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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절기 온가족의 주치의
오과차(五果茶)


오과차는 조선시대 경우 궁중에서 임금도 드셨을 정도로 건강을 지키는 데 많은 도움이 되는 건강 약차(藥茶)다. 오과차를 구성하는 약재들은 성질들이 준열(峻烈)하지 않고 평(平)한 체질에 상관없이 무난하면서도 효과가 뛰어난 약재들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남녀노소 온 가족이 가을과 겨울철 건강을 위해 복용하면 좋은 약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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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님이 즐겨 마셨다는 오과차는 우리 전통차 중에서도 으뜸가는 차로 손꼽히며 맛과 향도 아주 좋다. 그리고 우리가 일반적으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일 뿐만 아니라, 그 효능도 실로 대단하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 임금님뿐만 아니라 모든 백성이 오과차를 즐겼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보편화된 건강차다.

오과차에 들어가는 재료에 대해 알아보자. 오과차는 몸에 좋은 다섯 가지 과실(果實)인 호두, 밤, 은행, 대추, 생강을 잘 섞어서 우려낸 차다. 이 다섯 가지 재료들은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약재이면서 식재료다.

오과차를 만들려면 우선 호두 10개, 대추 10개, 은행 20개, 생강 큰 것 한 톨, 속껍질이 있는 생밤 10개를 준비한다. 이 과실들을 깨끗이 씻은 뒤에 4리터 정도의 물에 넣고 강한 불로 가열하여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면 은근한 불로 천천히 1시간 정도 달인다. 물의 양이 절반가량으로 줄어들면 건더기는 건지고, 그 물을 마시면 된다. 맛이 조금 심심하다면 기호에 따라서 꿀이나 황설탕을 타서 마셔도 좋다.

오과차는 체력을 보충하고 면역력을 향상시켜주기 때문에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환절기에 일교차가 크고 찬바람이 불기시작하면, 잔병치레가 잦은 사람에게 좋다. 또 겨울에 호흡기가 약해서 기침, 감기를 달고 사는 사람, 피로를 많이 느끼는 어르신들, 허약한 어린이, 질병을 앓고 있는 분들의 체력보강에 많은 도움을 준다. 또한 건조한 가을과 겨울철에 여성들의 피부미용에도 효과가 있다. 뜨거운 성질을 가진 생강이 들어가기 때문에 열감을 많이 느끼는 체질인 소양인(少陽人), 태양(太陽)인은 적게 마시는 것이 좋다.

오과차의 재료 중에 호두를 알아보자. 역사 속의 인물 중에 호두를 좋아한 사람들이 많다. 그리스와 페르시아, 인도에 이르는 대제국을 건설한 마케도니아의 왕, 알렉산더 대왕은 호두를 사랑해서 전쟁에 나갈 때는 호두를 마차에 싣고 다니며 즐겼다고 한다. 또 19세기 중반, 중국 청(靑)나라를 섭정을 통해 다스렸던 막강한 권력의 서태후, 그녀도 호두를 좋아했다. 나이가 들어서도 정력적이고 피부가 아름다웠던 서태후의 건강유지비결은 바로 호두가 아닐까 한다.

호두는 원기를 회복시켜주고 피로를 풀어주며, 기침 가래를 삭여주는 효과가 탁월하다. 건뇌(健腦)식품으로 유명한 호두는 오메가-3와 레시틴 성분이 많아서 뇌의 기능을 강화하고, 머리를 좋게 해주어 수험생과 두뇌활동이 많은 직장인에게 특히 좋다. 또 어르신들의 치매와 중풍을 예방하며, 혈액을 맑게 하고 혈관을 튼튼하게 하기 때문에 심혈관질환을 예방한다. 미국의 식품의약국(FDA)에서는 “매일 호두를 8개가량 먹으면 심장질환을 막을 수 있다”는 문구를 호두 제품 포장에 기록해도 된다고 인정할 만큼 호두는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는 데 좋은 식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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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호두는 불포화지방산과 섬유질이 풍부해서 몸의 노폐물을 배출하고 변비를 치료하는 데 도움을 준다. 한의학에서는 신장의 정기(精氣)를 강화해서 남성의 정력을 강화하고, 폐를 건강하게 해서 기관지염이나 천식에도 좋다.

고소한 맛의 밤은 견과류 중에서도 5대 영양소가 균형 잡힌 완전식품으로 불린다. 장수(長壽)를 간절히 원했던 중국의 진시황(秦始皇)은 많은 후궁을 거느렸었다. 그 후궁들과 화려한 밤을 보내기 위해서는 정력을 보충하는 약이 필요했었고, 그래서 진시황이 즐겨먹었던 것이 바로 밤죽이다.

