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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꽃이라 불리는

‘타이탄 아룸(Titan arum)’에 대한

뉴질랜드인들의 호기심


글. 박춘태(중국 북경화지아대학교 기업관리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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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는 예로부터 ‘정원의 도시’ ‘영국풍의 도시’라 불리어 왔다. 그래서인지 크라이스트처치는 영국 지명을 본뜬 도로명과 지역명이 많으며, 전 지역에 걸쳐 크고 작은 수백 개의 공원이 조성돼 있다. 공원 이용객으로는 시민은 물론 국내외 관광객들로 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공원 가운데 시 중심부에 위치한 대표적인 공원이 있다. 1855년에 조성한 면적 180헥타르(ha)에 이르는 해글리 공원(Hagley Park)이다. 공원 안에는 골프장, 축구장, 럭비장 등 다양한 시설물이 설치돼 있는데 그 가운데서 인상적인 것을 발견할 수 있다.

1863년에 개원한 45헥타르(ha)의 면적을 가진 보타닉 가든(Botanic Garden)이다. 이 가든은 해글리 공원 총 면적의 25%를 차지할 만큼 광범위하다. 실내·외 식물원이 조성돼 있는데 250여 종류의 장미를 전시한 장미정원 및 허브정원을 비롯하여 고유식물, 희귀꽃 등 1만종 이상의 아름답고 다양한 식물들이 대군집을 이루고 있다. 특히 실내 식물원은 각종 식물과 나무들이 잘 자랄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고자 늘 온화한 기후를 유지한다. 그래서 남태평양의 다양한 야자수는 물론, 베고니아를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의 독특하고 다양한 꽃, 습지·식충식물, 나무들을 접할 수 있다.

그런데 매년 1월이면 해글리 공원 안의 실내 식물원인 커닝햄 하우스(Cunningham House)에서는 특이한 일이 벌어진다. 이는 실내 식물원에서 생장하고 있는 특유의 꽃 개화와 그 꽃의 특유한 냄새를 맡기 위해 관람객이 장사진을 이룬다는 점 때문이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이 꽃의 만개를 보기 위해 몇 시간씩이나 관람 차례를 기다린다는 점과 꽃이 언제 피는지를 주기적으로 예측조차 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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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중순에 필자는 크라이스트처치 중심부에 위치한 해글리 공원 안에 설치된 식물원 커닝햄 하우스를 방문했다. 커닝햄 하우스 안에 들어서니 공교롭게도 많은 관람객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궁금했다. 그러던 차에 몇 분 지나지 않아 앞에 있던 관람객들이 갑자기 “와!”하고 탄성을 질렀다. 주위에서 다른꽃과 식물을 구경하던 관람객들도 발길을 멈추고 탄성이 난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는 건물 밖에 있던 관람객들까지 들어와 구름떼처럼 모여들었다. 특유의 꽃이 개화를 한 것이다. 개화를 한 꽃은 무슨 진귀한 꽃이기에 어떤 향기가 날까 몹시 궁금했다.

놀랍게도 관람객들 사이에는 향기는커녕 “쥐가 썩는 냄새가 난다” “냄새가 고약하다”는 등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는 소리가 들렸다. 꽃에서 향기가 아닌 지독한 악취가 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드디어 가까이서 개화를 한 꽃을 볼 수 있는 차례가 왔다. 앞에서 꽃 냄새를 맡기 위해 코를 들이댄 관람객들은 예외 없이 “윽!”하고 뒤로 물러서기 바빴다. 꽃에서 향기가 아닌, 썩는 동물 냄새가 난다고 했다.

특유의 꽃은 원기둥 모양으로 큰 잎자루를 가진 꽃이었다. 나무가 마치 큰 여러 개의 잎을 단 것처럼 보였다. 정말 꽃대에서는 동물의 사체가 썩는 듯한 악취가 진동을 하였다.

일명 ‘시체꽃(corpse flower)’으로 학명이 ‘아모르포팔루스 티타늄(Amorphophallus titanum)’, 이름이 ‘타이탄 아룸(Titan arum)’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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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꽃을 좋아한다. 꽃 자체의 시각적 아름다움과 함께 향기가 나기 때문이다. 인간뿐만 아니라 나비, 벌 등 곤충류도 꽃의 아름다움과 향기에 매료돼 있다. 그런데 꽃에서 향기가 나는 것이 아닌 동물 썩는 냄새를 곤충류가 좋아할까. 의외로 해답은 간단했다. 악취가 이 꽃의 생장을 위해서는 필수 인자임을 알 수 있었다. 썩는 냄새로 딱정벌레나 쉬파리 등 꽃가루 매개곤충을 유인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타이탄 아룸’이란 꽃은 생김새가 독특했다. 마치 하나의 꽃처럼 보이도록 거대한 꽃대를 형성했는데 높이가 2~3 , 폭이 5 정도에 달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꽃 중의 하나이다. 지독한 악취에도 불구하고 관람객들의 관심도 증가로 인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또 다른 특성으로는 짧게 피었다 시든다는 점과 온실에서 재배를 함에도 일정한 개화 주기가 없다는 점이다. 개화시기를 보통 7년에서 12년 사이에 한번 씩 하는데 이때 수정을 한다. 개화 때 발생하는 지독한 악취는 ‘타이탄 아룸’이 수정하기 위한 절대적 조건이다. 곤충류 가운데서 딱정벌레나 쉬파리는 악취를 대단히 좋아한다. ‘타이탄 아룸’이 수정을 하려면 악취를 맡은 딱정벌레나 쉬파리를 끌어들여야만 가능하다. 그런 면에서 악취는 ‘타이탄 아룸’의 번식에 중요 결정 인자라 할 수 있다. 이 꽃은 개화 시간이 최대 48시간 정도까지다. 이는 수정할 수 있는 시간도 짧다는 의미이다. 그럼에도 ‘타이탄 아룸’의 번식을 위해서는 더할 수 없이 중요한 기회이기도 하다. 많은 관람객들이 몇 시간에 걸쳐 기다리는 것도 ‘타이탄 아룸’의 만개와 냄새를 체험하고 싶은 큰 욕망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ㅣ박춘태 교수
- 현 몽골 후레정보통신대학교 한국학연구소 연구원
- 현 중국 북경화지아대학교 한국기업관리대학 교수
- 현 세계한국어교육자협회(WATK) 수석부회장
- 부산대학교 한국어교육학 박사
- 한글세계화운동총본부 뉴질랜드 본부장
- 종이문화재단 자문위원
- 중국 북경화지아대학교 기업관리대학 학장, 국제교류처장 역임
- 지식펜 뉴질랜드 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