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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는 사람,
몸은 사자인
스핑크스


글. 신현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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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핑크스는 고대 신화에 나오는 상상의 동물이다. 사람의 머리와 사자의 몸을 가졌다고 전해진다. 사람의 머리는 사람의 지혜, 사자의 몸은 힘을 상징한다고 한다. 스핑크스는 매나 양의 머리 또는 뱀의 꼬리와 새의 날개가 있는 경우도 있다.

스핑크스의 발상지는 이집트라고 하는데, 뒤에 시리아・아나톨리아・지중해・그리스 본토 등에 전해졌다.

이집트의 스핑크스는 미술품으로 유명하다. 이집트 사람들은 스핑크스가 태양신 호루스나 태양신 같은 존재인 파라오(왕)를 상징하며, 신전과 무덤을 지킨다고 믿었다. 그래서 스핑크스 석상을 만들어 신전으로 가는 길목이나 왕의 무덤인 피라미드 근처에 세웠다.

이집트에는 스핑크스가 수천 개 세워졌는데, 그 가운데 가장 크고 오래된 스핑크스는 이집트 기자에 있는 ‘대(大) 스핑크스’다. 높이 20미터, 길이 57미터, 폭 6미터로 4500년 전에 만들었다.

이집트 제4왕조기 제4대 왕인 카프레가 세웠다고 한다. 카프레 왕의 피라미드 남동쪽에 서 있다. 대 스핑크스의 얼굴은 카프레 왕의 얼굴을 본뜬 것이라고 한다.

그리스의 스핑크스는 인간 여자의 얼굴에 사자의 몸, 뱀의 꼬리, 새의 날개를 하고 있다. 그리스 신화에서 오이디푸스 왕과 만나는 테베의 스핑크스가 유명하다. 그 이야기는 이런 내용이다.

고대 이집트의 수도 가운데 하나였던 테베에 스핑크스가 살았다. 스핑크스는 산 중턱에 있는 큰바위에 앉아 있다가, 그곳을 지나가는 사람에게 어려운 수수께끼를 냈다. 수수께끼를 풀지 못하면 그 자리에서 잡아먹었다. 하지만 이제까지 수수께끼를 푼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어느 날 오이디푸스가 산 중턱에 이르렀을 때 스핑크스는 그를 불러 세웠다.

“내 질문에 정확한 답을 말해라. 틀린 답을 말하면 너를 잡아먹을 것이다.”

오이디푸스는 걸음을 멈추고 위를 올려다보았다. 스핑크스가 큰 바위에 걸터앉아 자기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스핑크스는 수수께끼를 냈다.

“아침에는 네 발, 낮에는 두 발, 저녁에는 세 발로 걷는 것이 무엇이냐?”

오이디푸스는 잠시 생각해 보더니 큰 소리로 대답했다.

“정답은 사람이다. 사람은 아기 때는 네 발로 기다가 커서는 두 발로 걷고, 늙어서는 지팡이에 의지해 세 발로 걷는다.”

“헉! 맞았다!”

스핑크스는 자신의 문제가 풀린 것이 창피하고 부끄러워 바위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5세기경 스핑크스와 오이디푸스가 만나는 장면을 새긴 꽃병이 그리스에서 발견되었다. 스핑크스의 그림이나 조각품, 조각상은 이집트・그리스뿐만 아니라 아나톨리아・시리아・팔레스타인・키프로스 등에서도 발견되었다. 스핑크스가 여러 지역에 널리 퍼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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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기자의 대 스핑크스의 코는 누가 떼었을까요?”


이집트 기자에 있는 대 스핑크스는 코가 없고 콧구멍만 남아 있다. 머리에 썼던 왕관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턱수염 역시 떨어져 나갔다.

사람들은 스핑크스를 훼손한 범인은 나폴레옹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집트를 침략한 나폴레옹 군대가 사격 훈련을 할 때 스핑크스의 얼굴을 표적으로 사용해 스핑크스의 코와 턱수염이 부서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나폴레옹 군대가 이집트에 도착하기 전에 이미 스핑크스의 얼굴이 훼손되어 있었다.

또 9세기경 이집트로 쳐들어온 수피교도들이 스핑크스를 손상시켰다는 주장도 있다. 그들은 “스핑크스는 돌덩이일 뿐, 신이 아니다!”라고 외치며 스핑크스의 코와 턱수염을 떼어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해지는 이야기일 뿐, 확실한 증거는 없다.



동물은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화폐?
아주 오랜 옛날에는 돈이 없었다. 자신이 필요한 물건은 스스로 만들어 사용했다. 그러니까 자급자족의 경제생활을 한 것이다.

