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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쑥 찾아온 비대면 시대,
우리 삶의 무엇을 바꿨나

글. 이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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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알 수 없는 전염병이 시작됐다. 지난해 말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이 전염병은 1월에 첫 사망자를 낸 후 2월 말에 한국을 강타했고 3월이 되자 전 세계에 우후죽순으로 퍼져나갔다. 바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현재 200개가 넘는 나라들이 코로나19로 괴
로워하고 있으며 벌써 확진자는 4200만 명을 넘겼고 사망자는 100만 명을 넘어섰다. 한국 역시 2만 명이 넘는 확진자와 45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한 ‘방역’은 중요한 키워드가 됐고 이로 인해 우리의 생활은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구분할 만큼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집에서 즐기는 슬기로운 취미생활
코로나19의 전염을 최대한 막는 방법은 마스크 착용과 사람들과의 접촉을 줄이는 것이었다. 그래서 각 나라들은 하늘 길을 닫았고 기업은 재택근무, 학교는 원격수업에 들어갔다. 그리고 정부는 “마음은 가깝게, 몸은 멀리”라는 모토로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방역 수칙을 만들어 비대면을 권장했다. 그렇게 우리는 어느새 언택트(Untact, 비대면)의 시대를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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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고나커피 만들기(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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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파키우기(인스타그램 캡처)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람들의 ‘집콕’ 생활이 시작됐고 이에 집에서 할 수 있는 활동들이 점점 각광받기 시작했다. 처음엔 400번 저어 만든 ‘달고나 커피’가 시작이었다. 인스턴트 커피가루와 설탕에 뜨거운 물을 부어 숟가락이나 거품기로 빠르게 저어 만든 크림을 위에 올리는 이 커피는 수백 번을 저어야 하는 노동을 들여야 했기에 ‘400번 저어 만드는 커피’ ‘팔과 맞바꾼 커피’로 통했다. 당시 달고나 커피가 유행 중이었고 만드는 방법이 간단한데다 인증샷을 올리는 ‘집콕족’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그렇게 사람들은 소노동과 같은 취미를 찾기 시작했다.

소위 ‘n백번’ 취미로 통하는 이것은 달고나 
커피에서 수플레 팬케이크, 아이스크림, 솜사탕 등으로 이어졌다. 마치 노동자들이 일을 찾아 나서듯 집콕족들은 집에서 할 수 있는 노동이 드는 취미를 찾으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려 공유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했다. 만들어 먹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n백번’ 취미 이후 여러 취미 생활들이 집콕족들의 눈에 들어왔다.

집에서 식물을 키우는 홈가드닝도 마찬가지
였다. 중장년들의 취미 생활로 고리타분하게 여겨졌던 홈가드닝이 혼자 집에서 밥을 해먹는 ‘혼밥족’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다만 키우는 식물이 달랐다. 중장년들에게 홈가드닝이란 인테리어의 일부였지만 혼밥족들에게는 마치 생존과 같았다. 바로 대파, 콩나물과 같은 채소를 키우기 시작한 것. 혼자 음식을 해 먹어야 하지만 마트나 시장에서 파는 채소들은 양이 많아 아깝게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자 간편하게 집에서 키울 수 있는 대파
나 콩나물, 상추를 키우기 시작한 것이다. 키우는 방법은 간단하다. 대파의 경우 한 단을 사서 흰 뿌리만 잘라 화분에 심고 햇빛이 잘 드는 곳에 두면 끝난다. 하루하루 무서운 속도로 자라는 대파는 약 2~3주 후에 뿌리만 남겨놓고 잘라 먹으면 된다. 남은 대파 뿌리에서 또 자라기 때문에 사람들은 ‘무한리필 대파’라고도 부른다.

한 블로거는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자 여
유가 생겼고 여러 취미가 많아졌다”면서 “채소재배도 그 중 하나”라고 말하며 콩나물 재배 리뷰를 올렸다. 이처럼 SNS에는 ‘#대파키우기’ ‘#콩나물키우기’ ‘#상추키우기’ 등으로 올린 인증 사진들이 늘어났다.

이런 생산적인 취미 외에도 자연 환경을 위
한 취미도 주목된다. 코로나19가 장기화 되고 이상기후가 세계적으로 발생하자 ‘환경 보호’를 하자는 소리가 높아졌다. 특히 코로나19로 배달 음식의 증가로 플라스틱 사용량은 급격히 늘어났고 방역을 위해 사용하는 ‘마스크’ 또한 일회용으로 쓰여 자연환경에
우려를 나타내는 시선도 늘었다. 그러자 환경 보호와 함께 실생활에서도 유용한 취미들이 시선을 끈다.

