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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h 1st
Movement


대한민국의
새로운 비전


글. 이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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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탄핵 이후
2017년 3월 10일 오전 헌법재판소는 “대통령 파면” 결정을 내렸다. 파면 결정과 동시에 대통령 자리는 비게 되고, 헌법은 60일 이내 새 대통령을 뽑게 되어 있다. 이제 대통령 선거국면으로 돌입한다.

안팎의 위기가 시시각각 우리를 조여 오는 시국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 무자비한 통치, 언제 붕괴될지 모르는 북한 상황이 그 하나다. 사드(THAAD) 배치에 대한 중국의 전방위적 보복. 새로 들어선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변화 가능성. 일본의 재무장 등 삼각파도처럼 몰려오는 위기 시점에서 주말마다 대통령 탄핵을 지지하는 촛불집회 군중과 탄핵을 반대하는 태극기 집회 군중이 광장과 거리를 메웠다. 수십만, 각 주최 측 말로는 ‘수백만’이 전국에서 모여 들었다. 정치의 광장은 사라지고 광장의 정치가 대신했다. 양 진영은 절제된 평화적인 집회로 진행하여 물리적인 충돌이나 불상사는 없었지만 양극으로 갈라진 마음의 골짜기는 오랫동안 후유증을 남길 것이다.

현 시국 같이 내외부에서 심각한 압력이 계속될 때 국민의 마음이 하나 되지 못하면 마치 호두까기 인형 압력에 호두껍질이 으스러지듯 대한민국이 파열될 수 있다.

비전이 없으면…
성경의 잠언 29장 18절에 이런 구절이 있다. “묵시가 없으면 백성이 방자히 행하거니와”
이 구절은 다음과 같은 영어성경(KJV)을 보면 그 의미를 좀 더 분명하게 알 수 있다.
“Where there is no vision, the people perish.”
‘perish’란 말은 ‘죽다’ ‘망하다’ ‘파괴되거나 폐허가 되다’ ‘부패한다’라는 뜻이다. 번역하면 “나라에 비전이 없으면 국민들이 죽는다. 또는 국민들이 부패한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때 국민들이 죽는다는 말은 ‘국민들이 사분오열되어 사회가 어지러워지고 국가가 붕괴되어 국민들도 죽게’ 되거나, ‘국민정신이 타락하고 부패하여 공동체가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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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 만세 시위
 



오늘날 우리 사회는 개인이나 나라나 꿈과 비전을 잃었다. 이번 대통령 탄핵사태의 이면에는 내일을 알 수 없는 국민 대다수의 불안이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할 비전이 없었고, 그런 비전을 제시하며 희망을 줄 지도자가 없었다. 국민 각자는 눈앞에 절박한 현실을 살아내기 위해 전전긍긍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20년간 국민소득 2만 불 시대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도 중요한 원인이었다. 우리를 둘러싼 혼란과 갈등의 근원에는 비전의 상실이 있었다.


3·1운동에서 배우는 비전의 역할
3·1운동이 일어난 1919년 3월 그때 우리나라는 일본의 혹독한 군사통치하에 있었다. 조선총독부는 강점 후 10년간 강고한 지배체제를 완성했다. 게다가 일본은 4개월 전 끝난 제1차 세계대전의 승전국으로 국제적 지위와 발언권이 높아져 있었다. 현실적으로 독립운동이 불가능한 조건이었다.

더구나 민족대표들은 전날 밤 예고도 없이 독립선언 장소를 탑골공원에서 인사동의 궁중요리점 태화관으로 변경하여 대중에게 전혀 전달되지 못하였다. 민족대표들은 독립선언하자마자 경무총감부로 연행되었다. 3·1운동은 발발 그 순간부터 지도부 공백 상태에 직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족대표 33인의 선언서에 표현된 “독립국과 자주민”의 비전은 전 민족의 가슴을 울렸다. 지도부 공백 사태를 맞았지만, 누구도 민족대표의 부재를 원망하며 앉아 있지 않았다. 스스로 나서 주도자가 되었다. 스스로 만세시위를 조직했다. 스스로 나서 동리와 동리를 연결 연대했다. 스스로 나서 총칼 앞에서 당당하게 독립만세를 부르며 떨쳐 나갔다. 삼천리 방방곡곡에서 일어난 모든 독립만세 시위운동이 이렇게 일어났다. 비전을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지도부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전 민족이 하나가 되어 거대하고 도도한 흐름을 시작할 수 있었다. 좀 더 자세히 보면 다음과 같은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3·1운동은 그 시대를 산 사람들 누구나에게 가장 중요하고 절실한 문제에 정확히 초점을 맞추었다. 즉 자유와 독립의 문제였다. 일제 무단통치하 10년. 자유와 독립보다 더 절실한 문제가 있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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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광화문 촛불집회
 



둘째, 3·1운동은 어느 계급, 어느 정파, 어느 지역을 위해 일으킨 운동이 아니라 민족 전체의 복리를 위해 일어났다. 그러므로 국민 개개인은 이 운동을 자신과 자자손손의 복리에 직결되는 바로 자신의 일로 받아들이고, 자발적으로 나섰다.


셋째, 3·1운동 독립선언서에는 자유·정의와 인도·인류평등의 높고 고상한 이상이 담겨 있다.

