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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 마니산 참성단
 
개천(開天), 하늘을 여시고
생명을 베푸시다
 
글 이경숙 사진 태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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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집(修山集)>의 <동사(東史)>에는 “제천단은 강화도 마니산에 있으니, 단군이 혈구(穴口:강화의 옛이름)의 바다와 마니산 언덕에 성을 돌리어 쌓고 단을 만들어서 제천단이라 이름하였다.

우리나라는 삼일절·제헌절·광복절·개천절 등 4대 국경일을 법으로 정해 이를 기념하고 있다. 그 중 개천절은 여느 나라에서 찾아 볼 수 없는 특이한 기념일로 오로지 대한민국에서만 국경일로 지정해 지키고 있다. ‘개천절(開天節)’이란 한자를 풀어보면 ‘하늘이 열린 날’을 뜻한다. 개천절은 BC 2333년 10월 3일 단군이 왕검성에 도읍을 정하고 나라 이름을 조선(朝鮮)이라 짓고 즉위한 날을 기념하는 날이다. 본래는 환웅이 처음으로 하늘을 열고 백두산 신단수 아래로 내려와 홍익인간(弘益人間), 이화세계(理化世界)의 뜻을 펼치기 시작한 날, 즉 개천을 기념하는 것이었다.
 
 

 
 
한민족의 시조라 불리는 고조선(古朝鮮)의 첫 임금 단군왕검은 천제(天帝)인 환인의 손자이자 환웅의 아들로서 홍익인간과 이화세계의 사상으로 고
조선을 건국한다. 단군은 나라를 세운 데 그치지 않고 강화도 마니산에 제천단을 쌓아 하늘을 향해 제사를 드리며 국태민안을 기원했다. 이로써 한
민족은 천손으로서 제일 먼저 하늘에 제사를 드린 민족이 되었으며 하늘에 대한 신앙심을 품게 되었다.

하늘이 열린 이래 한민족은 한 해의 농사가 마무리되는 가을을 즈음해 제사를 지내는 풍습을 이어갔다. 고조선 멸망 이후 고구려는 ‘동맹’ 부여는
‘영고’ 동예는 ‘무천’ 삼한은 ‘계절제’라는 천제를 드렸다. 대부분 10월에 제사를 드리는데, 이달을 두고 특별히 상달(上月)이라고 불렀다. 가을에 풍
성한 곡식을 내려 준 하늘에 감사를 표하는 추수감사제의 성격이 짙었다.

이런 풍습은 한국의 고대국가뿐 아니라 고려와 조선시대로도 이어졌으며, 고려에는 신라에서 비롯된 제천의식인 팔관회(八關會)와 중국의 영향을
받은 원구단 및 원구제(圓丘祭)가 있었다. 조선시대에는 일월성신에 제를 올리는 초제가 강화도 마니산 참성단에서 실시된 바 있다. 이외에도 강원
도 태백산의 천제단 등에서도 천제가 거행돼 단군의 홍익인간과 이화세계 사상을 기리고 나라의 태평과 안녕을 기원했다.

개천절이 시작된 것은 국조단군을 모시는 대종교에서 1900년 1월 15일 교문(敎門)을 다시 열면서 단군이 조선을 건국했음을 기리는 날로 정해 경하
식을 거행한 데서 비롯됐다. 개천절이 경축일로 제정된 것은 1909년 중창(重創)된 나철의 대종교에 의해서이다. 이는 상해대한민국임시정부에서도
그대로 이어졌으며, 8·15해방 후에도 이를 계승해 개천절을 국경일로 공식제정, 해마다 기념하고 있다.

하늘에서는 빛과 비와 공기를 내려준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인명재천(人命在天)’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등 우리나라의 옛
말들에는 유난히 하늘에 대한 기록이 많다. 애국가를 통해서도 본 바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라는 구절이 있듯 우리 민족은 하늘의 보
호를 받는 천손임을 자부했으며, 모든 생명의 근원이 하늘의 주관자로부터 베풀어진다는 것을 일찌감치 깨달았다. 또한 우리의 선조들은 ‘천벌’이라
하여 하늘을 두려워해 죄를 짓지 않도록 자기 자신을 다스리기도 했다.

어지럽고 혼탁한 세상, 개천절을 기념하기에 앞서 홍익인간의 사상을 다시금 마음에 떠올려 본다. 모든 사람들이 하늘의 뜻을 따라 세상을 널리 이
롭게 하고, 평화롭게 하는 새 세상이 열리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