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가난하게 사셔도 독립정신만은 살아 있어 대한민국의 근간을 이루고 계신 광복선열과 애국지사님들. 협회를 바로잡는 것이 그분들의 희생을 기억하고 독립정신을 이어가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본래 협회 어르신들을 위해 지어진 건물인 만큼 현 건물을 (사)한국독립유공자협회로 찾아오는 것부터 어르신들을 위한 휴게 공간(운동시설, 점심 식사 대접 등)을 제대로 활용하는 것까지 해야 할 일이 많다는 장호권 사무총장. 한국독립유공자협회는 생존 애국지사들의 소중한 공간인 만큼 협회를 국가와 국민으로부터 존경받는 장소로 다시 그 기풍을 세워나가겠다는 그는 이 나라 이 민족을 위해 희생을 마다하지 않았던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들의 흔적을 책으로 남겨 후세대에게 알리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