밤은 먹을 것이 부족했던 시절에 배를 채우던 구황(救荒)음식이었다. 밤에는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비타민, 미네랄 등 몸에 필요한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있다. 면역력을 높이는 비타민B1은 쌀의 4배, 비타민C는 토마토만큼 풍부하며, 밤의 비타민D는 어린이의 성장을 돕고 칼슘 흡수를 도와 뼈를 건강하게 만든다. 또 소화가 잘 되기 때문에 원기가 떨어지는 어르신들, 큰 병을 앓고 난 후 체력이 약해졌을 때 밤죽을 먹으면 좋다.

기관지나 폐를 건강하게 하는 것으로 유명한 은행은 무려 2억 년 전부터 존재해 ‘살아 있는 화석’이라고도 한다. 오래 사는 나무라서 ‘신목(神木)’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은행은 폐와 기관지를 건강하게 하고 신장의 기능을 정상화하기 때문에 천식이나 기침, 가래, 폐결핵, 폐렴, 기관지염을 없애주고 소변을 참기 힘들어 하는 과민성 방광이나 요실금에도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래서 가마타고 시집가던 시절, 가마에서 소변이 덜 마렵도록 신부에게 친정어머니가 은행을 시집가기 전에 1~2달가량 먹이던 풍습이 있었다.

은행잎 추출물은 혈액을 맑게 하고 혈액순환을 촉진하여 동맥경화, 고혈압, 심장병 등 심혈관 질환을 예방한다. 중국의 모택동이 나이가 들어서도 건강하고 정력이 넘치는 비결이 은행잎을 달여서 복용한 것이라는 말도 있다. 우리나라 은행잎은 외국 은행잎에 비해서 유효성분이 10배 정도라 상당히 인기가 좋다.

은행은 독성이 있기 때문에 반드시 열을 가해서 먹는 것이 중요하다. 열을 가했더라도 어린아이들은 하루 5~10개 이상을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성인도 하루 10~20개가 적당량이다.

대추는 한방에서 아주 많이 사용되는 약재이다. 대추를 한마디로 말하면 ‘피로회복과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가을 겨울의 최고 보약’이다. 그래서 동의보감에 대추를 장복하면, 오장(五臟)을 보하고 12경맥을 도와 몸이 가벼워지고 늙지 않으면서 얼굴빛이 고와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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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은 정신을 맑게 하고
나쁜 기운을 없앤다


옛말에 “대추 보고 안 먹으면 늙어버린다”는 말이 있다. 이는 대추의 노화방지와 강장효과가 뛰어난 음식이기 때문이다. 이런 효과가 있기 때문에 중국의 강력한 권력을 가졌던 측천무후와 서태후는 매 끼니마다 대추를 빠지지 않고 먹었다고 한다.

또한 대추의 단맛을 내는 당분은 긴장을 풀어주고 정신적 흥분을 가라앉히는 진정효과가 있어 신경을 완화하는 작용을 한다. 주로 우울증, 신경증, 불면증 등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된다. 밤에 잠을 못자고 꿈을 많이 꾸는 경우나 갱년기 여성들의 정서적 불안, 가슴이 뛰는 심계항진, 수험생들의 신경 예민 등에 대추의 당분이 많은 치료 효과가 있다. 그래서 러시아의 속담에 “밤에 우는 아이에게 대추를 주면 울음을 그친다”는 말이 있다. 이처럼 대추는 신경이 불안하고 예민한 상태를 편안하게 해주는 효과가 뛰어나다.

오과차의 마지막 재료인 생강은 특유의 매운 맛을 내는 진저롤, 시네올 성분이 혈관을 확장시켜서 혈액순환을 촉진해서 몸의 찬 기운을 밖으로 내보내 감기를 이겨내는 효능이 있다. 그래서 기침, 감기, 몸살, 목의 통증을 완화시키게 된다. 또 혈액순환을 개선시켜서 손발이 차가운 수족냉증(手足冷症)에도 효과가 좋다. 그뿐 아니라 소화액 분비를 자극하고, 위장 운동을 촉진해서 식욕을 좋게 하며 소화흡수를 돕는다.

체온 증가는 곧 면연력 증진이다, 일본의 이시하라 유미 의학박사 이론에 따르면 체온이 1도 낮아지면 우리의 면역력 30% 저하되고, 반대로 체온이 1도 올라가면 우리 몸의 면역력은 5배 증가된다. 따라서 생강은 면역력 증강의 최고의 약재라고 할 수 있다. 고려시대에 생강은 음식이 아니라 약재였고 임금 하사품이기도 했다. 논어(論語)에 보면 공자(孔子)가 “꾸준히 생강을 먹었다”라는 기록이 있고, 주자(朱子)는 “생강은 정신을 맑게 하고 나쁜 기운을 없앤다”라고 하였다. 음식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었던 소동파(蘇東坡)는 생강을 항상 차나 약으로 달여 먹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