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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vegan),

우리 삶에 들어오다


글. 이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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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서 이상 현상이 계속 나타나고 있다. 2019년 말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전 세계는 팬데믹에 빠졌고 2년째 우리의 삶은 바이러스에 뺏겨버렸다. 하지만 바이러스만 이상 현상으로 나타난 것이 아니다.

지구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아마존은 오랜 시간동안 화재에 몸살을 앓아야 했고 지난해 청정국가로 불리는 호주 역시 4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불을 끄지 못해 뜨거운 화염 구덩이에 있어야 했다. 이로 인해 자연 속에 살아가던 동·식물들이 불에 타 없어졌으며 지구촌에 살아가는 우리는 큰 충격에 빠져야 했다.

비단 화재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우리와 가까운 중국에서는 지난해 여름 40일 넘게 폭우가 계속되면서 대규모 홍수가 발생했다. 1998년 홍수 이후 최악의 홍수로 기록된 2020년의 홍수는 6000만 명의 이재민을 발생시켰으며 200여 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이렇게 지구가 몸살을 앓자 곳곳에서는 지구를 지키기 위한 방법들이 거론됐다. 특히 환경보호와 동물복지를 위한 ‘비건(vegan)’문화가 주목을 받고 있다. 지금껏 소수자의 식단으로 분류됐던 ‘비건’은 종교 등의 신념으로 바라보곤 했다. 하지만 다양한 이유로 식품뿐 아니라 화장품 용기, 패션 등에도 접목이 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패션계에는 에코가 뜬다
현재 비건에 가장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곳은 패션계다. 몇 년 전부터 패션계는 비싼 가격에 팔리는 모피나 동물 가죽으로 만든 제품에 대한 비판을 의식해 친환경 제품을 만들고 있다. 모피를 얻기 위해 비윤리적인 방법으로 많은 동물들이 잔혹하게 학살당하는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지고 동물단체의 거센 저항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패션계는 최근 패스트패션 시장이 커지면서 동물 학대 외에도 환경 파괴의 주범으로 떠올랐다. 패스트패션은 2000년대 후반부터 떠오른 트렌드로 ‘저렴한 가격에 한철 입기 좋은 옷’으로 생각돼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었다. 하지만 이러한 패스트패션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매년 소비되는 의류는 1000억벌에 달하며 한 해에 버려지는 옷만 92만톤에 달한다. 게다가 이러한 옷들을 생산하기 위해 온실가스가 발생하고 폐기할 때는 유해성분이 발생하면서 환경오염의 원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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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스와 마이코웍스가 개발한 버섯 가죽 가방
(출처: 마이코웍스 홈페이지 캡처)
 


이에 패션계는 ‘모피아웃’ 캠페인에 탑승해 모피 대신 에코 퍼를 만들기 시작했고 동물 가죽대신 비건 가죽으로 가방 등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속 가능한 패션을 위해 합성소재 대신 옥수수, 파인애플 등 천연소재를 섬유로 활용하거나 폐플라스틱과 같은 업사이클링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몇 년 전부터 겨울에 플리스 점퍼가 유행하기 시작했고 이외에도 비건 가죽을 생산하기 위한 노력이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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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으로 제품을 만들고 있는 노스페이스(출처: 노스페이스 홈페이지 캡처)
 


최근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Hermes)는 대체 섬유를 생산하는 신생기업 마이코웍스(MycoWorks)와 협력해 올해 말 버섯 가죽으로 만든 비건 핸드백을 출시하기로 했다. 이 비건 핸드백은 버섯 뿌리 균사체의 실을 추출해 개발한 가죽 실바니아를 활용한 최초의 상용 제품으로 여태껏 석유 제품으로 만들어진 인조 가죽보다 훨씬 더 친환경적일 것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웃도어 브랜드를 중심으로 에코 제품이 늘어나고 있다. 제주개발공사를 중심으로 제주 삼다수, 효성티앤씨, 노스페이스는 함께 자원 순환을 위한 ‘다시 태어나기 위한 되돌림’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 프로젝트로 제주에서 수거한 페트병을 재생섬유로 만들어 의류나 신발, 가방 등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외에도 코오롱스포츠는 제지 전문기업 무림P&P와 함께 종이로 만든 에코 옷걸이를 개발하는 등 패션계에서는
지속 가능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패키지까지 신경 쓰는 뷰티
패션업계와 함께 비건에 관심을 가지는 곳은 화장품업계다. 지난해 ‘클린 뷰티’가 트렌드로 급부상하면서 올해 역시 화장품업계는 더욱 다양한 방법으로 비건을 화장품에 접목하고 있다. 이전 클린 뷰티는 소비자들이 직접바르는 화장품에 유해성분을 빼는 것을 의미했다면 이제는 제조 과정, 패키지까지 생각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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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을 생각하는 화장품 브랜드 톤28(출처: 톤28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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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아모레퍼시픽이 개발한 종이 튜브 샘플(출처: 아모레퍼시픽)
하)스킨푸드 비건 제품 캐롯 카로틴 라인(출처: 스킨푸드)
 


