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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 주인공이 산을 넘는 나그네인지, 혹은 나그네의 시선이 머문 곳에 있는 다른 이의 모습인지 그것은 그림을 보는 이마다 다를 것이다. 그림 속 인물의 뒤로 다리가 있는 것으로 보아 이제 막 다리를 건넌 뒤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인듯하다. 머리에 쓰고 있는 것은 승려가 평상시에 납의와 함께 착용하는 모자처럼 보인다. 계곡 옆 소나무가 만든 그늘 아래 앉아 더위를 식히는 모습과 불뚝 튀어나온 배가 자연스러우면서도 정감이 간다. 거기에 더해 삼면에 병풍처럼 둘러진 산이 포근한 인상을 준다.

 
기산 김준근

글 백은영 사진제공 정성길(73)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 명예박물관장, 관동대지진위령탑건립추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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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산을 넘는 사람이 한 명 더 늘었다. 두 사람 모두 먼 길을 대비해 걸음을 지탱할 수 있는 지팡이를 들고 있으며 뒤따르는 이는 등에 바랑처럼 생긴 봇짐을 메고 있다. 앞에 소개된 그림의 연장선으로 볼 때 뒤따르는 이가 계곡에서 휴식을 취하던 인물과 동일인인 것 같다. 지붕을 얹은 다리 뒤로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들이 보이며, 마을 오른쪽에 삐죽하게 솟은 가는 선들은 마치 배의 돛처럼 보인다. 물과 뭍의 경계가 모호하지만 다리와 다리 아래 기둥 주위에 표현된 둥근 물결이 그것을 보완해준다. 이들의 다음 시선이 머무는 곳에 어떤 풍경이 펼쳐질지 사뭇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