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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의

목조 주택 및 관광에 얽힌 이야기


글. 박춘태(중국 북경화지아대학교 기업관리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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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0시. 러시아워로 교통체증이 심했던 도로에는 차량 소통이 뜸하다. 주룩주룩 내리는 비와 더불어 바람도 윙윙 분다. 그때 주택가 옆에 있는 대로변에서 비상등을 켠 길고 큰 트럭이 보인다. 얼핏 보기에 큰 짐을 잔뜩 실은 것 같다. 한 대의 트럭이 한쪽이 아닌, 양쪽 도로를 막고 있다. 모든 차량은 트럭과 좀 멀리 떨어져 정지해 있다. 곧이어 트럭은 무척 조심스럽게 느릿느릿 움직인다. 뉴질랜드 어디서나 심심찮게 종종 볼 수 있는 현상이다.

가까이 가서 자세히 보니, 집을 통째로 트럭에 실은 게 아닌가. 집 벽체 표면에는 평평하게 다듬은 통나무가 수평으로 겹쳐져 있다. 오래전에 지어진 거대한 목조 주택임을 알 수 있다.

뉴질랜드는 예로부터 나무로 지어진 주택이나 건축물이 많다. 여전히 목조 건축은 변함이 없다. 그렇다면 이렇게 지어진 건축물이 날씨로부터 받는 영향은 어떨까. 겨울 날씨가 영하로 내려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바람이 강하게 불어 체감온도는 영하를 느낄 만큼 훨씬 낮다. 그래서 뉴질랜드 겨울을 일부 지역에서는 매서운 추위라고 한다.

이를 감안하여 추운 겨울에 단열을 유지하고자 수평 통나무로 벽체를 만들었다. 뉴질랜드에는 초고층 건물이나 초고층아파트가 거의 없다. 이는 넓은 면적에 비해 인구가 적다는 점과 지진이 발생하는 지역이라는 점이 작용했다. 북적이지 않으며 도심을 벗어나는 순간 사람 보기가 힘들다. 인구는 약 500만 명으로 우리나라에 비해 1/10정도에 불과하다. 이와 반면에 면적은 우리나라 보다 2.6배가 크다. 초고층 건물이나 초고층 아파트가 거의 없는 또 다른 이유는 내진 설계와 면진 설계 도입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

뉴질랜드의 지진에 대해 보자. 뉴질랜드는 환태평양 지진대에 속하므로 지진이 잦은 지역이다. 2010년 9월 1차 지진에 이어 2011년 2월에 6.3규모의 2차 강진이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일어났다. 진앙이 얕아서 피해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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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지진이 발생 시 1차 피해도 문제지만 가장 우려되는 점은 2차 피해다. 건물 붕괴로 인해 피해가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근래 들어 두 차례나 큰 지진을 겪은 뉴질랜드는 지진에 잘 견디는 건물을 짓는 데 집중하고 있다. 회복기간을 서두르지 않고 비교적 긴 기간을 회복에 할당하고 있다.

지진으로부터 완전히 회복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을 15년 정도 보고 있다. 특히 튼튼한 내진 설계에 중점을 둔다. 건물 무게의 증가에 따라 이를 지탱할 수 있는 하부 구조를 튼튼하게 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진으로 땅이 흔들릴 경우 건물이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나무라고 해서 모두가 유연한 것은 아니다. 떡갈나무는 너무 단단하여 강한 바람이 불 때 부러지기도 한다. 그러나 버드나무는 잘 견딘다. 유연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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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의 단독주택은 나무로 만든 1~2층이 많다. 고층으로 짓지 않은 이유는 고층일수록 흔들림의 폭과 2차 피해가 클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동일한 조건에서 20층짜리 아파트에서 20층이 좌우로 2㎝ 흔들린다면, 50층짜리 아파트에서 꼭대기 층인 50층은 무려 6~7㎝까지 흔들린다. 또 같은 높이라도 가벼운 건물은 흔들거림이 적지만 무거운 건물은 많이 흔들거린다. 아울러 가벼운 나무로 지은 저층 건물이 지진의 피해도적다. 건축물의 흔들림 정도는 건축물 무게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뉴질랜드인들은 전통을 고수하고 싶어 한다. 전통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택에서 생활을 하는 데 여전히 낡고 오래된 목조 주택들이 많다. 주택 건설 현장을 가보면 놀라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집을 짓되 건물 뼈대부터 거의 ‘나무’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지진이 잦은 뉴질랜드에서 나무 건물이 과연 지진에 안전할까. 우려와는 달리 나무 건물은 지진에 강하며 환경 친화적이다. 이는 ‘압축’과 ‘건조’ 과정을 통해 나무 강도가 약 25% 높아졌기 때문이다. 또 나뭇결을 수직 방향으로 겹쳐 올리며 단단하게 붙여 판을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판은 콘크리트와 철근 못지않은 강도를 가진다.

그들은 고풍스러운 건축물에 대한 자부심 또한 대단하다. 지은 지 50년 정도 된 건물은 최근에 지은 것으로 간주된다. 왜냐하면 100년 이상 된 목조 주택이나 건물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도심을 벗어날수록, 소도시일수록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커피숍, 박물관, 도서관 등이 대표적이다.

2010년 이래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나무로 건물을 짓는 데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이는 나무 건물이 사람들의 심리적 안정감, 만족감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현존하는 나무 건물 중 세계에서 가장 높은 아파트가 있다. 노르웨이의 베르겐에 있는 ‘Treet’아파트다. 높이가 무려 50 정도로 14층 아파트다. 놀라운 점은 아파트 벽체 기둥은 물론 전체가 대부분 나무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뉴질랜드 어느 곳을 가든지 국내외 관광객이 물밀 듯이 밀려온다. 청정 환경과 태곳적 자연환경이 고스란히 녹아있어서 관광대국이 되었다. 국제화된 랜드마크(landmark)가 있는 관광지역도 많지만 그렇다고 이것만을 추구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다만 관광객들이 편리하게 관광할 수 있도록, 정말 방문하고자 하는 지역으로 만들려고 한다. 그것이 비록 세계적 트렌드와 동떨어져 있어도 어느 정도의 불편까지 감수하는 것은 매혹의 향기가 있기 때문이다. 랜드마크가 없는 경우 오래 묵은 도시의 풍경, 건축물의 역사가 근간을 이루는데 역사와 전통을 보존하기 때문이다. 낡고 오래된 건물은 사람들에게 문화적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를 통해 역사의 흔적, 삶의 진정성을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세상에 없는 아름다움을 선물한다.

예를 들어 옛 공장이 있던 지역에 새롭고 획일화된 가게가 즐비하게 들어서면 어떻게 될 것인가. 지역의 특색은 사라진다. 따라서 공장건물을 활용하여 마켓을 형성하는 방향으로 발상을 전환한다. 건물을 철거하지 않은 것은 벽돌, 돌 등 건축 자재가 흥미로운 테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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