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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주 卤煮
북경의 전통 서민음식


글, 사진 박춘태(중국 북경화지아대학교 한국기업관리대학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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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부재료를 곁들여 요리 중인 루주 음식
 



고대 4대 문명의 발상지였던 중국이 음식 문화에 미친 영향은 자못 크다. 음식의 종류만 해도 무려1만 가지가 넘는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은 56개 민족, 전 세계 인구의 20%를 차지할 만큼 13억 6천만 명에 이르는 거대한 인구 그리고 다양한 풍토와 기후를 가진 세계 3위의 면적이 아닐까 한다. 넓은 면적, 다양한 생활 방식, 종교, 사회적 배경에 덧붙여 다양한 기후는 자연스럽게 지역별 특성에 맞는 요리기술을 발달시켜 왔다. 한족과 55개의 소수민족이 개발한 다채로운 음식은 중국음식의 세계화, 중국풍을 여는 데 원동력이 되고 있다.
   
북경을 대표하는 요리로는 ‘북경오리’와 ‘북경 자장면’을 들 수 있다. 많은 여행객들이 이들 음식에 익숙해져 있다. 북경을 여행하는 여행객들이 빠뜨리지 않고 들리는 필수 여행지로 ‘천안문광장’을 꼽을 수 있다. 이 근처에는 현대식 식당은 물론, 수백 년 이상 전승돼 온 중국풍의 식당과 건물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전문대가(前門大街)’라고 불리는 상가거리를 지나 ‘다스란’에 들어서면 옛 정취를 물씬 풍기는 고택과 식당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골목 골목에 들어서 있는 고풍스런 식당 및 상점들은 보통 100년 이상의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이곳에서 북경 지역 한족 전통 서민음식으로 사랑받는 특이한 음식이 있다. ‘루주(卤煮)’라는 음식으로, 14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니고 있다. 오늘날까지 중국인들의 보양식으로 사랑받고 있을뿐만 아니라 중국 음식애호가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루주는 우리의 순대국밥과 유사한 것으로, 삶은 돼지고기에다가 부재료 및 각종 양념을 곁들인 요리를 말한다. 그런데 이 요리에 쓰이는 재료를 보면 상식을 초월한다.

쓰이는 재료에 대해 어색함이 없는 것은 음식으로 마음과 병을 치유할 수 있다는 강한 신념 때문일 것이다. 중국인들은 음식에 대한 탐구와 개발에 있어서 맛 이외에 건강과 관련된 불로장생으로 집약된 경우가 많다. 루주에 쓰인 재료를 보면, 돼지 내장, 돼지 허파, 돼지 간, 돼지 심장등이 주재료이며, 부재료로 만두, 튀긴 두부, 마늘 그리고 각종 야채를 곁들이고 있다. 우리의 음식 정서와는 다소 다른, 심지어 혐오감을 주는 음식으로 인식될 수도 있다.

루주가 등장하게 된 배경은 이렇다. 청나라 때인 1871년 광서(光緖)년에 물가 폭등으로 삼겹살 가격도 폭등한 일이 벌어졌다. 서민들은 더 이상 삼겹살을 먹을 수 없는 처지에 이르게 되었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서민들이 고안해 낸 요리가 바로 돼지 내장을 사용한 ‘루주’다. 이러한 환경에서 탄생한 루주가 미식가들의 입맛을 돋울 만큼 명물 요리로 자리 잡고 있다. 이는 우선 영양학적 가치가 많다는 점이다. 단백질, 칼슘, 나트륨, 철분, 비타민 등이 풍부하다. 또 의학적 가치로는 지혈에 효과가 있으며 허약한 체질, 치질, 빈혈, 변비에 효능이 있다는 점이다. 다만 북경음식의 맛이 대체적으로 짠 것이 특징인 것처럼 이것 역시 짠 음식이다.

중국 음식을 평가하려고 할 때는 중국인의 정서 그리고 사회·문화적 배경을 ‘문화상대주의’에 적용하여 이해해야 한다. 특정 음식을 개발하는데 있어서 어디에 비중을 둔 것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문화적 차이나 다름을 이해하는 중요한 인자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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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춘태 교수

・중국 북경화지아대학교 학장겸 국제교류처장
・세계한국어교육자협회(watk) 수석부회장
・부산대학교 한국어교육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