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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흥 紹兴

물의도시 중국 절강성



글, 사진 박춘태(중국 북경화지아대학교 한국기업관리대학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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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생활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물과 불을 꼽을 수 있다. 특히 물은 대부분의 생명체 및 인류 문명의 발상지와 관련돼 있다. 중국의 남쪽 절강성에 위치한 소흥(绍兴)은 물의 도시이다. 수려한 경관에다가 도심을 연결하는 물길이 잘 발달돼 있다. 이러한 면에서 소흥은 ‘절강성의 진주’이자 ‘절강성의 베니스’라고도 불린다.

절강성에서 세 번째로 큰 공업도시이기도 한 소흥은 태고 시대부터 보존돼 온 집과 집 사이를 흐르는 아름다운 물길을 아직도 보존하고 있다. 도시 총 면적의 약 10%가 운하로 연결되어 있을 만큼 수로가 많으며 곳곳에 작은 다리가 많은 도시이다. 이러한 연유로 운하를 이용한 교통수단이 발달돼 왔던 소흥이 오늘날 관광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수로가 발달했기 때문에 물산 역시 풍부하였다.

도심을 흐르는 수로에서 전통 목선인 오봉선(烏蓬船)을 타고 즐기는 여행은 낭만적인 매력을 줄 뿐만 아니라 주변의 아름다운 풍광을 볼 수 있게 한다. 수로를 지나가다보면 또 다른 감흥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아직도 수로의 계단에서 빨래를 하거나 목욕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춘추전국시대에는 월나라의 수도였을 정도로 유서 깊은 역사 또한 간직하고 있다. 중국 최고의 문학작가로 손꼽히는 노신(저우수런(周樹人), 1881~1936)을 비롯한 중국 4대 미인인 ‘서시’, 대화가 ‘서위’, 대서예가 ‘왕희지’ 그리고 존경받는 정치인 ‘주은래’의 고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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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흥시의 전통 마을 사이를 흐르는 물길
 



1953년에 건립된 노신기념관은 절강성 최초의 인물기념관이다. 노신은 소흥이 배출한 위대한 영웅 중 한 명으로 추앙받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노신은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진 소설 ‘아Q정전(阿Q正傳)’을 쓴 작가이다. 노신의 고택이 있는 ‘노신고리(魯迅故里)’는 노신이 ‘열공(열심히 공부)’한 삼미서옥 등 그에 관련된 다양한 유적과 유물들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소흥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라면 중국 8대 명주의 하나인 ‘소흥주(绍兴酒)’다. 역사가 가장 긴 술로, 황주(黃酒)의 일종이며 알코올 도수가 15~20%로 그다지 높지 않다. 찹쌀을 원료로 하여 보리누룩으로 발효시켜 빚은 발효술이다. 소흥주에는 네 가지 종류의 술이 있는데, 찹쌀을 10% 정도 더 사용했다는 ‘소흥지아환주(加飯酒)’, 술 가마를 붉게 도색한 데서 유래했다는 ‘소흥위안홍주(元紅酒)’, 소흥 지방의 조소(糟燒)를 사용했다는 ‘소흥쉬앙쉬에주(香雪酒)’, 선량한 노파가 신선으로부터 얻었다는 ‘소흥산니엔주(善釀酒)’ 등이 있다. 이들 중 ‘소흥위안홍주(元紅酒)’는 소흥주 생산량의 80%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비중이 크다.

소흥에서는 ‘여아주’라는 특이한 술이 있다. 이를 여아 혼례용 술이라고도 부른다. 이 술의 탄생 배경을 보면 흥미로운 비화가 담겨져 있다. 옛날 소
흥에서는 아들이 태어나면 손님을 대접할 소흥주를 빚는 풍습이 있었다. 그러나 기대했던 아들이 태어나지 않고 딸을 낳으면 짝수로 술을 빚어서 묻어 버렸다고 한다. 훗날 이 딸이 장성하여 혼례식을 하게 되었는데, 술을 마시다가 과거에 묻어 버렸던 술이 생각나서 꺼내어 보았다고 한다. 오랜 숙성기간 덕분으로 아주 맛있는 술이 되어 있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탄생한 것이 여아주다. 그러나 만약 딸아이가 혼사 전에 죽으면 그대로 묻어두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소흥주에 얽힌 이와 같은 비화는 명주를 만드는 비법을 일깨워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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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춘태 교수

・중국 북경화지아대학교 학장겸 국제교류처장
・세계한국어교육자협회(watk) 수석부회장
・부산대학교 한국어교육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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