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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음주문화


글, 사진. 박춘태(중국 북경화지아대학교 한국기업관리대학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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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역사를 굳이 말하자면 술이 빚어낸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인들은 전통적으로 술을 즐기고 좋아한다. 또 술은 서로를 친구로 만들고 인격을 논하는 데 있어 중요한 척도였다. 때문에 특색 있는 다양한 명주가 많이 만들어졌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모태주(茅笞酒), 오량액(五糧液), 수정방(水井坊), 죽엽청(竹葉靑), 노주대곡(瀘酒大曲), 검남춘(儉南春), 공부가주(孔府家酒), 소홍주(紹興酒) 등이 있다.

‘술이 없으면 예를 다하지 못한다(無酒不成禮)’
‘술은 아는 사람을 만나 마시면 천 잔으로도 모자란다(酒逢知己千杯少)’ ‘천하에 술이 없으면 연회가 되지 않는다’ ‘좋은 술을 마셔야 좋은 시가 나온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술은 일상에서 보편화돼 있다. 특히 비즈니스, 사교 등에서 대표적인 기호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중국 음주 문화의 역사는 무려 4200년이나 된다. BC 2100년 이전 하(夏)왕조 때부터 시작됐다. 기나긴 역사 속에서 공자, 한무제, 모택동, 도연명, 두보, 소동파 등 정치인, 문인들은 물론 만민백성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인 사랑을 받아왔다.

술에 얽힌 몇 가지 흥미 있는 이야기를 살펴보자. 명나라 때의 장편무협 소설로 유명한 <수호지(水滸誌)>를 보면, 등장인물인 무송(武松)은 술을 마실 때마다 한 번에 열여덟 사발이나 마셨다고 한다. 또 당나라 때 유명한 시인 이백(李白)은 하루에 무려 300잔의 술을 마셨다고 한다. 술을 마시지 않고는 시를 지을 수 없을 만큼 대단한 애주가였던 것이다. 또 소동파는 가는 곳마다 좋은 술을 빚는 방법을 연구하여 <주경(酒經)>이라는 책까지 썼다. 이에 이백은 ‘주선(酒仙)’이라고 자칭하기도 했으며, 소동파는 ‘주현(酒賢)’이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였다.

중국의 전통 술로는 백주(白酒)와 황주(黃酒)가 있다. 백주는 투명한 색을 띠고 있으며 알코올 도수가 50~60도에 달한다. 반면에 ‘황주’의 색은 황색이며 도수는 10~15도 정도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연장자와 술을 마실 때 고개를 돌려 술을 마시는 풍습이 있다. 이는 연장자에 대한 존경, 예의를 나타낸다. 그러나 중국에는 이런 풍습이 없다. 또 한국에서는 2차, 3차로 술자리가 이어지는 경우가 있으나 중국에서는 거의 없다. 다만 2차로 ‘가라오케’를 찾는 경우는 꽤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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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들이 손님을 초대하거나 연회 때 갖는 저녁 식사 시간은 보통 세 시간 이상으로 긴 편이다. 왜 그럴까. 이는 저녁 식사와 같이 술을 마시기 때문이다.

술의 종류로 강소(江蘇)성, 절강(浙江)성 등 강남지역은 황주를 마시지만, 북경 등 북방지역에서는 백주를 마신다. 지방마다 다르기는 해도 도수 50도가 넘는 백주를 마시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것은 모태주(茅台酒), 수정방(水井坊), 오량액(五粮液) 등이다.

중국인들이 술자리를 마련하는 목적은 친구나 손님이 마음껏 마시고 즐기게 하는 데 있다. 이를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한다는 강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다소 과음을하더라도 술주정은 금물이며 예의를 지키려고 노력한다. 물론 인사불성(人事不省)이 될 만큼 술에 취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래서 술에 취해 길거리에서 비틀거리거나 만취한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자신의 주량을 넘기는 중국인이 거의 없다는 의미이다. 한편 우리나라와 같이 술잔을 돌리는 문화는 없으나, 상대방의 잔이 조금만 비워도 수시로 채워줘야 하는 첨잔 문화가 있다.

주흥이 무르익으면 시끌벅적하게 큰소리로 떠든다. 여기서 드러나는 독특한 음주 예절, 주도(酒道)가 있다. 술을 마실 때 상대방과 같이 술잔에 입을 대고 동시에 떼야 한다는 점이다. 또 상대방과 눈도 마주쳐야 한다. 그렇지 않고 혼자서 빨리 마시면 상대방과 대작(對酌)하기 싫어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 술잔에 술을 가득 따르고 상사나 연배가 높은 사람과 잔을 마주할 때는 상대방 술잔보다 낮은 위치에서 부딪쳐야 한다. 이는 상대방을 존경한다는 뜻이다.

건배(乾杯; 깐베이)를 외치며 술잔을 부딪친 후 에는 잔을 비워야 하는데 그 의미는 무엇일까. ‘건배’라는 한자를 풀이해 보면 마를 ‘건(乾)’, 잔 ‘배(杯)’이다. 술잔의 술을 모두 비운다는 뜻이다. 이를 증명하기라도 하듯 다 마신 후에는 술잔의 안쪽을 들어 보이거나 잔을 머리에 털기도 한다. 또 건배를 많이 하는데, 서로 관계가 좋고 뜻이 잘 맞음을 나타낸다고 한다. 하지만 건배를 외치며 술을 권하는데 중간에 술잔을 내려놓으면 실례가 된다. 술이 약하거나 마시기가 싫다면 미리 사정을 말해 양해를 구해야 한다. 외국인이 중국인과 사업 관계로 술자리에 간다면 매일 술과의 전쟁을 각오해야 한다. 술을 마시지 못하는 사업가라면 술을 따라주는 종업원에게 별도로 술 병에 물을 넣어서 술인 것처럼 따라달라고 요청하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술을 받을 때 예의로써 탁자를 두세 번 두드리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예의의 유래는 청나라 건륭 황제가 자신의 신분 노출을 방지하고자 신하들에게 절을 하는 대신 지시하면서 시작됐다. 또 건배를 할 때 상대방이 멀리 있다면 술잔을 직접 부딪치지 않고 원탁 식탁을 가볍게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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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춘태 교수

・중국 북경화지아대학교 학장겸 국제교류처장
・세계한국어교육자협회(watk) 수석부회장
・부산대학교 한국어교육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