그 중에서도 ‘양말목 공예’는 특이하면서도 
환경 보호까지 가능해 취미로 두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양말목 공예에서 사용되는 양말목은 양말 앞코 마감을 위해 잘려지는 가윗밥을 말한다. 양말이 생산되는 과정에서 버려지는 산업폐기물이었으나 이를 이용해 공예로 할 수 있다. 소재 특성상 부드럽고 신축성이 좋은데다 색도 다양해 공예품을 만들기에 적합한 재료인 것이다. 특히 실생활에서 사용되는 컵받침, 냄비받침, 바구니, 가방 등 을 만들 수 있으며 아이들을 위한 인형, 장식품, 드림캐처까지 만들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 거기다 양말목만 있으면 특별한 준비물 없이도 간단하게 물건을 만들 수 있어 손재주가 없는 사람도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장점까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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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에서 즐기는 나의 ‘최애’
코로나19가 터지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길어지자 가장 타격을 입은 곳은 문화계였다. 극장은 문을 닫아야 했고 영화관은 개봉예정작들이 줄줄이 개봉을 미루면서 이전에 인기를 끌었던 영화들을 ‘재개봉’하는 형식으로 관객들을 모아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수는 최하를 찍었다. 이 외에도 영화시사회나 제작발표회 등도 미뤄졌고 드라마나 영화 제작에서도 수많은 스탭과 배우들이 움직여야하는 특성상 한명이라도 확진이 나오면 한동안 촬영을 중단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요 업계도 마찬가지였다. 공연으로 수입
을 올리는 가수들 또한 코로나19로 콘서트를열 수 없게 되자 생각한 것이 바로 ‘안방 라이브’. 이들은 유튜브나 네이버 V라이브 등의 매체를 통해 비대면 콘서트를 준비해 팬들에게 다가갔다.

MBC <놀면 뭐하니>에서는 코로나19가 한창
이던 3~4월(32~38회)에 ‘방구석 콘서트’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갔다. 3월 7일부터 그려진 방구석 콘서트는 김광민·오혁·송가인·장범준·이승환 뿐 아니라 뮤지컬 맘마미아, 빨래팀 등에게도 찾아가 섭외하는 모습과 공연을 보여줬다. 당시 유재석은 부캐 ‘유산슬’로 송가인과 함께 신곡을 내기도 했으며 대중가요·트로트·뮤지컬 등 다양한 무대를 브라운관에서 볼 수 있어 시청자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갔고 코로나19로 공연이 막힌 가수들에게나 집콕으로 힘들어하던 시청자들에게 위로가 되기도 했다. 이후로 여러 매체 등에서 인터넷(랜선)을 통한 제작발표회, 콘서트 등이 다양하게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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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특집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출처:KBS2 홈페이지)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방탄소년단(BTS)도 마찬가지였다. 방탄소년단은 지난 6월에 온라인 콘서트 플랫폼 ‘위버스’를 통해 첫 온라인 콘서트인 <방방콘 더 라이브(The Live, 방방콘)>를 선보였다. 총 107개 지역에서 최대 75만 6000여명의 유료 관객이 동시 접속하면서 ‘최다 시청자가 본 라이브 스트리밍 음악 콘서트’ 기네스 세계 기록을 세우면서 방탄소년단의 인기를 다시 한 번 입증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전 세계의 아미(방탄소년단 팬클럽 이름)들은 안방에서 100여분 동안 ‘최애’ 방탄소년단을 즐길 수 있었다.

이에 방탄소년단은 지난 10월 10~11일 이틀 
동안 두 번째 온라인 콘서트인 ‘맵 오브 더 솔원(MAP OF THE SOUL ON:E)’을 진행했고 전 세계 191개 국가 및 지역에서 99만 3000명이 관람했다.

