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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채색하는 연분홍 진달래!

화전과 꽃부꾸미


글, 사진. 허북구 (재)나주시천연염색문화재단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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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이 봄을 부르고, 봄이 꽃들을 부르는 계절이다. 온갖 꽃들이 피는 봄은 삭막한 나무사이로 연분홍색의 꽃을 내미는 진달래로부터 시작된다. 봄을 알리고 채색하는 진달래(Rhododendron mucronulatum)는 진달래과의 낙엽관목이다. 한국·일본·중국·몽골·우수리 등지에 분포하며, 이른 봄에 잎사귀가 나오기 전에 연분홍색의 꽃이 핀다.

진달래의 어원은 고려 가요 <동동>에 나오는 ‘돌욋골’이 ‘달래’에 해당된다는 학설이 있으며, 조선 중종 때 편찬된 <훈몽자회>에는 ‘진돌위’로 되어 있다.

진달래에는 붉은 꽃 색깔이 두견새가 밤새 울어 피를 토한 것 같다는 데서 유래한 두견화(杜鵑花)라는 이름도 있다. 제주에서는 ‘선달꽃’으로 불리었다. 전남 지역의 80세 이상의 어르신들은 진달래와 두견화라는 이름을 잘 모른다. 영광군 백수읍 죽사리 명산마을노인당에서 만난 추모씨(1933년생, 2019년 1월 28일 인터뷰)는 어렸을 때 어른들은 진달래를 ‘진지리꽃’이라고 불렀다는 제보를 했으나 대부분 참꽃으로만 알고 있다.

참꽃은 먹을 수 없는 개꽃(철쭉)의 상대적인 이름으로 꽃을 먹을 수 있으며, 약용으로 쓰이는 용도와 더불어 많고 많은 봄꽃 중에서 유독 사람들과 가까운 특성에서 기인된 것으로 보인다.

봄을 먹는 꽃, 진달래
진달래는 먹을 수 있는 꽃이라 해서 참꽃으로 많이 불리었다. 이른 봄에 진달래꽃을 먹었던 것은 일종의 의식처럼 행해졌다. 전남 나주 등지에서 오월 단옷날에는 찔레꽃 떡을 먹어야지만 1년이 건강하다는 풍속처럼 봄이면 진달래꽃을 먹어야지만 부스럼이 생기지 않고, 1년이 건강하다는 믿음이 있었다. 그래서 아이들 또한 꽃을 따서 먹는 것이 봄을 맞이하는 의식처럼 전해져 왔다.

어른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진달래꽃을 식용했다. 남자 어르신들은 꽃을 술에 넣어 연분홍색으로 물든 진달래주(침출주)를 만들어 마셨다. 여자 어르신들은 진달래꽃을 떡에 넣거나 전 및 부꾸미를 장식하는 데 활용했다. 죽사리 명산마을노인당에서 만난 추모씨(1933년생, 2019년 1월 28일 인터뷰) 역시 “어렸을 때 진지리꽃(진달래)을 따다가 전을 부칠 때 마지막 장식용으로 활용했다”고 했다.

나주시 동강면 월량1구에서 만난 김모씨(1935년생, 2016년 5월 5일 인터뷰)는 “40여년 전에 참꽃(진달래)을 따다가 모가리(멥쌀가루)와 섞어서 시루떡을 만들어 기침이 심한 시어머니에게 드렸다. 참꽃이 기침에 좋다고 해서였다”라고 했다.

완도군 보길면 예송리에서 만난 정0자 씨(1938년생, 2014년 2월 16일 인터뷰)는 “다리가 절린 데는 진달래나 줄기를 다려서 마시면 치료 효과가 좋았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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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진달래 화전
 


나주시 다시면 회진리에서 만난 정모씨(1933년생, 2013년 6월 16일 인터뷰)는 “진달래꽃이 피면 따서 말려 뒀다 단오 때 부꾸미 장식에 사용했다. 부꾸미는 찹쌀 반 되 몹쌀(멥쌀) 반되를 섞어서 절구에 빻고 체로 친 다음 굵은 가루는 다시 빻고 체로 쳐서 이용했다”며 “부꾸미는 반죽한 것을 솥뚜껑에 납작하게 한 다음 팥소를 놓고, 양쪽에서 접은 다음 접힌 부분에 말려 두었던 진달래꽃을 물에 살짝 담갔다가 붙여서 장식했다”고 설명했다.