그러므로 선언서를 받은 모든 사람들은 ‘우리는 매우 중요하고 위대한 운동에 참여한다. 여기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비겁한 인간이다’는 자각과 자존감을 갖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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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만세 시위 행진
 



넷째, 3·1운동은 누구나 참여하는 것을 전제로 한 대중시위운동이었다. 참여 방법은 단순했다. 대열을 지어 맨손으로 “독립만세!”를 부르면 되었다. 비폭력의 원칙을 표방했던 것도 독립운동에 대중을 참여시키기 위해서였다.

다섯째, 3·1운동은 적절한 매체를 활용하여 대중과 소통하였다. 그 엄혹한 통제하에서도 사전에 독립선언서 수만 매를 인쇄하여 조직적으로 지방에 전달함으로써 동시다발의 시위운동을 준비하였다. 또한 천도교에서는 3월 1일 독립선언과 동시에 <조선독립신문> 1만 매를 별도로 간행하여 배포하였다. 일제의 감시와 탄압 속에서 수십 종의 지하 신문 격문들이 비밀리에 제작 배포되어 항일시위운동 확산에 큰 역할을 하였다. 민족대표들은 비록 발발과 동시에 구금되었지만, 이와 같은 방법으로 적극적으로 대중과 소통했다.

위에서 보면 적절한 비전 제시, 민족 전체의 복리 지향, 높고 고상한 동기 부여,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쉬운 방법, 대중과의 적극적인 소통이 있을 때 어떤 기적적인 거대한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를 3·1운동이 보여주었다.

March 1st Movement
새 시대를 위한 새 비전
지난 2012년 런던 올림픽 때 우리 선수단의 목표는 종합순위 10위였다. 목표는 현실보다 높여 잡는 법이니 12~13등 쯤 가능하겠다고 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결과는 금메달 13, 은메달 8, 동메달 7개로 종합순위 5위를 차지하였다. 우리 앞에는 미국이 1위, 중국, 영국, 러시아가 2, 3, 4위로 있었을 뿐이다. 일본은 금 7, 은 14, 동 17개로 11위였다. 이 결과는 대한민국이 앞으로 차지하게 될 국력과 세계적 위상을 예고한 것으로 보고 싶다.

오늘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은 선진국 따라잡기, 벤치마킹으로 여기까지 왔다. 이제는 더 이상 벤치마킹할 선진국이 우리 앞에 없다. 소위 따라잡기식 추격경제에 한계가 왔다. 이제는 선도국가로 나서야 할 때가 되었다. 모든 면에서 1등을 지향하며 우리의 것이 세계 표준이 되는 시대를 맞고 있다. 이런 시대를 맞아 우리의 국가 비전은 무엇이어야 할 것인가?
여기에 3·1운동이 그 길을 제시해 주고 있다. “March 1st Movement!” 이것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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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잡혀 가는 청년 학생들

 



98년 전 March 1st Movement란 영어 이름의 거대한 3·1운동이 있었다. March는 3월이기도 하고 ‘행진’ ‘전진’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영어 March 1st Movement는 ‘1등가기 운동’ ‘1st Mover 운동’이라는 의미도 된다. 지금이야 말로 대한민국 생존과 번영을 위해 국가적으로, 전사회적으로 ‘1등가기 운동’ ‘1st Mover 운동’을 총력 전개할 필요가 있다. 사회의 모든 부면을 ‘1등가기’ ‘퍼스트 무버(1st Mover)’가 되는 데 적합하도록 개조하는 대대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것들이 이루어지게 해야 한다.

1. 5년 단임 대통령제를 개헌을 통해 최소 8~10년 안정적 집권체제를 도입하여 중장기적 국가정책 수립과 추진이 가능하게 한다.
2. 신 March 1st Movement, 즉 ‘1등가기 운동’을 국정 최고 목표로 설정한다.
3. 단기성과, 벤치마킹 위주, 실행역량 중심의 기업체질을 탈피하고, 모든 분야에서 기술적,
전문적 역량을 축적하여 개념설계(conceptual design) 역량을 키우며, 기술 수출국가가 될 수 있도록 인재를 양성하고 기술축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4. 이를 위해 기업과 정부 모두 단기성과 위주의 업무방식에서 장기투자, 일관성 있는 정책, 전문인력 육성, 시행착오 용인, 패자부활 기회의 보장 등이 이뤄지게 해야 한다.
5. 사회 각 부문의 조직과 일하는 방식을 수직적, 일방적, 일원적 구조와 방식에서 3·1운동
방식인 수평적, 쌍방적, 다원적 구조와 일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새로운 리더십 문화를 형성해야 한다.
6. 암기식, 입시 위주의 교육을 지양하고 독서, 질문, 토론, 예술, 체육을 강화하여 창의성을 기르는 교육이 되게 한다.
대한민국의 장래는 March 1st Movement, 즉 ‘1등가기 운동’ ‘1st Mover 운동’에 달려 있다. 곧 들어서게 될 새 정부는 이와 같은 비전을 제시하며 다시 한 번 대한민국이 꿈을 향해 힘차게 달리게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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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
서울대학교 국사학과 졸·
서울대학교 및 동 대학원 졸·
문학박사·
前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책임연구원·
現 ㈔대한민국역사문화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