하지만 생활에 필요한 물건이 늘어나면서 사람들은 그 물건을 얻기 위해 물물교환을 했다. 이를테면 산에서 사냥을 하는 사람이 소금을 얻고 싶으면, 짐승 가죽을 들고 바닷가로 가서 염전을 하는 사람과 직접 만나 소금과 맞바꾸었다.

그러나 물물교환은 불편한 점이 많았다. 필요한 물건을 얻으려면 먼 거리를 찾아가야 하니 시간도 많이 걸리고 힘도 많이 드니 말이다. 그래서 모든 사람이 얻고 싶어 하는 동물・쌀・옷감・소금・짐승 가죽 등을 돈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 물품들을 ‘물품화폐’라고 한다.

물품화폐는 지역에 따라 다양했다. 농사를 짓는 곳에서는 쌀・밀・옥수수 등의 곡물이나 올리브유 등의 기름이, 가축을 기르는 유목 지역에서는 소・양・말 등의 동물이나 짐승 가죽이 물품 화폐로 쓰였다. 그 밖에 소금・돌・카카오 열매・코카 잎 등을 돈으로 사용하는 곳도 있었다.

물품화폐로서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화폐는 동물이었다. 동물 중에서도 소가 아주 오랫동안 돈으로 쓰였다. 소는 농사를 짓는 곳에서나 가축을 기르는 유목 지역에서나 가장 필요한 물품이었다.

트로이 전쟁을 그린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에는 전사한 그리스 군의 영웅 파트로클로스를 기리기 위한 시합을 묘사하면서 “이긴 사람에게는 소 12마리에 해당하는 불 위에 놓는 큰 삼각 용기를 주고, 진 사람에게는 소 4마리에 해당하는 예술에 능한 젊은 여자를 주기로 했다”고 적혀 있다. 이를 보더라도 아주 오랜 옛날에는 소가 다른 상품의 가치를 표현하는 화폐의 역할을 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동물을 돈으로 쓸 경우에는 우리에 가두고 먹이를 주며 돌봐야 할 뿐 아니라, 덩치 큰 동물을 직접 끌고 다녀야 하는 등 불편한 점이 적지 않았다. 그래서 돈으로 쓰려면 오래 두어도 썩지 않고, 들고 다니기 편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해, 여러 지역에서 많이 사용했던 것이 희귀한 조개껍데기였다.

지금도 아시아・북아프리카의 고대 무덤에서는 수많은 조개껍데기들이 발견되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는 한자가 발명될 당시에 이미 돈으로 사용했고, 3천 년 이상 돈으로 쓰였다. 화(貨)・재(財)・자(資)・판(販)・매(買)・저(貯) 등 돈과 관련 있는 한자에 ‘조개 패(貝)’자가 들어가는 것도 조개껍데기가 돈으로 쓰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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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전을 사용한 것은 언제부터였나요?”


물품화폐 다음에 나온 것이 금・은 등의 금속으로 만든 금속화폐다. 물품화폐는 대부분 무거워서 갖고 다니기 불편하다. 그에 비해 금속화폐는 가벼워서 들고 다니기 편하고, 닳아 없어지거나 녹이 슬지도 않는다. 게다가 작은 크기로 만들어 사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불편한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금속화폐를 사용할 때는 저울로 일일이 무게를 달아야 한다. 그래서 이런 불편함을 없애려고 금속화폐를 녹여 동전 모양으로 주화를 만들어 사용했다. 이 화폐를 ‘주조화폐’라고 한다.

세계 최초로 동전을 만들어 사용한 것은 기원전 7세기경 리디아(지금의 터키) 왕국이었다. 리디아 사람들은 금과 은을 3대 1의 비율로 섞은 콩 모양의 호박금 덩어리를 만들어 화폐로 사용했다. 이 동전은 그리스로 전해지면서 그 표면에 신들의 초상이 새겨졌고, 로마 시대에는 황제의 초상이 새겨졌다. 고대 중국에서도 칼・농기구 등을 화폐로 사용하다가 춘추 시대(기원전 770~403년)에 그것을 본뜬 청동 동전을 만들어 사용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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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배
시인, 역사 칼럼니스트
조선일보,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
창주문학상, 소천문학상 등 수상
지은 책으로 <엉뚱 별난 한국사>,
<엉뚱 별난 세계사>, <2000년 서
울 이야기>, <세계사로 배우는 법
이야기> 등과 시집 <매미가 벗어
놓은 여름>, <햇빛 잘잘 끓는 날>
등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