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마루 | GEULMARU

로그인 회원가입 즐겨찾기추가하기 시작페이지로
글마루 로고


 

중국인들이 생각하는

축복과 행운의 숫자


글, 사진 박춘태(중국 북경화지아대학교 한국기업관리대학 학장)



01.jpg
별장 가격에도 숫자 ‘8’을 적용하는 것으로 보아‘ 8’의 인기를 알 수 있다. 출처 www.soufun.ocm
 



중국인들은 숫자에 대한 관념이 강하다. 특히 이를 사용하는 데 있어 건강과 재물에 연관된 것이 많다. 재물에 관해선 전 세계에서 가장 관심이 많은 민족일지도 모른다. 새해에 나누는 덕담으로 ‘돈 많이 버세요’라는 말을 자주 쓴다. ‘돈을번다’라는 뜻의 중국어는 ‘파차이(发财, fācái)’다. 그런데 ‘파(发 fā)’를 살펴보면 숫자 ‘8(八bā)’과 발음이 비슷함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중국인들이 ‘8’자를 좋아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알 수있다. 이와 더불어 숫자 ‘6(六 lìu)’과 ‘9(九 jiǔ)’도 선호한다. ‘6(六 lìu)’은 일이 순조롭게 잘 풀린다는 뜻의 ‘流利(liúlì, 류리)’의 ‘流(류)’와 발음이 비슷하며, ‘9(九 jiǔ)’도 장수를 뜻하는 ‘久(jiǔ)’와 동일한 발음을 갖고 있다. 그래서 ‘8’ ‘6’ ‘9’는 중국인들 사이에서 ‘골드 번호’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연유로 중국인들은 숫자 ‘8’ ‘6’ ‘9’가 많이 반복·나열될수록 행운과 축복이 따른다고 믿는다. 중국인들의 부(富)와 건강에 대한 높은관심만큼 ‘8’ ‘6’ ‘9’를 차지하기 위한 열정도 대단하다. 이 가운데 ‘8’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다.

2008년에 열린 북경올림픽을 살펴보면, 숫자 ‘8’ 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짙은지를 알 수 있다. 개회식이 2008년 8월 8일 저녁 8시 8분 8초였으니 말이다. 숫자 ‘8’에 대한 애착과 활용은 행사에서 일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결혼식 날짜, 자동차 번호판, 핸드폰 번호, 전화번호, 객실번호, 음식 가격표, 숙박비, 건물 번지수 등 ‘8’을 사용하는 것을 선호한다.

   



02.jpg
 차량번호 ‘8888’을 선택한 후 기뻐하는 중국인 출처 news.cidu.net

 


03.jpg
절강성 태주에서 한화 2억 700만 원에 거래된 차량번호판
 




매년 6월이면 우리나라의 대입수능시험격인 ‘가오카오(高考)’가 있다. 이를 앞두고 1주일 정도 호텔방을 예약하는 풍습이 있는데, 이러한 방을 ‘가오카오방(高考房)’이라고 한다. 특이한 점은 ‘8’이 들어간 방을 선호한다는 점이다. 유명한 호텔의 전화번호 및 숙박비도 예외가 아니다. 광저우에 있는 만다린오리엔탈광조우호텔(Mandarin Oriental Guangzhou Hotel)의 전화 번호가 3808-8888, 포시즌호텔(Four Season Hotel)은 8883-3888, 상하이 포동 샹그릴라호텔(Shangrila Hotel)은 6882-8888이다. 또 숙박비를 보면 원화둥팡호텔은 스위트룸가격이 ‘52888(5만 2888위안)’이라고 명시되어 있어 ‘8’에 대한 비중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8’이 들어간 자동차 번호판의 거래 가격에서도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2006년 절강성에서는 ‘88888’ 자동차 번호판이 한화로 무려 2억 700만 원에 거래됐다. ‘8’이란 숫자에 집착한 결과, 번호판 하나가 상상을 초월한 가격에 거래된 것이다. 차종이 같더라도 번호에 따라 사회적으로 힘이 있거나 경제적 파워가 있는 사람으로 인식되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




04.jpg
호텔 사이트와 부동산 거래에도 숫자 ‘8’을 활용한다.
 



전화번호도 ‘518’이나 ‘168’이 있으면 고가에 거래된다. ‘518(wǔ yāo bā)’은 ‘나는 부자가 되고싶다(我要发, wǒ yào fā)’와 발음이 비슷하며, ‘168(yī liù bā)’은 ‘부자가 되는 길(一路发, yí lùfā)’과 비슷한 발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휴대폰 번호에서도 위력을 실감케 한다. 중국의 하남성 정주에서는 ‘888-9988’ 번호가 한화로 무려 4500만 원에 팔렸다. ‘돈을 번다’는 의미를 숫자 ‘8’에 적용하여 이를 다양하게 활용하는 중국 문화에서 무한한 상상력과 신비로움을 느낀다.



04.gif
박춘태 교수

・중국 북경화지아대학교 학장겸 국제교류처장
・세계한국어교육자협회(watk) 수석부회장
・부산대학교 한국어교육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