친환경 화장품 브랜트 톤28(TOUN28)은 지난 2016년부터 환경보호를 위한 제품 생산에 중점을 두고 있다. 구독 서비스를 주로 하는 톤28은 고객에게 맞춤 서비스로 친환경 원료를 이용한 내용물과 함께 플라스틱 제품을 줄이기 위해 종이를 이용한 용기를 사용한다. 세계 최초로 종이용기 화장품을 선보인 톤28은 어쩔 수 없이 뚜껑 부분을 플라스틱으로 이용하지만 이 역시 100% 재활용 할 수 있는 무색 플라스틱을 사용하고 있어 UN 경제사회이사회 국제 비정부기구인 UNSDGs 협회가 발표한 ‘글로벌 지속 가능 브랜드 30’에 선정되기도 했다. 톤28 외에도 국내 가장 큰 화장품 브랜드 중 하나인 아모레퍼시픽 또한 종이 튜브를 개발해 제품에 적용할 예정이다. 특히 아모레퍼시픽에서 만든 종이 튜브의 경우 최대 3년간 써도 내용물이 변하지 않아 장기간 유통에 유용해 눈길을 끈다.

이렇게 패키지에 비건을 접목하는 곳 외에도 동물 실험을 배제하는 제품도 주목받고 있다. 이전에는 새로운 화장품이 생산될 때마다 동물들에게 실험을 한 후 사용돼 왔지만 비윤리적이라는 목소리가 있었다. 화장품 브랜드 ‘더샘’의 경우 뉴질랜드에서만 자라는 ‘하라케케’를 활용한 제품을 선보이며 이탈리아 비건 인증 협회인 브이라벨사에서 비건 화장품 인증을 획득하기도 하는 등 비건 라인을 확장 중이다. ‘스킨푸드’ 역시 무농약 당근을 활용해 비건 제품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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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롯데리아 미라클버거(출처: 롯데리아) 우)버거킹 플랜트 와퍼(출처: 버거킹)
 


비건으로 건강까지 챙기자
사실 여러 분야 중에서 비건을 신경 쓰는 곳은 단연 식품분야다. 코로나19로 배달음식이 성행하고 줄어든 활동량으로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면서 식품업계는 비건식품 라인을 강화했다. 물론 이전부터 비건을 찾는 사람들이 점차 증가했다. 한 통계에서 2008년 15만명 수준이었던 국내 채식 인구는 2018년 약 150만 명으로 10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육식을 위해 키우는 동물들로 탄소 배출량이 늘어나고 가축들의 도축 환경 역시 문제가 되면서 채식주의를 선택하는 이들이 늘어난 탓이다.

이에 식품업계는 ‘식물성 식품’ 사업을 늘리면서 소비자들의 입맛을 맞추고 있다. 특히 비건 식품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는 ‘대체육’이다. 채식주의자에게 금기와 같은 고기. 그 고기를 콩, 곡물 등으로 만들어 채식주의자가 먹을 수 있는 고기가 뜨고 있다. 대표적으로 ‘콩고기’를 들 수 있다. 이에 패스트푸드 업계는 대체육으로 패티를 만든 비건 버거를 속속 출시하고 있다.

롯데리아는 지난해 1월 비건 버거인 ‘미라클 버거’를 출시하면서 국내 패스트푸드 업계 중 가장 먼저 비건에 뛰어들었다. 미라클 버거에는 콩과 밀에서 추출한 단백질로 만든 대체육을 사용한 패티에 소스는 달걀 대신 대두를 사용하면서 채식주의자들의 입맛을 겨냥했다. 이 햄버거는 지난해 10월까지 220만개가 판매되면서 큰 인기를 끌었고 롯데리아는 11월 또 다른 비건 버거인 ‘스위트 어스어썸 버거’를 출시했다. 스위트 어스 어썸 버거는 노란 대두를 기반으로 비트, 블랙커런트 등 채소·과일 농축액을 가미해 패티를 만든 것이 특징이다. 버거킹 역시 비건 버거를 출시했다. 지난 2월에 출시한 ‘플랜트 버거’는 콩단백질을 주원료로 콜레스테롤과 인공 향료 및 보존제가 전혀 없는 식물성 패티를 넣어 만들었다. 거기다 버거킹 와퍼 특유의 불맛을 그대로 구현하면서 식물성 패티의 식감이나 향 등의 이질감을 줄였다.

패스트푸드 외에도 코로나19로 각광받고 있는 편의점 간편식에서도 비건 식품을 만날 수 있다. GS25는 비건 간편식 떡볶이 2종을 지난해 출시했다. 일절 육류 성분을 하용하지 않은 이 떡볶이는 한국비건인증원의 비건 인증을 받았다. CU 역시 콩불고기 바질파스타, 단호박 크랜베리로 만든 ‘채식주의 도시락’을 선보이며 비건 간편식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한국인의 음식 김치 역시 비건으로 만든 제품이 출시됐다. 김치는 비건 식품으로 보기 쉽지만 젓갈이 들어가 채식주의자들이 먹지 못하는 음식 중 하나다. 이에 풀무원은 동물성 원료인 젓갈을 뺀 ‘김치 렐리쉬’와‘깔끔한 썰은 김치 Vegan’을 선보이며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비건 김치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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