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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이스트처치시(Christchurch city)

관광 성장의 원동력 ‘트램t(ram)’


글. 박춘태(중국 북경화지아대학교 기업관리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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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남섬에서 가장 큰 도시인 크라이스트처치시(Christchurch city)는 넓은 면적에 비해 인구 밀집도가 대단히 낮다. 이러한 점은 쾌적하고 아름다운 도시경관을 이루는 배경이 되고 있다.

어느 날 주말 오후였다. 크라이스트처치시의 한 쇼핑몰 안에 입점한 커피숍, 식당, 가게 등에서는 뉴질랜드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에서 몰려든 관광객들이 쇼핑을 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가격을 묻고 흥정하는 모습이 마치 남대문 시장을 찾은 외국인을 연상케 했다. 그런 상황이 있은 지 얼마 지나지않아, 쇼핑몰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지점에서 갑자기 경적 소리가 났다. 몇 초가 지나자 소리는 점점 더 크게 들려왔다. 쇼핑을 하고 있던 내외국인 관광객들은 크게 들려오는 경적 소리에 점점 긴장을 하게 됐다. 도대체 무슨 일인가 하고 모두가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봤다. 그리고는 “와!”하고 탄성을 질렀다. 쇼핑몰 안으로 집채만 한 큰 노면전차가 느릿느릿 들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노면전차가 크라이스트처치시의 상징 명물인 ‘트램(tram)’이다. 고풍스러운 외형과 한 칸짜리에 불과한 노면 전차이지만,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이렇듯 크라이스트처치 트램에는 이채로움이 스며들어 있다. 상가와 상가 사이, 노상카페 바로 옆을 지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곳 키위(뉴질랜드인) 사람들은 놀라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 이미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쇼핑몰에 전차가 들어온다는게 과연 가능한 일인가. 그런데 크라이스트처치에서는 가능할 뿐만 아니라 실행되고 있다. 참으로 놀랍다. 일반 승용차로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진입자체를 막기 때문이다. 트램은 타는 즐거움에다가 고객을 위한 편의성까지 부여했다. 그 일환으로 레스토랑 시설을 갖췄다는 점이다. 또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탈 때와 내릴 때 종과 경적을 울리게 돼 있다. 종과 경적을 울리지 않고 출발시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기 때문이다. 특히 거리에서 채스(chess) 등의 놀이에 몰입을 한다면, 트램의 움직임을 알아차리지 못해 자칫하면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종과 경적을 울리는 것은 출발 및 도착 신호를 알리는 필수인자라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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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차 안에는 늘 관광객들로 들어차 있다. 시내 중심가를 돌며 풍경을 감상하거나 관광 명소를 순회하는데 트램은 그들의 발이 되고 있다.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도심경관을 감상하고자 할 때 일반적으로 이용하는 대중교통수단으로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트램이고, 다른 하나는 시티투어버스이다. 트램의 특이한 점은 시티투어의 기능뿐 아니라, 저녁에는 식당도 운영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점이 일반 시티투어버스와는 다른 점이다. 느리게 움직이는 고풍스러운 트램 안에서 저녁식사를 한다고 생각해 보자.

정말 낭만의 극치일 뿐만 아니라,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주연 배우가 된 기분일 것이다. 트램 안이어서인지 식사를 하는 테이블 폭이 좁다. 그러나 이런 정도의 불편함은 감수해야 한다. 식사 중에는 와인도 곁들일 수 있다. 하지만 와인량에 대한 특별한 통제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지나친 음주로 실수를 하거나 자신의 이미지를 훼손시키는 경우도 가끔 있다.

어느 날 필자는 트램에서 저녁을 먹게 되었다. 그런데 바로 뒤 테이블에서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가 한국어로만 들리는 게 아닌가. 설레는 마음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며칠 전 한국에서 뉴질랜드로 여행 온 젊은이들이라고 했다. 그들은 뉴질랜드 여행 과정에서 일어났던 재미있는 이야기, 경험담을 공유했다. 처음에는 피로와 긴장으로 지쳐있었으나 익숙해짐에 따라 피로도 긴장도 풀렸다고 했다. 그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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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와인에 홀릭된 듯, 서로의 잔에 와인을 채우기가 바빴다. 얼마나 마셨을까. 그들 중 한 명이 와인이 가득든 잔을 드는 순간, 그만 잔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쨍그랑’하며 와인잔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와인은 순식간에 넓은 트램 바닥에 쏟아졌다. 그들은 당황했다. 와인잔이 깨진 데다가 바닥을 더럽혔기 때문이다. 우선 걱정거리가 생겨났는데, 얼마의 벌금을 물어야 될지가 걱정이었다. 트램 직원이 황급히 달려왔다. 한국 젊은이들이 죄송하다고 하면서 깨진 와인잔의 가격을 지불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직원은 잔이 왜 깨졌는지에 대해 아무런 이유도 묻지 않았다. 오히려 “괜찮으냐? 다친 데는 없느냐?”라고 말하며 매우 염려하는 듯했다. 아울러 와인잔 가격은 지불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트램에서의 낭만적인 저녁식사 중 과음 때문에 일어난 작은 소동이었다.

크라이스트처치에서 트램이 등장한 시기는 1882년이다. 역사적으로 138년이 되었다. 1960년대까지 약 80년 동안은 관광용보다는 교통수단으로 사용해 왔다. 때문에 승객 수는 나날이 늘어났다. 1920년에서 1921년까지 2년 동안 트램에 탑승한 승객은 무려 2459만 2998명에 달했다. 그러나 196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트램은 줄거나 자취를 감춘다. 아울러 비난까지 받는다. 이러한 이유는 자동차, 버스 사용이 빈번해 지면서 교통혼잡을 야기시키는 흉물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하지만 근래에 와서 트램은 더욱 큰 매력을 갖기 시작했다. 크라이스트처치를 대표하는 관광자원이며 친환경적 이동수단이기 때문이다. 박물관, 대성당, 쇼핑몰, 식당, 광장 등 17개 정류장을 운행하는 트램은 명실공히 관광객들의 명소 접근이나 방문을 돕고 있다. 이러한 점 때문에 트램은 크라이스트처치에 온 관광객의 발길을 자연스럽게 멈추게 한다. 진정한 관광 성장의 원동력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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