먹는 꽃인 진달래꽃은 다양한 용도로 식용됨에 따라 2000년대까지만 해도 지리산 일대의 전통시장에서는 꽃을 채취해서 판매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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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일대의 전통 시장에서는 진달래꽃이 거래되기도 했다.
(2005년 구례 전통시장에서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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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전은 찹쌀가루를 반죽해서 둥글납작하게 만들어서 프라이팬에서 지진다. 2. 부꾸미와 화전에 사용할 진달래꽃은 채취한 다음 꽃술을
제거한다. 3.준비한 꽃을 화전에 붙여서 장식한다. 4.완성된 진달래 화전
 



진달래의 부꾸미와 화전
진달래꽃은 봄철이면 다양한 용도로 사용됐다. 그중에서 부꾸미와 화전에 관한 기억은 많은 어르신들이 간직하고 있다. 나주에서 만난 김정순(74세)씨와 한영희(63세)씨도 마찬가지이다.

해남군 옥천면 팔산리에서 자란 김씨는 “어릴 때 어머님이 부꾸미를 만들 때 옆에서 거들면서 진달래꽃을 붙였던 추억이 있는데, 어머니는 청명절이나 진달래꽃이 필 때 이바지 음식을 하게 되면 반드시 진달래꽃을 부꾸미에 이용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어릴 때의 기억을 되살려 부꾸미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김씨는 찹쌀가루를 익반죽하여 동글납작하게 빚고, 이것을 식용유를 두른 팬에 지지면서 납작하게 펴고, 그 위에 팥소를 넣고 양쪽으로 접어서 부꾸미를 만들었다. 열기가 가시지 않은 부꾸미에 진달래꽃을 올려놓고 누르자 꽃은 부꾸미에 착 달라붙고 예쁜 모양을 나타냈다.

나주시 영산동에서 자란 한씨는 “어렸을 때 어머니가 진달래 화전 만드는 것을 보았다”고 설명했다. 그때의 모습을 회상하면서 화전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만드는 방법은 찹쌀가루에 소금 간을 하여 반죽한 다음 새알처럼 둥글게 하고, 이것을 프라이팬에 놓은 다음 납작하게 지진 다음 진달래꽃을 붙였다. 꽃은 화전에 올려놓고 살짝 누르게 되면 자연스럽게 부착이 되었다. 한씨는 “옛날 어머니가 했던 기억을 되살려서 처음 만드는 것인데도 화전은 예쁘게 완성되었다”고 말하며 “화전을 맛있게 먹으려면 진달래꽃 위에 시럽을 살짝 뿌리면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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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리와 진달래 화전
 


진달래 화전 옆에 개나리 화전
봄을 얘기하려면 진달래와 함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개나리이다. 개나리(Korean Forsythia)는 물푸레나무과의 낙엽 활엽 관목으로 한국 특산식물이다. 진달래 못지않게 친근한 개나리는 진달래꽃과 같은 시기에 잎겨드랑이에서 1~3개의 노란색 꽃을 피운다.

개나리는 진달래만큼 화전에 많이 이용되지는 않았지만 멋을 중요시했던 어르신들은 개나리로도 화전을 만들었다. 정모씨(1933년생, 2013년 6월 16일 인터뷰)는 “진달래 화전을 만들 때 색상의 구색을 맞추기 위해 개나리 화전도 양념처럼 만들었다”고 했다.

그 말이 생각나서 한영희씨에게 진달래 화전을 만드는 김에 개나리 화전도 만들어 달라고 했다. 진달래 화전 옆에 개나리 화전, 봄이 더 풍성해지고 봄을 먹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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