이외에도 지난 추석에는 KBS2에서 트로트의 
황제 나훈아의 언택트 라이브 콘서트를 송출했다. 추석 특집으로 마련된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는 1000명의 온라인 관객들과 함께 언택트 공연을 진행했고 이 프로그램은 시청률 29%를 기록하면서 추석 내내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안방 콘서트는 가요계에만 국한 되지 않았
다. 뮤지컬, 오페라 등 공연계도 움츠려든 날개를 펴고 언택트 공연을 통해 다시 팬들에게 찾아간다. 뮤지컬 <모차르트!>는 10주년 기념 공연 실황 영상을 네이버 V라이브를 통해 유료로 열었다. 그러자 약 1만 5000명의 뮤지컬 팬들이 안방에서 <모차르트!>를 지켜봤다. 실제로 공연을 보는듯한 카메라 촬영을 통해 생생한 공연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던 팬들은 “코로나19로 예매를 취소할 수 밖에 없었는데 이렇게라도 볼 수 있으니 좋다” “직관보다 배우들의 표정을 더 생생하게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언택트 공연의 장점을 살리는 무대가 됐다.

이에 공연계는 더욱더 언택트 공연에 박차
를 가하고 있다. 서울예술단이 공연하는 <잃어버린 얼굴 1895> 또한 네이버TV를 통해 유료 스트리밍을 진행했으며 국립 오페라단의<오페라 마농>, 뮤지컬 <신과 함께-저승편>등도 언택트 공연을 택하면서 갈급한 팬들에게 단비와 같이 다가갔다. 이처럼 언택트 공연은 현재 연말까지 예정된 뮤지컬만 총 10여 편에 이를 정도로 코로나19 시대에 새로운 무대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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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두 번째 온라인 콘서트 모습(출처:빅히트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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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뮤지컬 <모차르트!> 공연 캡처, 우) 서울예술단 창작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 유료 온라인 공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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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 포스터 (출처:tvN)
 


OTT를 따라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 한류
언택트 시대가 이어지면서 각광받고 있는 서비스가 있다. 바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미국의 넷플릭스로 시작된 OTT 서비스는 코로나19로 언택트 시대가 되면서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넷플릭스는 올해 상반기 기준 전 세계 190개국에 약 1억 9000만 명의 유료가입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지난 2016년 1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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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사랑의 불시착> 포스터(출처:tvN), 우) 영화 <#살아있다> 포스터(출처:tvN)
 


넷플릭스는 거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각국에서 ‘오리지널’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범인은 바로 너> <옥자> <킹덤> <보건교사 안은영> 등을 통해 국내 넷플릭스유료 구독자 수를 늘렸다. 특히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집콕족이 늘면서 9월 기준 약 462억 원이 결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가 터지기 전인 지난해 12월에는 한국인 넷플릭스 월 결제금액이 273억 원으로 추정됐던 것에 비하면 약 2배 증가한 셈이다.

이에 국내 OTT 업체들도 넷플릭스의 독주
를 막기 위해 나서는 중이다. 네이버의 ‘V라이브’, SK텔레콤과 카카오TV, 지상파 방송사가 연합한 ‘웨이브’, KT의 ‘시즌’, CJ ENM의 ‘티빙’ 등이 함께 경쟁 중이다. 이러한 OTT시장은 한류가 전 세계로 나가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외국으로 가는 길이 막히
자 드라마와 영화 업계는 OTT로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넷플릭스의 광범위한 네트워크는 전 세계에서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지난 2월 개봉 예정이었던 영화 <사냥의 시간>은 코로나19 확산과 더불어 개봉을 미루다 결국 넷플릭스로 바로 향했다. 보통 영화관 개봉 후 일정 시간이 지난 뒤 VOD를 오픈했던 기존의 체계를 완전히 뒤엎는 일이었다. 이에 <사냥의 시간>은 4월 23일 오후 4시에 서비스가 오픈되면서 안방에서 볼 수 있게 됐다. 덕분에 넷플릭스는 국내 유료 가입자 수를 늘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영화 <#살아있다>의 경우 영화관
의 성적은 190만 명으로 아쉬웠지만 넷플릭스에 서비스를 오픈하자 해외에서 인기를 크게 끌었다. 지난 9월에 서비스를 시작한 <#살아있다>는 해외 순위권에 안착하면서 더 많은 사랑을 얻게 됐다.

이는 영화뿐만이 아니라 드라마도 마찬가
지였다.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사이코지만 괜찮아> <사랑의 불시착> 등은 넷플릭스 오픈 후 세계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고 특히 일본의 드라마 한류는 어마어마했다. <사랑의 불시착> 경우 일본의 외교수장인 모테기도시미쓰 외무상이 “전부 봤다”고 밝힐 정도로 일본에서 새로운 한류를 열고 있었고 주인공 손예진과 현빈 또한 일본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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