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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 공관에까지

벌통을 설치한 나라,

뉴질랜드


글. 박춘태(중국 북경화지아대학교 기업관리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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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에서는 해마다 9월이면 양봉에 관심 있는 학생들의 마음이 들뜨기 시작한다. 그 이유는 웰링턴에 있는 총리 공관을 방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이 학생들을 인솔하는 담당자가 학교 관계자가 아닌 농업부 장관이라는 점이다. 학생들의 마음이 설레는 이유가 단지 장관의 인솔에다가 총리 공관을 방문하여 총리를 만난다는 희망 때문일까. 그렇지 않다. 뉴질랜드 총리 공관에는 깜짝 놀랄 설치물이 있다. 바로 전 세계 총리 공관 가운데 여러 통의 벌통이 설치된 유일한 곳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학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것은 굳이 총리공관을 방문하는 데에만 있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오히려 그들은 총리 공관에서 즐거운 자연을 만끽하며 구내에 설치된 벌통을 관찰한다는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다.

총리 공관을 방문하기 전에 학생들은 벌에 쏘이지 않기 위해 사전에 만반의 준비를 한다. 이러한 준비의 기본 원칙으로는 벌의 공격을 막기 위한 특수 헬멧, 마스크, 벌의 주목을 받지 않는 복장 등이다. 이는 꿀벌을 결코 악마 동물로 취급함이 아닌 존재 가치를 알고자 함에 있다.

최근 들어 총리 공관 방문에서 뜻하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 방문학생들은 처음 보는 거대한 공관에 놀라운 표정을 지으며 구내에 설치된 벌통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가. 열자마자 한 학생에게 유난히 많은 벌들이 몰려들었다. 벌들은 그 한 학생에게 마치 머리를 반복적으로 박치기라도 하듯 달려들었다. 갑자기 몰려든 벌의 공격에 몹시 당황한 학생에게 동료 학생들은 “빨리 도망쳐!”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 그러나 워낙 거센 벌떼들의 공격이라서 쉽게 벗어날 수 없었다. 동료 학생들은 갖가지 도구를 동원하여 그 학생을 벌떼의 공격으로부터 막아내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다행히 그 학생은 간신히 다른 곳으로 몸을 피할 수 있었다. 무엇 때문에 벌들이 그 학생에게만 집중적으로 달려들기 시작했을까. 문제는 그 학생의 복장과 향수 때문이었다. 그는 노란색과 핑크색이 섞인 옷을 입고 있었으며, 몸에서는 향수 냄새가 났다. 이는 벌들의 공격에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벌들은 밝은 색 옷을 꽃으로 간주할 수 있으며, 향수를 꽃향기로 착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학생 외에 다른 학생들은 옅은 색의 옷을 입었다. 벌들의 눈에 띠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아울러 어떠한 향수도 스프레이도 뿌리지 않았다. 그래서 벌떼들이 사납게 돌격해 오지는 않았다. 이렇듯 벌들이 화려한 옷, 향수 또는 스프레이 냄새를 맡는 순간, 벌떼의 공격이 이어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벌통을 견학하고자 하고자 할 때는 사전에 복장 등 여러 가지를 제한한다. 복장의 경우 밝은 색 계통이 아닌, 눈에 띠지 않은 옅은 색, 예를 들어 하얀색 또는 검정색 계통으로 제한한다.

총리 공관의 벌통을 견학하는 대상 학생들은 양봉에 관심을 가진 학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비록 관심이 없더라도 방문을 통해 관찰함으로써 양봉에 관심을 갖도록 한다. 그래서 뉴질랜드에서는 해마다 9월을 ‘벌 인식의 달(Bee Aware Month)’로 지정해 놓고있다. 이러한 행사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무엇보다도 벌이 지구상에서 가장 중요한 동물로서 그 존재가치를 알고 이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자 함이다. 예를 들어 지구 생태계, 먹이사슬, 경제에 미치는 벌의 영향 및 역할이 대단히 크다는 점이다. 벌 군집이 사라지는 것은 단순히 벌 자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구상에서 꿀벌이 없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궁극적으로 인간이 필요로 하는 식량을 얻을 수 없다. 이는 인간의 건강을 위협함은 물론 생존조차 어렵게 할지 모른다. 결국 인간 파멸로 이어질 수 있으니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하겠다. 또 꿀벌의 역할은 생태계의 보전의 중심축이라 할 수 있다. 식물이 생장하려면 무엇보다도 수분(受粉, pollination)의 공급이 있어야 하는데, 이 식물의 수분공급이 벌에 의해 이뤄진다. 따라서 벌이 사라지면 식물들의 수분이 없게 되고 그럴 경우 식물들도, 동물들도 살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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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꿀의 생산량은 약 151만 톤이며, 꿀벌의 통수는 약 6500만 통에 이르고 있다. 엄청난 양이다. 더 주목할 만한 사실은 100대 농작물의 71%가 꿀벌에 수분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꿀벌은 환산할 수 없는 큰 가치가 있다. 뉴질랜드는 사회국가적으로 벌을 보호하는 노력과 관심이 지대하다. 그 일례로 뉴질랜드 해밀턴(Hamilton)시는 꿀벌의 질병이 없는 도시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꿀벌의 서식은 농업 생산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인간이 생산하는 농작물의 90퍼센트가 꿀벌에 의해서 이뤄진다. 최근 드러난 문제점으로는 농작물의 대량생산을 위해 유전자 조작 식물이 많다는 점이다. 이들 식물은 꽃가루 질이 안 좋을 뿐만 아니라 독성 물질이 있다. 식물에 대한 살충제 및 항생제의 살포 때문이다. 이는 면역 결핍을 가져와 벌들에게 감염의 악영향을 줘 꿀벌을 사라지게 한다.

세계적으로 이상 기온현상이 발생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많은 꿀벌들의 군집 붕괴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다양한 꽃도 줄어들 것이다. 뿐만 아니라 맛있는 과일도, 곡식도 줄어들거나 없어진다. 식물·동물의 급격한 감소는 생태계 파괴로 이어진다. 그때 인간은 무엇으로 살 것인가. 최근 기후변화로 벌꿀 생산 환경이 열악해졌다.

생태계 보전이 위협받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벌을 보호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친환경적인 식물과 나무를 심고, 친환경적 살충제 개발 등에 노력함으로써 사라져가는 벌을 보호함은 물론 개체를 늘리는 연구를 활발히 전개해야 한다.

뉴질랜드에서 사용하는 ‘벌을 사랑하자(Love our Bees)’라는 표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벌들의 운명이 바로 인간의 운명과 연계될지도 모르기 때문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