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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타기에 최적인

‘뉴질랜드’


글. 박춘태(중국 북경화지아대학교 기업관리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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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남반구에 위치한 나라 ‘뉴질랜드’. 북섬과 남섬을 비롯해 600여 개나 되는 크고 작은 섬들로 이뤄진 뉴질랜드는 탁 트인 바다를 배경으로 한다. 어느 섬, 어느 지역을 가더라도 뱀이 서식하지 않아서 지역민들과 여행자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아울러 섬들이 서로 멀리 분산돼 있지 않아서 어디서나 바다까지는 그다지 멀지 않다.

뉴질랜드의 계절은 한국과 정반대다. 한국에서는 12월, 1월의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며 눈도 내리는 혹한의 추운 겨울이지만, 뉴질랜드는 이 시점이 강렬한 햇볕이 내리쬐는 한여름과 같다. 강한 햇볕과 광활한 바다를 배경으로 하는 뉴질랜드는 수상스키, 파도타기 등 해양 스포츠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그런 반면, 한여름이라 하더라도 일교차가 심해 하루에도 사계절을 경험할 수 있는 특이한 나라다. 변화무쌍한 날씨를 경험하고자 한다면 뉴질랜드를 꼽는데 이견이 없다고 하겠다. 예를 들어 아침 기온이 영상 10도를 유지하다가도 오후가 되면 25도 이상으로 급격히 높아질 수 있다. 때문에 긴팔·긴바지를 입다가 짧은 옷으로 갈아입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가 하면 집중 폭우가 내리다가 금방 그치며, 언제 비가 왔느냐는듯 햇볕이 내리쬔다. 기후에 관한 기이한 현상은 뉴질랜드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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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성 국가라서 수시로 바람도 많이 분다. 바람이 세차게 부는 날! 유독 신명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이러한 때를 놓칠세라 바람을 쫓아 차를 몰고 어디론가 가기에 바쁘다.

그런데 그들이 몰고 달리는 차량 지붕 위에 뭔가가 달려있다. 서프보드(surfboard)다. 그들이 서핑족들 임을 짐작케 한다. 도착한 곳은 지역에 산재한 해변이다. 회색빛으로 반짝이는 모래를 배경으로 한 해변에서 바라본 바다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잔잔하게 일렁인다. 아울러 멀리서부터 ‘쏴~~’하는 소리와 함께 끊임없이 파도가 밀려온다.

파도는 작은 파도, 큰 파도를 연이어 만들었다가 이내 부서지면서 거품 파도로 바뀐다. 잠시 후 바람은 점점 거세고 파고는 높아진다. 자연이 만들어 내는 위대함과 신비감에 탄성이 나온다. 어느덧 파도의 크기가 집채만큼 커진다. 해수욕을 즐기던 사람들 중 일부는 이러한 거대한 파도를 두려워한 나머지 피하려고 한다. 하지만 큰 파도에 즐거움과 낭만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파도타기에 능숙한 마니아족들이다.

그야말로 파도 타기의 명수들이다. 때로는 물위를 날 듯, 때로는 지그재그로 파도를 탄다. 파도의 높은지점에서 낮은 지점으로 향하는 미끄러짐이 매력적인 예술 같다. 고수의 곡예를 연상케한다. 파고에 주눅 들지 않고 자기 세계에 몰입한 듯하다. 타는 사람은 물론, 보는 이들로 하여금 아슬아슬한 파도타기 기술에 진한 짜릿함과 재미를 느낀다. 뉴질랜드에서는 파도타기의 인기가 날이 갈수록 더해 간다.

장거리 파도타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파도타기에 최적의 파도가 일 경우, 무려 1㎞ 이상 2㎞까지 갈 수 있다. 파도타기에 유명한 해변들이 즐비해 있다는 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끊임없이 밀려오는 큰 파도가 있다는 이점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파도타기에 적당한 크기의 파도 때문이다. 그래서 뉴질랜드를 파도타기의 메카라고도 부른다. 이러한 동인으로 인해 뉴질랜드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서 서퍼(surfer)들이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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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자연과 동물을 벗 삼아 온 뉴질랜드인들은 자연·동물친화적이며, 이들 삶의 바탕에는 강한 도전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 도전을함에 있어서 동물을 동행하는 경우도 꽤 있는데, 이는 동물을 인간과 동일시하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 한 예로 파도타기인데 이를 통해 동물한테도 모험과 짜릿함 넘치는 낭만을 갖게 한다.

무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는 어느 날. 해변에 주인을 따라 온 한 마리의 개가 어슬렁거린다. 주인은 개와 놀이를 하기 위한 공과 슬라이드를 준비해 왔다. 개는 몹시 설레듯 주인의 행동을 주시하고 있다. 주인을 빤히 쳐다보고 있던 개는 슬라이드를 던지자마자 슬라이드가 날아가는 방향으로 질주를 한다. 그것이 미처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개는 슬라이드를 무는데 성공한다. 슬라이드를 물은 개는 마치 승리의 주인공이 된 듯 주인에게 다시 뛰어온다. 이러한 놀이를 주인은 개를 상대로 쉬었다가 반복하기를 여러 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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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잠시 후 약간 떨어진 해변에서 갑자기 “우와~!”하는 큰 소리가 들리더니 “저기!개 좀 봐” “저기는 돼지!” “와~! 대박이다”라며 여기저기서 또 탄성을 지르며 놀라운 표정들을 한다. 모두들 눈이 동그래졌다. 어찌된 일인가. 셔츠를 입은 개 한 마리와 작은 돼지 한 마리가 주인의 도움을 받아 파도타기를 하는 것이 아닌가. 서퍼보드에 동물은 앞에, 주인은 뒤에 타고 파도타기를 한다. 개가 파도타기를 한다는 점도 대단히 놀라운 일이지만, 돼지마저 파도타기를 하다니. 일반적으로 돼지라고 하면 인간의 영양원으로 존재하는 가축으로만 생각하기 쉽다.

다른 두 종류의 동물이 바닷물도, 서퍼보드도 두려워하지 않은 듯 용감하게 서퍼보드 위에 납작 엎드려 있다. 고수라는 느낌이 든다. 폼이 안정돼 있어 중심을 확실하게 잡고 있는 듯하다. 안정감 있게 파도를 타는 모습에 보기만 해도 무더위를 잊게 한다. 서퍼보드 위에서 밀려오는 파도에 맞서 오래 버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비록 개나 돼지가 주인의 도움을 얻어 파도타기를 하지만 밀려오는 파도의 움직임에 따라 자세를 바꾸기도 한다. 유연성 있는 대처 능력! 연이은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거친 파도 앞에서는 보드에서 뛰어내리기도 하지만 상황 변화에 따른 전략 변화는 동물이라고 해서 무시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시사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