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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음식 문화의 특징과

생선요리


글, 사진. 박춘태(중국 북경화지아대학교 한국기업관리대학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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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여행할 때는 대표적으로 빼어난 자연 경관, 고풍스런 건축물, 유적지를 떠올린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한다면 바로 ‘현지 음식’이다. 중국은 프랑스, 터키와 더불어 세계 3대 요리국가로 정평이 나 있다. 중국인들은 예로부터 의식주 가운데 식생활을 가장 우선시했다. 또 음식물을 섭취함에 있어서 음양의 조화와 중용을 원칙으로 여겼다. 요리 재료는 육지, 바다, 강, 하늘 등에서 확보해 왔는데, 광활한 권역에 산재한 다양하고 풍부한 재료는 요리 대국 중국을 견인하는 원천이었다. 그런 까닭에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요리를 즐길 수 있는 국가로 손꼽힌다.

중국 식당은 손님에게 식사 전 또는 식사 후에 마실 물을 제공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물을 달라고 요청하면 계절에 관계 없이 뜨거운 물 또는 찻잎을 넣고 끓인 물을 준다. 무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당연하다는 듯이 말이다. 중국 음식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들은 당황할 수 밖에 없다.

이처럼 독특한 음식 문화를 갖고 있는 중국은 지역별로 음식 맛도 다르다. 북방지역은 주로 짠맛을 내는 반면, 남방지역은 단맛을 낸다. 북경 오리고기 요리가 짠맛을 내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동쪽 지방의 음식은 입이 얼얼할 정도로 맵다. 이는 매운 맛을 내는 고추 또는 향신료 ‘마라(麻辣)’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사천성 지역 음식이 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국인들은 오래전부터 질병 치료의 근본은 음식의 균형과 조화에 있다고 믿어 왔다. 건강과 음식의 궁합! 그래서 식의합일(食醫合一)이 생활화돼 있는 것일지도. 동물성 음식과 식물성 음식을 대립이 아닌, 음양의 조화로 보고 있다. 동물성 음식이든 식물성 음식이든 어느 한쪽에 편중하여 많이 섭취할 경우 신체에 불균형, 부조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때문에 신체의 균형과 조화를 유지하기 위해, 또 불로장수를 위해 동물성 음식과 식물성 음식을 적절히 섭취해 오고 있다.

중국 요리법의 특징을 살펴보자. 오랜 역사를 통해 볼 때 중국에는 불, 뜨거운 물 혹은 기름을 이용해 먹는 숙식(熟食)이 많다. 불의 세기는 음식의 맛, 색깔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뿐만 아니라 맛을 내기 위해 다양한 조미료, 향신료도 사용하고 있다. 향신료 도입은 동남아시아 국가들과의 빈번한 교역을 통해서였다. 중국에서는 향신료 사용이 보편화돼 있지만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는 향신료를 가미한 음식을 못 먹는 경우가 있다. ‘샹차이(香菜)’라는 향신료 채소는 모기를 퇴치하는 데 유용한 식물로도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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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생선요리, 자라요리, 새우요리
 

   

과거 중국인들은 ‘날(살아있는) 음식’을 싫어했다. 해산물, 야채를 날 것으로 먹는 것은 비위생적이며 위와 장에도 좋지 않다고 여겼다. 수질과 저장시설이 좋지 않은 것도 원인 중 하나였다. 그러나 개혁개방 후 외래문화의 유입으로 생선 횟집, 회전 초밥집이 등장하면서 지금은 사랑받는 음식이 되었다.

상해와 광동은 ‘생선요리’로 유명하다. 중부 요리를 대표하는 상해에는 게 요리, 새우 요리, 상어 지느러미 요리가 있다. 상어지느러미는 요리의 진수인 ‘만한전석(滿漢全席)’의 재료에 포함될 정도로 인기가 많다.

요리 가운데 중국인들이 가장 귀하게 여기는 것은 생선요리다. 특이한 점은 요리할 때 머리와 꼬리가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생선, 거북 등을 요리할 때 원래의 모양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그 이유는 생선요리를 문화적으로 볼 때 ‘완전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생선요리는 식사할 때 나오지 않고 식사가 끝나갈 무렵에 나온다는 점이 특이하다.

중국인들의 손님 초대 방식을 살펴보자. 좌석 배치에 따라 사회적 위치나 신분, 서로 간의 관계가 드러난다. 일반적으로 중요한 손님과 주인은 서로 마주보며 앉는다. 생선요리를 테이블 위에 놓을 때는 생선의 머리가 손님을 향하게 한다. 식사 순서는 중요한 손님이 먼저 음식을 먹은 다음 두번째로 주인이 먹는다.

전통적인 생선요리 방법은 두 가지로 나뉜다. ‘홍사우위(紅燒魚)’와 ‘칭정위(淸蒸魚)’다. 홍사우 위는 기름을 많이 붓고 장시간 끓인 후 간장을 넣고 더 끓이는 방법이다. 때문에 생선의 색깔이 누르스름하며 검게 된다. 맛은 짭짤하며 고소한 것이 특징이다. 반면에 칭정위는 맹물에 기름을 조금 붓고 오래 끓인 후 다양한 양념을 뿌리는 것이다. 그래서 생선의 맛이 담백하며 신선하다.

요리에 사용되는 생선을 보면 바다 생선은 연어, 참치가 주를 이루고, 민물 생선으로는 잉어, 붕어, 농어, 메기 등 다양하다.

주인이 생선의 특정 부위를 집어 손님에게 주며하는 이채로운 말이 있다. 생선 꼬리를 주는 경우 ‘중임을 위임합니다’라는 뜻의 ‘위이중임(委以重任)’을 말한다. 이는 꼬리 미(尾) 자와 맡길 위(委선) 자의 소리가 같기 때문이다. 생선의 지느러미를 주는 경우에는 ‘날개를 펴고 높이 나세요’라고 말한다. 생선의 지느러미가 날짐승의 날개와 같다고 보기 때문이다(정인갑 <삼강만평(三江漫評> 참고). 중국인의 풍부한 창의력이 음식 문화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게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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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춘태 교수

・중국 북경화지아대학교 학장겸 국제교류처장
・세계한국어교육자협회(watk) 수석부회장
・부산대학교 한국어교육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