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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물을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는

뉴질랜드


글. 박춘태(중국 북경화지아대학교 기업관리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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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펼쳐진 푸른 초원, 거기서 방목돼 한가롭게 풀을 뜯는 소와 양, 말의 모습에서 자연과의 교감, 평화로움을 느낀다. 이상향이라 불리어지는 뉴질랜드의 일상 풍광이다.

뉴질랜드는 태곳적 자연의 모습과 가장 깨끗한 자연 환경을 간직한 세계에서 드문 나라이다. 이는 청정 환경을 보호하려는 뉴질랜드 정부와 국민들의 관심 그리고 끊임없는 노력과 실천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그러하기에 전 세계에서 뉴질랜드로 몰려드는 관광객 역시 아름다운 자연 환경에 매력을 느낄 수 밖에 없다.

뉴질랜드는 자연 경관뿐만 아니라 수질이 좋기로도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 있다. 관광객들은 이러한 점을 알고 있음에도 뉴질랜드에서 여행할 때 수돗물을 마시지 않고 미네랄워터(Mineral Water) 또는 정수기 물을 마신다. 혹시 있을지 모를 ‘물갈이’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여행객의 입장에서는 해외 어느 지역을 가더라도 수돗물을 그냥 마시다간 위험할 수 있다. 하지만 뉴질랜드인들은 수돗물을 마시는데 익숙해져 있다. 지역별 차이가 있긴 하지만 오염되지 않은 청정 수원지가 많다는 방 증이기도 하다.

중국을 여행하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차(tea)가 든 물병을 갖고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며, 독일 및 영국 등 일부 유럽을 여행하다 보면 맥주 문화가 상당히 발달한 것을 느낄 수 있다. 왜 그런가. 물이 좋지 않아서 만들어진 문화라 볼 수 있다,

물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인체에서 물은 약 60~70%를 차지할 정도로 큰 비율을 차지한다. 그래서 ‘걸어 다니는 물기둥’이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다. 맑은물에는 생명이 숨 쉰다. 물은 생명의 근원일 뿐만 아니라 인류 삶의 근간을 이뤄왔다. 이러한 물의 원천은 어디인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물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빗물 자체가 생명수와 같다 하겠다. 아울러 수많은 빗방울은 거대한 역사를 만든다. 큰 강과 바다를 이루는 동력이니 말이다.

한무영 교수의 <빗물의 비밀(2010)>에 보면 지구상에서 빗물을 나라의 화폐에까지 적용한 나라가 있다. 이는 빗물 없이는 국가도 지탱할 수 없으며 ‘빗물이 곧 돈이다’라는 점과 일맥상통한다. 무엇 때문인가. 빗물을 절대적 능력을 가진 존재라고 보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바로 남아프리카에 위치한 보츠와나(Republic of Botswana)라는 국가다.

지리적으로 해발고도가 평균 1000 에 이르는 내륙에 위치하고 있는 고원 국가다. 독특한 점이라면 일 년 동안 계속해서 물이 흐르는 강이 4개밖에 없는 관계로 지역별 강우량의 변동이 심하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어떤 지역에서는 심한 가뭄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 단적인 예로 1980년대에는 무려 5년 동안 비가 전혀 내리지 않은 적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뭄에 대한 두려움이 증폭됐음은 말할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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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츠와나에서 빗물의 가치를 보자. 두 종류의 화폐 단위로 빗물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풀라(Pula)’와 ‘테베(Thebe)’라는 단어로 ‘100풀라’라고 하면 ‘100빗물’이란 뜻이 된다. 그만큼 보츠와나는 대지를 적시는 한 방울의 빗방울을 대단히 소중히 여기고 있다.

뉴질랜드도 빗물을 소중히 다루고 이를 활용하는 지혜가 놀라울 정도다. 뉴질랜드의 빗방울은 안전성 확보와 필수 자원으로서의 가치를 충분히 지니고 있다. 안전성 확보는 곧 오염되지 않은 빗물을 의미한다. 황사 또는 미세먼지를 동반한 흙비는 상상도 할 수 없다.

도심지를 벗어나면 드문드문 지어진 농가형 주택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러한 주택 대부분이 빗물 탱크가 설치돼 있다. 강우량이 많은 지역이든 적은 지역이든 공통적인 현상이다.

무엇 때문인가. 농가형 주택 간의 간격이 밀접하지 않다는 점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로는 한명의 농장주가 갖는 초지가 보통 약 20~100만 평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주택 간 수도를 연결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이러한 주택에서는 빗물이 중요한 자원이 된다. 일정한 정화 장치를 거친 빗물이 식수로 사용할 뿐만 아니라 빗물 그대로 여러 가지 생활용수, 농업용수로도 활용된다.

예를 들면 정원이나 작물재배용 밭에 물주기, 청소, 세탁기 돌리기, 설거지 등을 하는데 필수적이다. 하지만 기이한 현상도 있다. 일부 뉴질랜드인들은 빗물은 식수로, 수돗물은 생활용수로 사용하기도 한다. 화학 약품 처리된 수돗물보다 빗물의 영양소가 좋고 깨끗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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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관계로 빗물이야말로 다양한 미네랄이 함유된 최고의 천연생수이며 식수라고 믿는다. 뉴질랜드는 연중 비가 내리는 지역이 많다. 비가 내릴 때 바람을 동반한 경우는 많아도 폭우가 쏟아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바람이 세차게 불 때는 우산이 날아갈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놀라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사람들은 비 맞는 것에 익숙한 듯 우산도 쓰지 않고 비옷도 입지 않은 경우가 무척 많다. 비를 그대로 맞고 다니다니, 무엇 때문인가. 대기오염물질이 없는 청정비라는 인식 때문이다. 그 근본원인은 공해와 관련된 산업시설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비에 젖은 옷을 빨래하지 않고 그대로 널어놓고 말리는 경우도 많다.

전 세계가 산업화, 도시화의 급속한 발달로 대기오염이 심하다. 그 결과 많은 지역에서 비가 산성비로 변했다. 그래서 사람이 비를 맞으면 머리를 상하게 하거나 머리가 빠진다고 생각한다. 빗물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한 동인이었다.

빗물의 용도는 나날이 진화되고 있다. 뉴질랜드는 낙농업이 발달돼 있어서 우유로 만든 제품이 다양하다. 진짜 뉴질랜드산인지 아닌지를 밝힐 수 있는 방법으로 빗물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 과정을 보면 여러 지역의 풀에 비가 내린다. 이 비를 머금은 풀이 소의 먹이가 된다. 소에게서 우유를 추출하는 데 우유가 분유로 제조되면 자연 성분을 조사한다. 그러면 분유가 제조됐을 때의 뉴질랜드에 내렸던 빗물과의 일치성은 물론 우유가 어느 지역에서 왔는가를 밝혀낼 수 있다. 빗물의 저축이 시사하는 바가 자못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